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
제시 노먼 지음, 홍지수 옮김, 살림 펴냄

“버크를 모르고서는 오늘날의 세계가 지닌 결함이나 현대 정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 정치는 보수 실종 시대를 꽤 오래 겪고 있다. 보수의 실종은 진보에게도 불행이다. 경쟁자가 약하면 정치세력은 타락하게 마련이다. 보수의 재정립은 2020년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대하고 시급한 과제다.
18세기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주의의 창시자로 불리는 정치사상가다. 저자는 영국인이고, 학자이자 보수당 소속 정치가이니 버크의 지적 계보에 정통으로 속한다. 그가 선택한 전략은 ‘평전’이다. 이 책은 버크의 삶을 따라가며 보수주의가 탄생하는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버크의 사상을 다룬 책은 제법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버크의 삶을 통해 보수주의의 탄생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차별화에 성공한다.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과 함께 읽어도 좋다.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우치다 다쓰루 외 지음, 김영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인구 감소 자체는 천재지변이 아닙니다. 자연 과정입니다.”

저출생 고령화가 수치로 확인될 때마다 ‘인구 위기’ ‘국난’ ‘저출생 쇼크’라는 말이 이어진다.
이 책은 인구론에 대한 종전의 관점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던진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가 인류학·사회학· 지역학·정치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논의를 모았다. 저자는 인구 감소를 재앙으로 보지 않는다. 인구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인구 절벽이 예정된 미래라면 좀 더 발전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육 지원만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한다. 법률혼으로 묶이지 않는 새로운 가족공동체가 필요하고, 도시와 지방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며, 윤리와 제도도 바뀌어야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비상구
제정임 엮음, 오월의봄 펴냄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언론 〈클라이밋홈〉은 우리나라를 ‘세계 4대 기후 악당’ 반열에 올렸다.”

‘기후 위기’ 혹은 ‘기후 비상사태’라고 불리는 시기인데도 환경문제는 국내에서 유독 조명을 받지 못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학생과 교수들이 만드는 비영리 언론 〈단비뉴스〉 기자들은 이에 의문을 품었다. 원자력발전은 정말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일까. 한국은 왜 화석연료에만 의지하는 것일까. 이 책은 기자들이 2년간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안고 한국, 일본 후쿠시마, 독일과 스웨덴을 오가며 찾아낸 결과물이다. 신고리 5·6호기 탈핵운동 현장부터 지진 이후 원전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경주 지역까지 책에 담았다.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에너지라는 다소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었다.

 

 

 

 

 

 

 

 

 

 

컨테이너에 들어간 식물학자
최성화 지음, 바이오스펙테이터 펴냄

“과학이 궁금해 대중이 몰려오면 과학자는 흥분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에 실리는 논문 수준의 과학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부러웠다. ‘과학자들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마음을 먹고 노력한다면,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과학을 받아들일 마음과 능력은 충분하다’고 저자는 믿었다. 단순히 전문가와 대중 간의 소통 혹은 상호 이해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대중의 이해가 왜곡되면, 과학과 과학자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식물학을 가르치며 식물로 바이오 의약품을 만드는 게 꿈인 저자의 간절한 마음만큼 책이 술술 읽힌다. 언뜻 보면 어려운 전문용어가 빼곡하지만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 바이오·제약 전문 매체 〈바이오스펙테이터〉의 ‘과학자의 글쓰기’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주민의 헌법
박주민 지음, 새로운현재 펴냄

“이것만 알면 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내용입니다.”

헌법은 아주 짧다. 조문이 적어 누구나 금방 읽을 수 있다. 이 짧은 법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법의 기본이 된다. 헌법은 다른 모든 법에 우선하며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헌법을 남다르게 하는 건 제정의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이다. 변호사 출신의 현직 국회의원이 헌법을 해석했다. 저자는 헌법을 한번 읽어보는 것으로도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몰라도 살 수는 있지만, 알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일에 분노하고 또 힘을 모아야 하는지 가려내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검찰개혁, 공수처 같은 이슈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 책을 덮는 순간,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미혼모의 탄생
권희정 지음, 안토니아스 펴냄

“미혼모는 상당한 낙인감을 갖는 용어다.”

‘베이비 스쿱 시대’라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에서 수많은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 보냈다. 단지 결혼을 하지 않고 임신했다는 이유였다.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미혼모 문제가 결혼 중심의 가족제도에 기초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 사회복지 체제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한 입양인이 추천한 책을 읽었다. 앤 페슬러의 〈The girls who went away(사라진 소녀들)〉이었다. 베이비 스쿱 시대를 보낸 미혼모 100명을 인터뷰하고 기록한 책이다. 당시 미혼모는 아이를 입양 보냄으로써 여성성을 회복했다. 다시 결혼이 가능한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책은 ‘미혼 모성’ 억압의 경험을 역사적으로 탐구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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