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출판계는 도서정가제 퇴보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11월,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폐지 여론의 반대편에는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향한 오랜 열망이 있다. 출판인들에게 ‘올 한 해 관심 있게 지켜본 출판계 이슈’에 관해 물었다. 도서정가제의 퇴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한 응답자의 말대로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 수정 보완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편집자는 ‘출판계 자체의 여론 선도력이나 대응력’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도서정가제 시행 후 몇 년간의 명암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2020년에도 관련 논의가 출판계의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출판계가 주목한 또 다른 키워드는 밀레니얼 세대, 북 유튜버, 독립출판, 여성 작가, 페미니즘 등이다. 지난해 〈90년생이 온다〉 출간 이후 밀레니얼 키워드의 책이 대거 쏟아져 그 관심을 반영했다.

독립출판의 가능성에 주목한 편집자들은 독립출판물이 제도권 출판사의 눈에 띄어 재출간되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지켜봤다. 독립출판물 저자가 직접 출판사를 차리기도 한다. 응답자 중 한 명은 ‘이제 출판은 제도권 출판사만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되었고, 1인 출판사도 큰 출판사와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문학 분야 등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작가들이 활약한 해이기도 했다. 구독 형태 면에서 무제한 전자책 대여 서비스 ‘밀리의 서재’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반일 종족주의〉는 왜, 누가 읽나를 한 해 내내 근심했다’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의 번역자’로는 ‘행간 사이의 숨겨진 의미까지 정확하게 번역해낸다’는 평가를 받은 김명남 번역가와 과학과 인문을 넘나드는 노승영 번역가가 고른 추천을 받았다. 각각 2015년, 2014년 ‘올해의 번역가’로 꼽혔던 이들은 매년 꾸준히 출판인 다수의 추천을 받고 있다. 페미니즘 분야의 책을 활발하게 번역한 노지양 번역가도 자주 언급됐다.

올해 나온 책 중 예상보다 반향이 적어 아쉬운 책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의견이 모아지기 어려운 항목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아까운 걸작’이 달랐다. 그만큼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양서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낮은산 출판사의 ‘페미니즘 프레임’ 시리즈가 다수 언급된 건 인상적이다. 우리 자신과 일상을 ‘페미니즘’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들여다보는 기획이다. 올해는 류은숙 인권활동가의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를 시작으로 장소, 몸, 결혼에 대해 응시한 책들이 나왔다. 한 응답자는 ‘젠더에 대한 사유가 이끌어낸 눈에 띄는 기획이다. 시리즈라는 연속성을 가지고 한 주제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는 출판사의 시도에 독자로서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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