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가짜 뉴스 유튜버를 저격하는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의 진행자 임경빈씨(왼쪽)와 하헌기씨.

처음에 후끈 달아오른 사람은,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던 하헌기씨였다. 2018년 말부터 왠지 분노에 가득 차서, 가까운 지인들로 구성된 채팅방에 기괴하고 불쾌한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을 자꾸 올렸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주장했다. “우리는 유튜브를 해야 한다.” 심지어 멀쩡하게 직장 잘 다니고 있던 채팅방 멤버에게 “당신, 그 회사 그만둬라”고 들쑤셔댔다. 멤버들은 하씨를 놀렸다. “너, 기승전유튜브구나.”

최후의 승리자는, 놀림받던 하헌기씨. 유튜브 진행자로 노려온 방송작가 임경빈씨를 JTBC ‘주말 뉴스룸’ 팀으로부터 빼돌리는 데 성공했다(임씨는 같은 방송사 인기 프로그램인 ‘팩트체크’의 기획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교수, 정치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다른 멤버들까지, 비록 익명일망정, 유튜브 팀으로 아우르고 말았다. 그 결과, 최근 정치·시사 유튜브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짜 뉴스를 지옥으로 보내는 유튜브 ‘헬마우스’가 등장한다.

하씨는 스스로 이 유튜브의 ‘수석 PD(Chief PD, CP)’ 자리에 올랐다. ‘PD가 한 사람밖에 없으니 자동적으로 수석 아니냐’고 비웃기에는, 실제 방송에서 드러나는 제작 역량이 놀랍다. 임경빈씨는, 유튜브 채널 이름인 동시에 본인의 별칭인 헬마우스(hell mouth:지옥의 입)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입담을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가짜 뉴스 유튜버들의 반응을 보면, ‘공포의 대왕’이 강림한 듯하다.

달뜨고 분개했던 이유는?

하헌기:‘윾튜브’라는 동영상을 보고 충격받았다. 아주 비열하고 저열한 내용의 혐오 정서를 뿌리는 데 불과 3~4개월 만에 구독자를 60만명까지 올리더라. 더욱이 주된 구독층이 20대였다. 윾튜브가 마치 20대의 스피커처럼 되어 있더라.

‘헬마우스’의 탄생 배경이 된 ‘윾튜브’는, 김윾머(가명)라는 인물이 하회탈을 쓰고 진행하던 우파 성향 유튜브다. 게임 관련 방송을 하다 지난해 정치·시사 이슈로 전환한 뒤 대박을 쳤다. 유튜브뿐 아니라 페이스북 등 다른 동영상 채널에서도 활동했는데, 그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의 반인륜적 게시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 그가 저속어와 저열한 상상력으로 조롱한 대상에는 연예인, 세월호 피해자 및 유족, 호남, 여성 등은 물론 천안함 전사자까지 포함된다. 쇄도하는 신고 때문에 2019년 1월 말 윾튜브 계정이 폐쇄되었지만 이후에도 ‘좌파게티 요리사’ 등의 다른 계정으로 수차례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윾튜브는 폐쇄되지 않았나?

하헌기:일부 젊은 층이 윾튜브를 통해 ‘시장’을 발견해버렸다. 네거티브(사실을 바탕으로 상대의 부정적 측면을 공격)라기보다 자극적 마타도어(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상대방을 중상모략)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윾튜브의 콘셉트는 살아남았고, 이를 모방한 사람들이 대거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윾튜브의 성공 비결은?

하헌기:처음에는 20~30대 남성을 대상으로 안티 페미니즘을 표방하면서 떴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양성 간 갈등이 대결 양상으로 치우쳐버린 상황이 되었는데도, 기성 언론과 제도권 정치는 ‘갈등 조정’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젊은 남성들로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일방적으로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윾튜브 등이 치고 나오면서 거칠고 조야한 형태로 여성과 페미니즘을 능멸하기에 이른 것이다. 심지어 여성 페미니스트의 모순을 비꼰답시고 당사자의 저작을 가져와 일부 문장을 읽으면서 저자의 용모를 비하하고 성적 욕설을 퍼붓는 행태까지 서슴지 않았다. 일부 젊은 남성들이 ‘맞는 말 한다’ ‘시원하다’라며 우파 유튜버들의 논리를 내면화하는 가운데 주제가 슬그머니 정치·사회 문제로 이동한다. 안티 페미니즘에 공감한 구독자들이 정치적 성향까지 우파 유튜버들에게 포획되는 순간이었다. 윾튜브 유의 성공은 결국 공론의 파괴와 제도권 정치의 갈등 조정 기능이 실패한 결과다.

잘나가던 방송작가를 접고 유튜버로 변신하면서 고심이 컸을 것 같다.

임경빈: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유튜브에선 방송 제작에 필요한 자료(과거 보도나 해외 영상 등)나 찾는 수준이었다. 하 CP가 억지로 보여준 동영상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을 태연하게 늘어놓더라. “말도 안 되는데, 누가 보느냐”라고 반문했더니 하 CP가 답변했다. “구독자가 20만명이야.” 다시 한번 경악했다. 윾튜브와 그 계열들이 젊은 남성들에게 접근하는 수단으로 유튜브를 굉장히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 때 ‘유튜브가 퍼뜨리는 가짜 뉴스의 문제점’을 발제하기도 했다. 좀처럼 채택되지 않더라. 데스크 처지에서는 ‘황당한 소리를 내보내면 가짜 뉴스 메이커들만 좋아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가짜 뉴스 메이커들이 자기들끼리 황당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덩치와 영향력을 불려나가는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 순간, 하 CP가 내 등을 확 떠밀어버렸다.

하헌기:제도권 정치나 언론계에서는 유튜브를 젊은 층의 놀이터 정도로 봤다. 막상 고향에 가서 후배들을 만나보니, 걔들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더라. 예전에는 어린이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장래 희망이 연예인이었지만 지금은 유튜버라고 한다. 유튜브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저렇게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는데, 그 대상이 하필 가짜 뉴스 메이커들이었다.

ⓒ헬마우스 YouTube 갈무리헬마우스 임경빈씨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채널 이름을 헬마우스로 정한 이유는?

하헌기:헬마우스는 지인들 사이에서 임경빈씨의 별명이다. 말을 워낙 신랄하게 한다. 내가 저런 비판을 들으면 무척 괴로울 것 같은데 정치인 등을 겨냥해 퍼부을 때는 몹시 통쾌하고 웃긴다. “그 별명이 우리 콘셉트와도 맞으니 그냥 갑시다”라고 주장해서 헬마우스를 관철했다.

콘셉트가 뭔가?

하헌기:가짜 뉴스 메이커들과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것이다. 기성 언론과 제도권이 삼가는.

임경빈:내가 원래 그런 캐릭터였나 보다. JTBC에서 회의할 때도 큰 목소리로 공격적으로 말하곤 했다. 어떤 데스크가 지나가다가 일부러 회의실 안으로 들어와서 “너희들 혹시 싸우는 거냐?”라고 묻기도 했다. 채널 이름과 로고는, 일부러 직관적이고 자극적으로 만들었다. ‘헬마우스’라는 채널명만으로는 ‘어떤 느낌은 오는데 정작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일단 동영상을 보게 되면 ‘이래서 헬마우스구나’ 하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하 CP가 규정한 헬마우스의 카테고리는 시사·정치가 아니라 코미디·예능이다.

기획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하헌기:논박할 포인트를 잡기 어려웠다. 가짜 뉴스 유튜버들이 빈틈없는 논리를 전개해서가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서 오히려 반박하기가 어렵다.

임경빈:논지가 없으면 논점도 없다. 그냥 틀린 말일 뿐이다. 가짜 뉴스 메이커들은 ‘나만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 기성 매체들은 나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토론을 피한다’고 자신과 구독자들에게 최면을 건다. 헬마우스의 콘셉트를 막싸움과 멱살잡이로 잡은 결정적 이유다.

하헌기:다만 그 막싸움에는 뇌피셜(자신의 망상을 사실인 양 말하는 행위)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공식 자료’를 이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 첫 작품이 2019년 9월9일 업로드된 “대마도가 망하지 않았다는 윤서인의 주장, 과연 사실일까?”이다. 만화가 윤서인씨를 첫 막싸움 대상으로 잡은 이유는?

하헌기:그가 곧바로 반응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더욱이 윤서인씨는 일군의 우파 유튜버 집단에서 리더 행세를 하고 있다. ‘윤서인 사단’이란 용어까지 떠돈다.

임경빈:멱살잡이를 해야 유튜브를 만든 초반에 눈길을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윤서인은 막싸움 대상으로 매우 적절했다. 제법 유명할뿐더러(악명도 명성이다!), 게시 글에 달린 짧은 댓글에도 뜨겁게 반응하는 성향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예상한 대로 윤서인씨는 곧바로 반박 동영상을 올려줬는데), 헬마우스가 첫 동영상을 올린 시점에 100~150명 정도였던 구독자가 열흘 만에 3만명으로 치솟았다(지난 12월10일 현재 8만3000여 명). 또한 윤서인처럼 ‘애매하게 센 애들’과 싸우면서 차츰 ‘신의한수’(우익 운동가 신혜식씨 등이 운영하는 구독자 114만명의 우파 최대 유튜브) 같은 ‘거대 빌런’에 도전하는 강자로 성장하는, 헬마우스 나름의 서사를 구축하고 싶었다.

하헌기: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윤서인이 몹시 미웠다. 그가 4·3사건의 민간인 피학살자에 대해 ‘해충을 잡기 위해 농약을 치면 익충도 잡힐 수밖에 없는 거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아주 미웠다. 많이 미웠다.

임경빈: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그런 유튜버들의 위험성을 통감했다. 신의한수 같은 정치 성향 강한 채널들과 달리 윾튜브 자장 내의 가짜 뉴스 메이커들은 젊은 남성들의 마음속 깊숙이 손을 들이밀어 주물럭댄다. 사람이 깊이 감춰둔 추악한 측면에 대해 ‘괜찮아. 자연법칙에 조응하는 합리적인 논리야. 사회적으로 터부시되고 있는 너의 감춰진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 그것이야말로 쿨하고 올바르며 자유로운 상태야’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윤서인은 제주 4·3사건 피학살자, 세월호 유족, 위안부 피해자, 구의역 사고와 백남기 농민 유족, 성폭력 피해 아동 등을 다룬 만화나 게시글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지금은 구독자 23만6000여 명을 거느린 파워 유튜버다.

윤서인씨 다음 차례는 학원 강사 출신 유튜버 성제준씨였다. 둘 다 우파 유튜브계에서 나름 지적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이다.

임경빈:윤서인의 명성은 허명이 아니다. 실제로 만화를 잘 그린다. 젊은 남성들 입장에서 보면 ‘성공한 남성’의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조선일보〉에 연재하는 등 기성 직업군에서 자기 세계를 만든 사람 아닌가. 성제준씨는 (우파 유튜브 쪽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식인을 자처하는 인물이다. 뭔가 줄줄 읊는데 마르쿠제 같은 유명 지식인의 이름도 나오고 그런다. 두 사람은 우파 유튜브 쪽에서 뭐랄까, ‘지적 권위’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동시에 그 지적 권위가 얼마나 허황되고 황당한 것인지, 아주 쉽게 폭로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들이 초기 타깃으로 잡힌 이유다.

하헌기:당시 상황(2019년 9~10월)을 잠시 설명하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나는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라고 발언했다. 우파 유튜버들은 신나서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는 양립 불가능하다(그러므로 조국은 사회주의자 빨갱이)’라며 조국 장관 공격에 나섰다. 헬마우스는 방송에서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는 결이 다른 개념이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민주주의나 사회자유주의 같은 이념이 실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때 성제준씨가 튀어나왔다.

ⓒ시사IN 윤무영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9년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임경빈:엉뚱한 맥락이었다. (사회주의자이며 자유주의자인 것이 가능한가가 쟁점인데) 느닷없이 자본주의를 끌고 들어왔다. 자신이 보기엔 ‘자유주의=자본주의’니까, ‘조국은 자본주의를 전복하려는 혁명주의자’라고 말하려 했던 것일까? 성씨가 자본주의의 위대함을 칭송한 것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18세기 철학자인 이마누엘 칸트가 ‘현대식 자본주의를 지지했다’라며 너무 나가버렸다. 더욱이 현대 프랑스의 좌파 철학자로, 극좌로까지 불리는 질 들뢰즈와 알랭 바디우까지 자본주의를 지지한다고 우겼으니….

하헌기:결국 주요 철학자들이 자본주의를 지지하니까, ‘조국은 나쁜 놈(빨갱이)’이란 말이 된다. 이런 황당한 주장의 이론적 근거가 무려 칸트, 들뢰즈, 바디우라니 포복절도할 노릇이었다. 그러나 독자들에겐 이미지만 남는다. 저렇게 유식해 보이는 사람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엄청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니, ‘조국은 빨갱이이고 혁명을 꾀하는 자’라는 느낌이 굳어진다. 우리는 성씨에 대해 ‘네 주장의 근거 자체가 모두 엉터리’라고 폭로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상당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철학자의 권위를 엉뚱한 주장의 근거로 이용하는 행태는 깨야 한다.

ⓒ가로세로연구소 YouTube 갈무리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방송 모습.

그래도 들뢰즈와 바디우가 자본주의를 지지한다는 발상 자체는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다. 우파 유튜버들의 성향도 다양한 것 같다. 공통점은 ‘문재인 정부는 주사파 빨갱이다’라고 주장하는 정도인데, 그들을 분류해본다면?

임경빈:우리는 ‘우파’라기보다 ‘가짜 뉴스 유튜버’나 ‘가짜 뉴스 메이커’라 부른다. 우선 우파 유튜버계의 1세대 혹은 원조집이라고 부를 만한 집단이 있다. 우익 활동가 신혜식씨의 신의한수,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의 펜앤마이크(구독자 63만3000명), 강용석 전 의원과 김세의 전 MBC 기자의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구독자 54만7000명) 등이다. 이분들은 지상파나 종편에 패널로 나가본 경험을 백분 활용해서 기성 언론매체를 최대한 모방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우파 유튜브들과 확연한 차이점이다. 해악도 제한적이라고 본다. 타깃을 장년층 이상으로 맞춘 듯하고, (가세연은 좀 다르지만) 어휘가 나름 정제되어 있으며, 논조에서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려 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정통형 가짜 뉴스랄까.

재미는 없더라.

임경빈:그렇다. 우리도 ‘언젠가 신의한수를 때리겠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재미가 없어서 때릴 것도 없다.

하헌기:더욱이 우리의 관심 대상인 젊은 층이 정통형 가짜 뉴스들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는다. 그다음엔 (어떤 팩트를 제시한다기보다 기존 이슈의 평가에 초점을 맞추는) 논평가형 유튜버들이 있다. 우리는 우파 코인형(보수 시청자들의 돈을 겨냥한다는 의미)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윾튜브 이후 많이 등장했다. 신념형이라기보다는 시장을 발견하면서 몰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전까지 주로 책 소개, 연애 상담을 하다가 윾튜브의 대박 이후 정치 문제에 달라붙었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 20~30대 남성들에게 영향력이 크다.

최근 젊은 여성들이 우파 유튜버로 나서 페미니즘과 ‘주사파 빨갱이’ 정부를 성토하기도 한다.

하헌기:(주로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던 극우 소사이어티에서) 젊은 여성이라는 상징자본 자체가 비교우위를 가지는 듯하다. 여성 유튜버가 ‘페미니스트들이 하는 말은 모두 열등감 때문이야’라고 말하면, 젊은 남성들에겐 제법 호소력을 발휘한다. ‘나는 페미들 죽여서 여기까지 왔고, 좌파들 죽여서 여기까지 왔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여성 유튜버도 있더라.

임경빈:그리고 아스팔트형. 집회를 돌아다니며 ‘우파 코인’을 당기는 유형이다. 집회를 직접 주최하기도 한다. 집회나 방송에서 쉴 새 없이 욕하며 기행을 벌인다. 방청자들이 우습고 재미있어서 돈을 준다. 최근 많이 늘어난 유형이다.

우파 유튜버들끼리 죽기 살기로 싸우기도 한다. 서로 사생활까지 폭로하며 좌익·친중파·빨갱이 등으로 몰아붙이고, 여성 우파 유튜버들에게 성적인 욕설을 퍼붓는 남성 우파 유튜버도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임경빈:진심으로 상대가 좌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단 ‘경쟁자를 나쁜 놈으로 만들어야 내 장사가 잘되는데, 내가 아는 나쁜 말이 뭘까’ 고심하다가 떠올린 욕설이 좌익·빨갱이·친중파 등일 가능성이 크다. 이념 문제보다 개인적 감정이 폭발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가세연의 김세의씨와 다른 우파 유튜버 간에 시비가 빚어졌는데, 가세연의 공식 커뮤니티에 ‘그가 돈을 빌려갔는데 갚지 않는다’고 써버린다든지…. 기존 매체 종사자들이 보기엔 매우 뜨악한 일일 것이다.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이런 일을 떠벌리는 것이 언론 매체에서 가능한 일인가. 메이저 매체를 지향한다지만 행태는….

하헌기:심지어 우리에게도 우파 유튜버 관련 제보가 들어온다. 일상생활을 찍은 동영상부터 성매매 의혹까지. 조회수를 높일 수 있다고 해도 그들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춰 방송을 만들 생각은 없다. 우리는 젊은 친구들에게 ‘비판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보여주고 싶다. 기껏 남의 사생활이나 공격하려고, 직장까지 내던진 것은 아니다.

우파 유튜버들이 제도권 보수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이언주 의원처럼 정치인 자신이 극우 유튜버로 변신하기도 한다.

하헌기: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이 국회 의안과를 점거했을 때, 국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 아수라장 사이를 누군가 촬영하며 누비는데, 자유한국당 정치인들과 농성자들이 환호를 지르더라. 신의한수였다. 보수 쪽 정치인들이 유튜브에 굉장히 신경 쓴다. 농담 섞어 떠도는 말이지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논평을 예측하려면 그 전날 신의한수를 봐라’고까지 한다. 우파 유튜버 몇 명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다가 노란 딱지 붙었다’고 떠들어대니,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우파 유튜브 탄압’을 거론하지 않는가(노란 딱지는, 운영자인 구글이 유튜브 약관을 위배했다고 판정되는 유튜브에게 부여하는 노란색 달러 아이콘이다. 노란 딱지가 붙은 동영상에는 광고가 달리지 않는다). 홍준표 전 대표가 당 대표 내려놓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유튜브 정치다. 광화문에서 우파가 집회를 열면, 우파 유튜버들이 ‘이날은 다 나갑시다’라고 방송하고, 연단에 올라 발언하기도 한다.

ⓒ시사IN 이명익2019년 5월23일 보수 유튜버들이 광화문광장 집회를 현장 중계하고 있다.

우파 유튜버들은 노란 딱지를 정치 탄압이라고 하는데, 그럼 헬마우스엔 노란 딱지가 안 붙나?

임경빈:가짜 뉴스다. 그걸 소재로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헬마우스 영상에도 노란 딱지가 엄청 붙는다. 타깃을 정해서 공격하는 동영상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노란 딱지가 거의 100% 달리는 듯하다.

헬마우스는 자유분방하게 진행하면서도 근거 자료를 많이 제시하며 연출에도 꽤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말의 속도와 가끔 나오는 욕설까지 기획된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랩’을 들을 때처럼 귀에 ‘파파팍~’ 꽂힌다.

하헌기:유튜브 등 전체 영상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것을 카피하려고 노력한다. (구독자가 400만명에 가까운) 워크맨(예능인 장성규씨가 여러 알바를 직접 체험하는 내용)이나 보겸TV(게임 BJ 김보겸씨의 유튜브)를 많이 참조한다. 그 톤과 스피드를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료 발굴이나 원고 쓰기는, 헬마우스 구성원들이 모두 그쪽 전문가들이니 별 문제가 없었다. 방송작가 출신인 헬마우스(임경빈)가 원고를 쓰면 그걸로 회의하면서 포인트와 주제를 잡는 식이다.

임경빈:녹화할 때는 현장에서 ‘이건 좀 세게 해줘야 해’라거나, 욕설을 섞어 말하면 ‘자제하라’든가 ‘그건 세게 질러라’ 같은 주문을 받는다.

하헌기:헬마우스는 주 시청자가 30대다. 그래서 동영상의 길이에 엄청 신경 쓴다. 현재 15분 내외이지만 더 줄이고 싶다.

임경빈:편집 템포도 굉장히 빠르게 잡았다. 화면 단위가 아니라 음성 단위로 쪼갠다. 음성이 올라가는 중간에 잘라버리고 화면을 이어붙이니, 말이 ‘훠어억~’ 하고 지나가는 거다.

하헌기:편집 완성본이 나오면 돌려 본다. 사실관계가 의심스럽거나 쓸데없이 격한 표현이 섞여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두세 차례에 걸쳐 검수한다.

얼마 전 멤버십(유료 구독)을 시작했는데.

하헌기:노란 딱지가 붙어 유튜브 광고까지 달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멤버십을 열었다. 노란 딱지는 광고주들의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멤버십 체제에서는 콘텐츠의 경쟁력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임경빈:수익 모델로는 멤버십이 유튜버에게 훨씬 유리하다.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구조라서 구독자만 붙는다면 광고주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위험한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혐오 발언으로 약자를 공격하다가 광고를 붙일 수 없게 된 유튜버도 유료 구독자 덕분에 악성 채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하헌기:우리는 제도권 언론이나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뉴미디어 문법과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요즘 ‘90년대생이 온다’고 하던데, 우리는 40대 이상과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런 공론장을 만들고 싶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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