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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항명을 할 것이다” “기형적인 사법체계다” “검찰 손발 묶었다” “검찰이 무장해제됐다”…. 검찰 간부의 목소리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었다. 검찰총장까지 공개 반발했다. “검찰 부패 수사를 약화시킨다.” 어딘가 익숙하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다. 15년 전 2005년 서초동 풍경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공판중심주의를 두고 검찰이 반발했다. 조폭을 잡지 못하고 부패 사범도 무죄판결을 받는 등 사법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우려대로 무법천지가 되었나? 얼마 전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에 입각해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쪽은 검사들이었다.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검찰개혁법안 국회 통과를 앞두고 검찰 안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검찰 기득권을 제한하려고 할 때마다 나오는 ‘항명’ ‘반발’ ‘총장 격노’ 따위 반응은 임은정 검사의 표현을 빌리면 ‘시일야방성대곡’이다. ‘인권’ ‘국민’ ‘법과 원칙’ 따위 검찰발 흘러간 유행가도 또다시 틀었다. 서초동 대검찰청에는 검사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 ‘검동설주의자’들이 포진해 있다. 검동설주의자들은 검찰 권력을 하나라도 놓치면 세상이 무너진다고 정말 믿는다. 선출받지 않은 권력자들의 착각을 깨야 한다. 권력 독점은 착각을 믿음으로 만든다. 대검찰청이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입장문이라며 몇몇 언론사에만 제공한 보도자료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 가서 자체 수사를 개시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가로채 가서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 이 문장의 ‘공수처’ 자리에 ‘검찰’을 넣어 읽으면 더 말이 된다. 과잉수사, 뭉개기 부실수사, 하청 수사는 검찰의 관행이었다.

검동설주의자들은 관습을 버려야 한다. 관습에 집착한다는 건 개혁을 거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검찰은 특정 조항을 문제 삼아 공수처 법안 전체를 엎으려 한다. 검찰 특유의 흘러간 레퍼토리를 알기에 〈시사IN〉은 검동설주의자들의 시일야방성대곡을 이번 호에 한 자도 담지 않았다. 검찰개혁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여야 국회의원을 접촉하고, 입맛에 맞는 언론사에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별건 수사까지 하는 ‘정치집단’의 앓는 소리를 중계할 이유가 없다. 검찰개혁법안이 통과된 뒤 효과를 심층 보도할 것이다.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한국 정치의 트랙을 바꿀 수 있는 선거법안 통과도 코앞이다(아마 독자들이 이 편지를 읽을 때면 통과되었을 것이다). 난데없이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이라는 샛길을 트랙에 깔려고 한다. ‘장기적인 비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관습의 집착이다. 이 관습은 심판할 수 있다. 2020년 4월15일 심판장이 열린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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