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0년의 복지 역사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 호수 642
  • 승인 2020.01.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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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복지 시대 10년을 보내고 2020년대를 맞았다. 향후 10년간 풀어야 할 과제로 ‘복지의 불균등 발전’이 떠오른다.
ⓒ시사IN 자료

2010년대가 저물었다. 지난 10년 대한민국의 변화를 상징하는 주제를 꼽으면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복지’일 터이다. 복지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으로 열풍을 만들어내며 빠르게 발전해왔다. 무상급식 논쟁은 금세 복지설계도를 다루는 보편복지-선별복지 전선을 구축했고 2012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미래 비전으로 복지국가를 내걸도록 했다. 이후 무상보육, 기초연금, 국공립 보육시설, 문재인 케어, 아동수당 등 선거 때마다 새로운 복지제도가 선보였다. 비록 급여 수준은 충분치 않지만 복지가 역동적인 국민 의제로 자리 잡은 건 획기적인 일이다.

이렇게 10년의 복지 시대를 보내고 2020년대를 맞았다. 앞으로도 이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면 복지국가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지난 10년, 사람들 마음속에 복지가 시민의 권리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무척이나 소중한 열매이다. 풀뿌리 시민들의 권리 인식이야말로 복지국가를 만드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가 새롭게 풀어야 할 과제도 확인되고 있다. 바로 ‘복지의 불균등 발전’이다.

먼저 복지의 계층별 혜택에서 불균등 발전이 보인다. 보편복지 바람이 불면서 모든 계층을 위한 복지가 늘었지만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는 정체되는 경향을 띤다. 예를 들어, 극빈 계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 급여는 거의 제자리이고,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왔던 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도 더디며, 장애인을 위한 복지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주거복지의 핵심인 공공임대주택도 전체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데, 근래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신혼부부가 입주자로 포괄되면서 사회적 약자 배정 원칙도 상대화되고 있다. 복지국가의 보편주의는 튼튼한 취약계층 복지 위에서 구현되는 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보험에서도 불균등 발전이 심각하다. 사회보험은 우리나라 복지체제에서 핵심 기둥이지만 현재 비정규 노동자 중 국민연금·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40% 안팎에 불과하다. 사회보험 혜택이 필요한 노동자일수록 제도 바깥에 있는 셈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비롯된 문제이지만 사실상 불안정 고용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라면 사회보험의 제도 틀 자체를 재구성해야 한다. 사회보험 안과 바깥쪽의 안전망이 불균등하다면 고용 지위와 독립적으로 제공되는 급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노후 보장에서는 기초연금을 추가 인상하고 저소득 노인을 위해서는 보충기초연금을 도입하며, 사각지대 취업자에게 적용되는 실업부조 제도도 무게 있게 운영해야 한다.

사회서비스 돌봄 복지에서도 불균등 발전은 뿌리가 깊다. 여기서 불균등은, 재정은 공공적이나 운영은 상업성에 의존한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정부는 복지를 제공한다고 생색내지만 실제 서비스 질은 무척 낮다. 보육시설은 그나마 국공립 비중이 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 의료 역시 문재인 케어로 보장성을 높인다지만 민간 의료기관 체제에 기인하는 의료 남용이 줄지 않고 이는 가계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앞으로 사회서비스 공적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공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복지 지출 확대되어도 취약계층의 기본 생활 보장되지 못하면

복지국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시민이 행복한 사회’를 지향한다. 아무리 총량에서 복지 지출이 확대되어도 취약계층의 기본 생활이 보장되지 못하다면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플랫폼 자본주의화로 불안정 노동이 계속 발생하고 빠른 고령화로 노후 불안도 깊어지고 있어 지금의 사회보험 방식은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회서비스는 돌봄 복지이기에 관계망이 핵심이다. 상업적 이해를 떠나 지역사회 공동체가 서로 돌봄의 주체가 되도록 기존 민간 인프라를 지역 공공자원으로 전환해가야 한다.

새로운 10년의 복지 역사를 시작하는 자리에 서 있다. 2010년대 대한민국을 변화시켰던 역동적 힘이 복지였음에 자부심을 가지며 다시 10년의 역사를 설계할 때이다. 복지의 균등 발전으로 복지국가의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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