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마셔본 칵테일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맛은 생생하다. 그것은 대학생의 맛이었다. 노안인 친구가 편의점을 ‘뚫어’ 얻은 비릿한 맥주와는 달랐다.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따라주는 그 정당하고 싱싱한 액체에 모두가 홀렸다. 매번 무언가를 축하하고 즐겼다.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나는 어느 날 새벽, 셔터를 내리던 칵테일 바 직원의 수심 가득한 얼굴에 놀란 적이 있다. 짓궂은 주정을 부리는 친구들에게도 웃는 낯으로 대하던 이였다. 지난밤도, 밝아올 낮도 그에게는 축제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몇 번 더 비슷한 광경을 보았다. 나보다 불과 서너 살 많아 보였던 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때는 별로 궁금하게 여기지 않았다.
-
깜빡깜빡, 도시의 등대
깜빡깜빡, 도시의 등대
사진 주용성·글 이동은(영화감독)
밤이 깊어갈수록 어둠이 짙어갈수록 이곳은 섬이 되어가요. 형광등 불빛이 등대처럼 보인다면 당신은 길 잃은 배의 선장일 테지요. 무인도는 아니에요. 여기에도 사람이 있답니다. 형광등...
-
‘좋은 노동’이 왜 싸구려인가
‘좋은 노동’이 왜 싸구려인가
사진 변백선·글 최현숙(〈작별 일기〉 저자)
대부분의 임금노동은 자본과 신자유주의를 강화한다는 면에서 ‘노예노동’의 측면이 크다. 게다가 대공장 중심의 남성 노동들은 대부분 생태를 파괴하는 ‘나쁜 노동’이다. ‘돌봄노동의 사...
-
우리 안의 이웃
우리 안의 이웃
사진 김옥선·글 윤고은(소설가)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구름은 일정한 속도로, 무빙워크를 타고 이동하듯 흘러간다. 그는 시야에서 구름이 사라질 때까지 그곳을 바라보고 서 있다. 단지 시선을 옮기지 않는 ...
-
빼앗긴 신성
빼앗긴 신성
사진 김문호·글 이문재(시인)
아닙니다. 노동은 신성하지 않습니다. 노동이 신성하다면 노동자가 이토록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이 아니라 노동자가 신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삼스러운 말씀이지만 우...
-
땀으로 빚은 불꽃
땀으로 빚은 불꽃
사진 정택용·글 전혜원 기자
기계가 없앨 일자리를 그토록 걱정하면서도 우리는 남의 노동에 냉소한다.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에게 하이패스의 편리함을 설교하듯이. 자동차 내연기관 부품인 실린더라이너를 만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