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케이팝 스타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한국인이 아니다. 타이(태국) 사람인 블랙핑크의 리사다. 지난 12월 넷째 주 현재 2780만명 넘는 팔로어가 그의 계정을 구독 중이다.

리사는 블랙핑크의 메인 댄서이자 리드 래퍼다. 큰 키와 길쭉한 팔다리에서 나오는 힘 있는 댄스가 특징이다. 4개 국어를 구사하며, 영어 랩은 물론 한국어 랩 실력도 여타 한국 아이돌에 밀리지 않는 ‘사기캐’다.

고향에서 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0년대 말 2PM의 닉쿤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수많은 타이 젊은이들이 아이돌이 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중 독보적인 명예와 성공을 누리고 있는 리사는 그 자체로 타이인들에게 자부심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또 하나, 리사는 ‘하이쏘’(High Society의 줄임말로 타이의 상위 계층을 일컬음) 출신이 아닌 유명인이기도 하다. 타이는 사회경제적 계급 간에 부와 권력의 차이가 심각한 나라로, 나라의 부 대부분을 ‘하이쏘’가 독점하고 있다. 현저히 부족한 자원과 기회 속에서 이뤄낸 리사의 성공은 계급을 넘어선 승리로 여겨진다.

리사는 한국에서도 인기 스타지만, 종종 수면 위로 올라오는 그에 대한 악성 댓글을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흠 없어 보이는 그에게는 주로 그의 정체성과 결부된 인종차별 악플이 올라온다.

2019년 1월 전 세계 SNS에 일제히 올라온 #Respect_Lisa 해시태그 사태를 보자. 어느 한국인 유저가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난에 ‘(리사는) 화장하면 러시아 엘프 미녀 느낌인데 화장 지우니 그냥 태국 여자’라는 댓글을 달았다. 백인 여성에 대한 숭배와 동남아시아 여성에 대한 멸시를 나란히 담은 이 막말은 놀랍게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베스트 댓글에 올랐다. 이 사건은 단순히 SNS에서 끝나지 않고 타이 현지를 비롯한 해외 언론에서 뉴스로 다루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어느 한국인 케이팝 팬 단톡방에서 ‘동남아 빈민촌’ 따위 말로 그를 모욕한 악성 글이 유출되었다.

이는 사실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국인 혐오가 유명인을 통해 드러났을 뿐이다. ‘그 완벽한 블랙핑크의 리사마저’ 차별을 받는다. 같은 성취를 하려 해도 더 많은 능력과 노력이 필요한 것. 성공했더라도 언제 모욕의 표적이 될지 모르는 것. 혐오란 그런 것이다.

케이팝은 문화 산업이다. 문화는 세계에 단순히 한국의 우수함만을 알리지 않는다. 부끄러운 면 역시 더 많이 알려질 것이다. 2020년대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2019년의 처음과 끝에 벌어진 리사의 악플 사건을 통해 우리를 되돌아본다.

기자명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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