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님 말씀 정확하게 틀렸네요
  • 김동인 기자
  • 호수 640
  • 승인 2019.12.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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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의 주장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시간 위반 처벌 규정도 한국에만 있지 않다. 주 52시간 상한제는 노동시장 성별 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연합뉴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월6일 서울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했다.

12월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대 강의실을 찾았다. 강연자로 연단에 오른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며 주 52시간 상한제를 문제 삼았다. “정부의 문제는 주 52시간제를 안 지키면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나라는 세계적으로 없다. 젊은 사람들은 애들 키우고 돈 쓸 데가 많아 일을 더 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상한제가) 그걸 막아버린 것이다. (한국은) 좀 더 일해야 하는 나라다.”

황교안 대표의 주장은 주 52시간 상한제에 대한 ‘흔한 오해’가 중첩된 발언이다. 우선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시각이다. 황 대표는 “집중적으로 밤 잠 안 자고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이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있었던 모습”이라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한국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18년 기준으로 1967시간에 달한다. 그나마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상한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한 덕에 지난해 처음으로 연 2000시간 아래로 줄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전체 통계를 놓고 봐도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도드라진다. 한국은 2017년 기준 멕시코(2257시간)에 이어 두 번째(2024시간)로 연간 노동시간이 많은 나라다. OECD 평균(1746시간)보다 연 278시간 정도를 더 일한다. OECD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 비율도 25.2%로 OECD 평균 11%를 상회한다. 반면 한국인이 하루 중 일 이외에 갖는 일상생활(식사·수면 등)과 여가시간은 평균 14.7시간으로 OECD 평균(15시간)에 미치지 못한다.

황 대표가 언급한 처벌 문제는 사실과 다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노동시간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무거울 수 있지만 처벌 규정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독일은 최대 1만5000유로(약 2000만원) 과태료가 부가되며 사용자 측의 고의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대 1년 자유형(징역·구금·구류 등) 또는 벌금에 처한다. 프랑스·영국 등은 벌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도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만 엔(약 3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된다.

2018년 2월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주 52시간 상한제가 실질임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없지는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연장근로시간 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효과 분석〉에서 주 52시간 상한제로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이 월평균 11.5%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감소 비율은 평균 17.3%에 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그만큼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없앨 게 아니라,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외되어 있는 기존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황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애들 키우고 돈 쓸 데가 많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보육을 비용으로, 해결책을 장시간 노동에 따른 ‘추가임금’으로 전제한 발언이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은 보육비용을 늘리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동한다. 국미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노동시간 단축과 젠더〉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초과근무를 밥 먹듯 하는 남성 임금노동 뒤에는 보이지 않는 여성의 가사노동(무급 노동)이 전제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시사IN 신선영한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많은 나라다. 울산광역시 현대중공업에서 퇴근하는 인파가 몰려나오고 있다.

무급 노동시간의 성별 격차

아래쪽 〈표〉는 2018년 기준 한국과 OECD 회원국의 1일 평균 성별 노동시간 분포표다. 한국 여성의 1일 평균 무급 노동시간은 227.3분, 유급 노동시간은 273.3분이다. 반면 한국 남성은 1일 평균 무급 노동 45분과 유급 노동 421.9분을 수행한다. 반면 OECD 회원국 평균은 비율이 다르다. 여성은 무급 노동 264.8분과 유급 노동 211.4분을, 남성은 무급 노동 135.7분과 유급 노동 313.8분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OECD 회원국의 가장 큰 차이는 무급 노동시간의 성별 격차다. OECD 회원국은 여성과 남성의 무급 노동시간 차이가 약 2배 수준이지만, 한국은 5배가 넘는다. 총 노동시간 격차는 크지 않지만 남성의 장시간 노동 비중이 높고, 반대로 가사노동을 비롯한 무급 노동의 책임이 여성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근과 휴일근무 따위로 대표되던 ‘한국식 근면성실함’은 사실상 남성 중심 사회 덕분에 유지할 수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주 52시간 상한제 확대는 이 같은 노동시장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장시간 노동 해결은 결국 저출산 문제의 장기적인 대책이기도 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적정 노동시간 이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오히려 양육비를 절감케 한다. 양육비용을 보전하는 것보다 시간을 보전하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간은 임신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경제적 영향〉 보고서는 여성의 주당 노동시간이 1시간 증가할 경우 여성이 1년 이내 임신할 확률이 0.34%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했다.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황에서 노동시간만 놓고 볼 때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12월11일 50인 이상~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상한제 적용을 1년 유예했다.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은 노동자 건강권 확보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주 52시간 상한제에 대한 오해와 달리 복잡하게 꼬인 임금체계, 뒤틀린 성별 노동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 대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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