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2집 앨범 〈마리아 막달레나〉에는 FKA 트위그스의 내밀한 개인사가 담겨 있다.

‘Magdalene.’ 우리말로 마리아 막달레나 혹은 막달라 마리아다. 무엇보다 예수의 제자이자 예수 부활의 최초 목격자로 유명하다. 생전 마리아 막달레나는 편견과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다름 아닌 여자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측면에서 예수는 진정 진보적 인물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여성을 인간 취급조차 안 했던 시대에 기꺼이 제자로 맞이했다는 점이 증명한다. 2016년에 가서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리아 막달레나의 기념일을 축일로 승격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그는 기독교의 성인 중 하나로 추앙받는다.

FKA 트위그스. 본명은 탈리아 바넷이다. 2014년 발표한 데뷔작 〈LP1〉을 통해 격찬을 얻어냈다. 그의 음악은 한마디로 ‘저 세상 텐션’ 그 자체다. 누구에게는 난해하기 그지없어도, 누구에게는 전에 없던 희열을 선물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보면 된다. 솔직히 당신이 히트곡 정도 찾아 듣는 취향이라면 그의 음악은 아득할 정도로 전위적일 것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다.

단지 장르들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FKA 트위그스는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 자체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뮤지션이다. 뭐랄까. 그의 음악은 유려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불편하다. 불편한데 매혹적이다. 참혹한 절망을 노래하는데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그렇다. FKA 트위그스는 역설 덩어리인 아티스트다. 그의 음악에 입문하기까지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하지만 적응을 끝내면 당신도 나처럼 중독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가 2집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를 호명한 이유는 개인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1집으로 찬사를 받은 이후 FKA 트위그스의 자아인 탈리아 바넷은 도리어 절망 속에 몸부림쳐야 했다. 2015년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과 약혼했다가 파혼했고, 심각한 병까지 생겨 수술을 받았다. 절망에 눌려 있던 그때, 그에게 진정한 위로를 던져준 존재가 바로 마리아 막달레나였던 것이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던진 위로

“앨범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죠. 당시 나는 혼란에 빠져 있었고 영혼이 골절된 상태였어요. 볼품없었죠. 나는 마리아 막달레나에게서 희망을 찾았고 그 순간 나 자신을 심판하는 걸 멈췄어요.”

전곡이 비범하다. 우리는 보통 음악을 들으며 예상한다. ‘대충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기대를 하고 이에 충족해주는 음악을 보통 애정한다. FKA 트위그스는 그렇지 않다. 기대를 엇나간다. 그래서 흥미롭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다.

이걸 다음처럼 한번 비교해볼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대개 50 정도에서 진자운동을 한다. 예술가는 다르다. 0이라는 진창에 빠져 있다가도 그것을 갑자기 100으로 끌어올리는 기이한 재능을 휘두른다. 그 재능의 결정체가 이 음반에 빼곡히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바닥을 벅벅 기다가 천상으로 솟아오르고, 천상에서 하늘하늘 거닐다가 몰락하는 이미지를 그려낸 ‘홈위드유(Home with you)’, 추락과 비상이라는 음반의 테마를 황홀한 뮤직비디오로 구현해낸 ‘셀로판(Cellophane)’, 이 두 곡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몰락에도 에티카가 있다’고 썼다. 유튜브에 접속해서 ‘셀로판’의 뮤직비디오를 보라. 이게 무슨 의미인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실 이 음반 전부가 그렇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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