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품들은 당당하다. 휴지도, 박스도, 밀대도 창고에서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한다. 그것들에 기대어 한숨 돌리는 손은, 몸은 조심스럽다. 엉거주춤하게 앉아 발 한번 마음 편히 뻗지를 못한다. 혹여 냄새라도 날세라, 끼니에 온기 하나 없다. 내가 이것들보다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무어냐. 부지런히 일해서 나를, 내 식구를 먹여살리는데 어째서 비품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 여자라고 밥숟갈의 무게가 다르지 않을진대, 어째서 노동에 대한 예우는 이다지도 가벼우냐…. 청소노동자로 직접 고용되기까지 10년, 앞으로 쉴 권리를 인정받기까지는 얼마나 또 긴 시간이 필요할까. 지하 3층 비품들이 지상의 젠체하는 인간들의 품위를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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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안에 있어요
당신은 이 안에 있어요
사진 강영호·글 김세희(소설가)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운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한없이 구체적인 행위 속에서 점점 나는 나를 익명으로 느낀다. 내가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통로이고 전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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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노동’이 왜 싸구려인가
‘좋은 노동’이 왜 싸구려인가
사진 변백선·글 최현숙(〈작별 일기〉 저자)
대부분의 임금노동은 자본과 신자유주의를 강화한다는 면에서 ‘노예노동’의 측면이 크다. 게다가 대공장 중심의 남성 노동들은 대부분 생태를 파괴하는 ‘나쁜 노동’이다. ‘돌봄노동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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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년 전 영화처럼
124년 전 영화처럼
사진 신희수·글 조기현(〈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1895년 프랑스, 공장에서 바삐 퇴근하던 노동자들이 한 카메라에 찍힌다. 뤼미에르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은 영화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자 노동자들을 찍은 첫 번째 영화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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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신성
빼앗긴 신성
사진 김문호·글 이문재(시인)
아닙니다. 노동은 신성하지 않습니다. 노동이 신성하다면 노동자가 이토록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이 아니라 노동자가 신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삼스러운 말씀이지만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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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시선]청소 노동자의 쪽지시험, 이런 갑질도 있구나
[기자들의 시선]청소 노동자의 쪽지시험, 이런 갑질도 있구나
이오성 기자
이 주의 보도자료‘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이하 지리산사람들)은 7월7일 지리산국립공원 세석대피소의 전기 인입 계획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세석대피소는 석유 발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