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성

밤이 깊어갈수록 어둠이 짙어갈수록 이곳은 섬이 되어가요. 형광등 불빛이 등대처럼 보인다면 당신은 길 잃은 배의 선장일 테지요. 무인도는 아니에요. 여기에도 사람이 있답니다. 형광등 하나가 불안처럼 깜빡입니다. 처음 스위치를 켠 후 단 한 번도 밤낮 꺼지지 않은 불빛이에요. 시작은 동시에 다 함께였는데 한 등만 먼저 모스부호 같은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남은 형광등은 서로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지속해서 빛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버티다 소진되어가는 걸까. 그 물음에 저는 답하지 못하고 잠시 이 섬에 제 허기를 덜고 어둠 속으로 또 나아갑니다. 

기자명 사진 주용성·글 이동은(영화감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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