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

“기자들에게 물으면 어때요?” 올해의 〈행복한 책꽂이〉를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다 출판계 관계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많은 매체가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대체로 출판평론가와 서평가 혹은 분야별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도 좋지만 신간을 가장 빠르게 접하는 기자들이 잘 알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시사IN〉 기자들은 매주 새로 나온 책을 접하고 신간을 소개한다. 책 담당 기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리스트는 다소 편향적이다. 기준은 오로지 기자 개인.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감춰지지 않는 가난이 지겨웠다. 일찌감치 상업계고 진학을 선택했다. 구만리 같다는 앞길이 너무 캄캄해서 자주 겁이 났다. ‘몇 학번이세요?’를 인사로 묻는 사회에 내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10년 차 기자가 된 지금도 교육 이슈 앞에서만은 중요성을 가늠하지 못해 허둥댄다.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지레 포기한다.

정확히 말하자. 한국의 교육 문제는 곧 대입 문제다. 대입을 둘러싼 이 사회의 풍경은 몹시 기이하다.

대통령이 앞장서 대입제도와 관련된 어젠다를 쏟아내고,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오간다. 우리 매체를 비롯한 거의 모든 언론이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하는 까닭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안다. 대입 전형에, 특히 서울 주요 대학 진학에 사활을 걸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과대 대표되어 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불우한 존재로 납작하게 재현된 특성화고 학생 또는 현장실습생을 저마다 고유한 관계 속에서 경험과 기억을 쌓아갔던 복잡하고 다채로운 ‘한 사람’으로 기억하기 위해 분투한 결과물이다. 2014년 숨진 특성화고 졸업생 김동준의 목소리로 출발한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서 철저하게 비가시화된 또 다른 특성화고 학생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지하철을 고치고, 자동차를 만들고,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는 등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일상에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묻는다. 한국 사회에서 존엄한 노동이 가능한지를.

20년 가까이 공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장윤호 교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요즘은 성적이 가정경제하고 거의 비례한다”라고. ‘걔네들은 다 잘하고 얘네들은 다 못하는’ 와중에 영양 상태마저 정확히 양극화된다. 얼떨결에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은 이은아씨가 학교에서 배운 건 체념과 단념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위험한 일을 하게 되고 사고당하고 그럴 수 있지. 억울한 마음은 들지만….” 특성화고에 다니며 현장실습을 앞두고 있는 유현지씨는 고용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 불안하다. “부당한 일을 당하면 참을 거 같아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까.”

대한민국 교육부의 슬로건은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다. 정말 그런가. ‘김동준들’의 죽음과 ‘김동준들’의 노동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학생인 동시에 노동자이기도 한 아이들에게 학교도, 회사도 비빌 언덕이 되어주지 못한다. 이는 산업재해이기도 하지만 ‘교육 재해’이기도 하다. 이 죽음을 막지 못하면 우리 교육이 실패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이 실패를 공유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한국 교육에 미래는 없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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