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선량한 차별주의자〉를 펴낸 김지혜 강릉원주대 교수.

4개월 전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지난여름, 김지혜 강릉원주대학 교수(다문화학과)를 만났을 때 그는 첫 단독 저서인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당황스럽다고 했다. 총 4만여 권이 나갔다. 그사이 확인한 건 사람들의 “평등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었다. 김지혜 교수가 2019년 출판인이 꼽은 ‘올해의 저자’로 선정됐다.

평범한 우리 모두 ‘선량한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고 말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올해의 책으로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지금 현재의 이슈를 잘 잡아 정곡을 찌르는 책을 쓴다면 대중도 호응한다는 점을 보여주어 책의 미래, 출판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정말 고무적인 일이었다’ ‘보편적인 사회적 이슈에 대해 활발히 발언하는 젊은 여성 필자, 논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존재감만으로도 소중했던 책이다’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논의를 무겁지 않게 잘 풀어내는 것 같다’ 등등. 편집자들의 추천 이유를 들려주자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의 글이나 발언을 통해 만들어졌다. 나의 작업으로만 부각되는 게 부담스럽다.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그의 말대로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 등 혐오와 차별 이슈가 우리 사회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축적해놓은 걸 잘 전달하고 싶었다. 더 이상의 청탁을 대부분 거절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강연 요청이 이어졌다. 크고 작은 서점과 학교 등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평등해지면 좋겠는데 정말 될 수 있을까’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가능한 일처럼 상상해볼 수 있었다. 실제로도 많이 바뀌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강연 요청이 있을 때 서울보다는 지역을 선호한다고 담당 편집자가 귀띔했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다. 본인의 거주지도 강원 원주다. 특히 교사들의 요청이 많았다. 지역과 관계없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올해의 저자’ 선정 소식에 최지수 창비 담당 편집자도 기쁜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순전히 독자들의 힘으로 책이 퍼져나갔다. 원고가 좋아서 열심히 만들고 홍보했지만 반응이 예상을 넘어섰다. 특히 독서모임에서 많이 다뤄주었다. 좋은 책은 독자들 사이에도 소문이 난다는 걸 목격하며 편집자로서 힘을 얻었다.” 그 밖에도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섬세한 관찰자’인 은유 작가(〈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김혼비 작가(〈아무튼, 술〉) 등이 출판인 다수의 추천을 받았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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