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철

2호선으로 출퇴근하던 시절에는 지하철이 제때 오지 않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늦어지는 만큼 더 많은 사람이 탈 테고, 문 여닫는 시간이 점점 지연될 거고, 미어터지는 지하철 안에 내가 체류하는 시간 또한 길어질 테니까. 그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오로지, 이 일을 견디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뿐이었다. 이 시공(時空)이 내게만 숨막히는 게 아니니까 나도 버텨야 한다는, 남들 다 하는 일이니 나도 그럴 수 있다는 믿음.

하지만 이따금 궁금하다. 그때 나와 어깨를, 때로 거의 온몸을 스친 어떤 사람에게는, 나야말로 무표정하게 일상을 견디는 남처럼 보였을까. 내가 유난이었을까. 죽지 않으려고, 그러나 죽을 것 같은 느낌으로 일터를 오가는 사람은, 과연 나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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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사진 이갑철·글 박서련(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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