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서기화씨(63)가 지하 3층 창고에서 쉬고 있다. 간단한 아침 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한다.

비품들은 당당하다. 휴지도, 박스도, 밀대도 창고에서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한다. 그것들에 기대어 한숨 돌리는 손은, 몸은 조심스럽다. 엉거주춤하게 앉아 발 한번 마음 편히 뻗지를 못한다. 혹여 냄새라도 날세라, 끼니에 온기 하나 없다. 내가 이것들보다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무어냐. 부지런히 일해서 나를, 내 식구를 먹여살리는데 어째서 비품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 여자라고 밥숟갈의 무게가 다르지 않을진대, 어째서 노동에 대한 예우는 이다지도 가벼우냐…. 청소노동자로 직접 고용되기까지 10년, 앞으로 쉴 권리를 인정받기까지는 얼마나 또 긴 시간이 필요할까. 지하 3층 비품들이 지상의 젠체하는 인간들의 품위를 비웃는다.

ⓒ시사IN 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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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사진 신선영·글 김은화 (〈나는 엄마가 먹여살렸는데〉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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