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떠난 도시, 그 후 6년
  • 김동인 기자
  • 호수 641
  • 승인 2019.12.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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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스빌 이야기〉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세종서적 펴냄

 

〈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

“기자들에게 물으면 어때요?” 올해의 〈행복한 책꽂이〉를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다 출판계 관계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많은 매체가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대체로 출판평론가와 서평가 혹은 분야별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도 좋지만 신간을 가장 빠르게 접하는 기자들이 잘 알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시사IN〉 기자들은 매주 새로 나온 책을 접하고 신간을 소개한다. 책 담당 기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리스트는 다소 편향적이다. 기준은 오로지 기자 개인.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했다. 

 

미국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제인스빌은 6만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다. 이곳을 지탱하는 힘은 제조업,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굳건해 보이던 제너럴모터스(GM)의 SUV 생산기지였다. 주민 다수가 GM 공장이나 협력업체 공장에서 일했다. 안정적인 급여, 정년 보장, 연금 수령, 건강보험 제공 등 정규직 제조업 일자리는 도시를 번영시켰다. 그러나 2008년, 종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파도가 몰아친다. GM 본사가 제인스빌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워싱턴포스트〉의 베테랑 저널리스트 에이미 골드스타인은 이 작은 도시의 위기가 오늘날 미국 사회를 대변하는 중요한 표상이라고 생각했다.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인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실질임금은 줄어들었으며, 그 여파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책의 원제가 ‘An American Story’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이 도시 주민들이 겪은 다양한 삶의 궤적을 쫓으며 점차 분열해가는 도시를 담담하게 비춘다.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논픽션이지만 구성과 전개는 흥미진진하다. 소설처럼 여러 등장인물이 교차로 나오며 각자의 시선에서 위기에 대응해나간다. 정치인, 지역 운동가, 교사, 퇴직 노동자, 아이들의 시선이 교차할 때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처절한 생의 투쟁이 이어진다.

이 책이 결국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도 이 구성 때문이다. 초반부 2008년만 하더라도 주민 대부분은 “잘될 거야.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자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더 질 낮은 일자리로 향하게 된다. 점차 도시는 ‘두 개의 제인스빌’로 나뉜다. 여전히 낙관주의의 전통을 유지한 채 위기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믿는 이들(특히 도시의 지도층)과, 반토막 난 소득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이들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공동체는 점차 허약해진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해볼 부분이 블랙호크 기술전문대학으로 대표되는 재교육 시설이다. 직업교육을 확충하면 노동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제인스빌은 보여준다. 직업교육이 직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가와 정치인, 언론이 쉽게 얘기하는 ‘노동의 질적 유연성’은 단순히 구상만으로 현실화되지 않았다.

기술 발전으로 점차 일자리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노동 전환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당장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군산 GM 공장 폐쇄, 톨게이트 노동자 문제 등 우리 주변의 문제도 계속 떠오르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충분히 대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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