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초등학생 시절 초고도비만이었다. 사춘기 때 자존감도 떨어지고 위축되곤 했다. 그에게 자존감을 되찾아준 곳은 뜻밖에도 동네 합기도 도장이었다. “모두 똑같은 도복 차림이라 꾸미는 것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몸가짐이 터프하다고 타박하는 사람도 없었다.” 대입 시험이 끝나고 시작한 무술 수련은 박은지씨(37)의 인생행로를 바꾸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해 도서관 사서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운동처방사로 방향이 바뀌었다.”

3년간 삼각김밥으로만 연명하며 도장에 붙어살다시피 했다. 체중은 37㎏이나 빠졌지만 좀 더 건강한 체중감량법과 운동법을 익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체육교육학과에 편입해 석사학위와 함께 1급 운동처방사 자격증을 땄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건강센터에서 7년간 실전 경험도 쌓았다.

그가 쓴 〈여자는 체력〉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보통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는데, 여기에 체력 증진과 자기방어라는 동기를 부여했다.

지난 9월부터 운동주치의 개념을 지향하는 ‘프롬더바디’라는 법인을 공동운영 중인 그는 여성의 자기방어 훈련 보급에도 열심이다. 합기도를 비롯해 주짓수·태권도·복싱 등 각종 격투기를 섭렵한 경험과 누구보다 여성이 처한 환경을 잘 이해하는 그가 제시하는 처방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난처한 상황은 도처에 널려 있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 이른바 ‘태세 갖추기’다. 위험한 사람이나 상황에서 심리적·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방어의 네 가지 원리’를 이용한다. 첫 번째가 ‘밀당당밀’이다. 상대방이 밀면 나는 당기고 상대가 당기면 나는 그 방향으로 더 빨리 움직인다. 두 번째가 손가락 펴기다. 손목을 잡혔을 때 다섯 손가락에 힘을 줘 펴기만 해도 강한 힘을 전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양손 합장이다. 한 손만으로는 힘들 때 두 손을 합장해 비틀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네 번째는 다른 부위 활용하기다. 손을 잡히면 발을 이용하고 발을 잡히면 몸통을 이용해 빠져나온다. 어떤 상황에서건 겁먹거나 위축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허리, 복근, 엉덩이 등 몸통 부위의 코어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코어근육 강화는 팔다리 운동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다음이 간단한 타격기 연습이다. 무릎이나 발로 상대의 급소를 차거나 한 손으로 상대의 눈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턱을 미는 동작 등이 효과적이다. 마음에 드는 한두 가지 기술을 수천수만 번 반복하면 누구라도 자기 몸은 지킬 수 있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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