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

“기자들에게 물으면 어때요?” 올해의 〈행복한 책꽂이〉를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다 출판계 관계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많은 매체가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대체로 출판평론가와 서평가 혹은 분야별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도 좋지만 신간을 가장 빠르게 접하는 기자들이 잘 알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시사IN〉 기자들은 매주 새로 나온 책을 접하고 신간을 소개한다. 책 담당 기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리스트는 다소 편향적이다. 기준은 오로지 기자 개인.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했다. 

 

황교익은 내로라하는 ‘국민 비호감’이다. 떡볶이와 치킨이 맛없는 음식이라고 말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한국인이 즐기는 몇몇 음식이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했다가 ‘친일파’라는 비난도 받았다. 유튜브에는 ‘황교익 저격’ 방송까지 돌아다닌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황교익 TV’에는 ‘오늘도 욕하러 댓글 답니다. 내용은 안 봐요’라는 댓글이 올라 있다.

굉장한 조리돌림인데도 그는 끄떡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떡볶이와 치킨이 왜 맛없다고 한 건지, 현대 한국인이 먹는 음식이 얼마나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지 되풀이해 지치지도 않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황교익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너무 가르치려 해서일 수도 있고, 비판자에게 사나워서일 수도 있다. 천일염이 비위생적이다, 청매실에 독성이 있다 같은 주장은 이해당사자로부터 커다란 반발을 불렀다. ‘전라도 음식이 맛있다는 건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말은 또 얼마나 큰 논란을 일으켰나.

그런데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왜 그는 숱한 비난과 후폭풍을 감수하면서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걸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쉽다. 그가 ‘관종’이거나 백종원의 인기를 탐하는 거라면 대중이 듣기 불편한 이야기를 저리 계속할 리 없다. 다 떠나서, 단편적으로 소개되는 황교익 ‘논란’ 말고 그가 정작 어떤 주장을 펼쳐온 사람인지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인터넷 위키백과 따위에 등장하는 그의 발언과 행적은 얄팍하기만 하다.

음식 이야기는 만만한 게 아니다. 누구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름 걸고 말할 때는 주저주저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어떤 음식의 정체성에 교과서적 서사가 확립된 것도 아니다. 황교익은 3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팠다. 미식 담론이 신문 한구석의 ‘식당 소개’ 꼭지에 지나지 않던 1990년대부터 그는 ‘사회적 미각’이란 주제를 붙들고 있다. 지금 음식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황교익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에 관한 단편적인 논란이, 중·장편적인 그의 음식 궤적을 덮어버릴 순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는 이런저런 논란에 대한 황교익의 화답이다. 그가 페이스북에서 대중과 싸우는 시간에 호흡이 긴 책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마침맞다. 떡볶이와 치킨, 한식 세계화 그리고 정치까지,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 나는 그의 주장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는다. 제대로 논쟁이 붙어야 할 부분도 있다. 다만 ‘신화’처럼 관성화된 우리 미각에 돌을 던져야겠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그의 맥락을 이해한 뒤에야 우리 사회에서 황교익의 쓸모가 다했는지, ‘포스트 황교익’은 누구인지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책 출간 직후 그는 말했다. “이 책, 불편하면 버려도 됩니다.” 이런, 또 비호감인가.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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