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웅재바 ‘리퀴드 소울’의 김설희 매니저 겸 바텐더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바텐더들은 정해진 휴식 시간이 없다.

생애 처음 마셔본 칵테일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맛은 생생하다. 그것은 대학생의 맛이었다. 노안인 친구가 편의점을 ‘뚫어’ 얻은 비릿한 맥주와는 달랐다.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따라주는 그 정당하고 싱싱한 액체에 모두가 홀렸다. 매번 무언가를 축하하고 즐겼다.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나는 어느 날 새벽, 셔터를 내리던 칵테일 바 직원의 수심 가득한 얼굴에 놀란 적이 있다. 짓궂은 주정을 부리는 친구들에게도 웃는 낯으로 대하던 이였다. 지난밤도, 밝아올 낮도 그에게는 축제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몇 번 더 비슷한 광경을 보았다. 나보다 불과 서너 살 많아 보였던 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때는 별로 궁금하게 여기지 않았다. 

ⓒ신웅재


 

기자명 사진 신웅재·글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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