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2009년부터 연말 부록으로 ‘행복한 책꽂이’를 펴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독서 리더들의 면면은 바뀌었지만, 이들이 추천한 올해의 책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미디어에서, SNS에서 요란스럽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동굴 속 보석처럼 조용히 반짝이던 책들이 세상에 나온 기분이다.
 

조용히 나 자신과 마주 앉을 시간을 만들어주는 한 권의 시집도 있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기록도 있다. 물론 묵직한 인문학 서적도, 당장 펼쳐보고 싶은 역사 에세이도 있다. 올겨울, 이 반짝이는 것들을 품고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시기 바란다. 

 

독서 리더가 꼽은 올해의 책

독서 리더 33인(가나다순):권경원 권용선 김겨울 김다은 김민섭 김민식 김세정 김소영 김용언 김주원 김현 류영재 박원순 박해성 서정화 양승훈 오지혜 유종선 유진목 유희경 이강환 이기용 이슬아 이승문 이승한 정용실 정은영 정재웅 정홍수 조형근 천호선 최현숙 하명희

 

 

〈카이스트〉라는 드라마를 아시는지.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가 극본을 썼고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이공계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축구 로봇을 만드는 전자공학과 학생들과 인공위성을 만드는 인공위성연구센터 학생들이 핵심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가운데 물리학과 학생이자 인공위성연구센터에 출근하며 인공위성을 만드는 여학생 캐릭터가 한 명 있다. 재미있게도 드라마가 방송되던 바로 그 시기에 카이스트 물리학과에는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인공위성을 만드는 여학생이 실제로 있었다.

현실의 그 여학생이 당시 만든 인공위성 탑재체는 2003년 과학기술위성 1호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그는 인공위성과 우주방사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금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인공위성 개발과 우주방사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우주 날씨 이야기〉는 드라마 주인공의 모델이었다가 지금은 우주방사선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가 된 황정아 박사가, 아직은 생소하지만 현대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우주방사선에 대해 쓴 책이다.

태양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소중한 에너지를 공급해주지만, 치명적인 태양풍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 무시무시한 태양풍을 막아주는 것은 지구의 자기장이다. 지구의 자기장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생활에도 문제가 생긴다. 전기와 무선통신, 인공위성의 시대에는 지상의 날씨뿐 아니라 우주의 날씨도 중요하다. 현대사회의 최첨단 기기들은 태양의 강렬한 활동 한 번에 시스템이 크게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태양의 활동을 예측하고 우주적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태양폭발이 일어나면 국제 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들은 방사선을 차단할 수 있는 시설로 대피하고, 인공위성도 고에너지 하전입자들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로켓을 발사할 때도 우주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뉴스에서 날씨 예보를 보는 것처럼 앞으로는 우주 날씨 예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방사선 피폭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북극 항로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북극은 지구의 자기력선이 열려 있기 때문에 태양에서 오는 물질들이 지구 대기로 곧장 들어올 수 있는 통로다.

황정아 박사는 항공기 운항 고도의 우주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고,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주 날씨 이야기〉는 태양과 지구가 어떻게 얽혀 있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자세히 알려준다.

기자명 이강환 (천문학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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