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손배 소송은 끝나지 않았다
  •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 호수 639
  • 승인 2019.12.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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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지 그림

쌍용자동차 2009년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경찰청 인권침해조사 결과가 나온 지 1년이 되었다. 지난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은 쌍용자동차 강제진압을 비롯해 자체 인권침해조사가 마무리되었다며, 국가폭력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국가폭력 피해’를 인정받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지연된 사과는 희생과 상처만 남겼다. 이 기간에 쌍용차 노동자들은 서른 명의 희생자를 떠나보냈다. 지연된 사과조차 온전한 사과는 아니었다.

국가폭력 피해자인 쌍용차 노동자들이 강제진압에 저항한 일은 여전히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할 족쇄로 남았다. 사과는 했지만 소송은 계속된다. 머리 숙여 사과한 그날 그 자리에서 민갑룡 청장은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활용된 국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두고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경찰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등을 상대로 2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1심과 2심을 거쳐 11억6760만원이 선고되었고, 여기에 지연이자가 붙고 있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면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할 금액은 21억원 상당이다).

사과한 경찰청장 “소송은 계속 진행”

이는 회사 측인 쌍용차에도 좋은 빌미가 되었다. 회사는 ‘국가폭력 진상조사 결과를 두고 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다, 경찰청장이 사과한 후 당시 진행 중이던 손배 소송을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조사 결과 이후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열리는 첫 재판임에도 회사는 오히려 당당했다. “국가도 손해배상 취하를 안 하는데 회사가 하겠나?” 노동자들은 다시 한번 절망했다.

회사가 쌍용차지부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상대로 건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있던 11월15일은 종일 비가 내렸다. 차마 선고를 보지 못하겠다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아무도 법원에 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딱 한 명이 법원에 나왔다. 손배 철회를 외치며 고공 농성을 벌이던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었다.

그는 올 1월 경찰이 손배 청구를 취하하지 않아 첫 월급 가압류까지 당했다. 손배·가압류의 무서움을 가장 최근 경험한 처지에서 기약 없는 손배 판결을 생각하면 늘 불안했다고 한다. 김 사무국장은 회사 손배 판결이 국가 손배 판결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척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조사 과정에서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과 함께 쌍용차 사측이 공모한 정황이 노조 파괴 문건으로 드러난 바 있다. 김정욱 사무국장은 국가폭력에 회사도 일정 부분 공조한 책임이 있으니 2심 재판부가 회사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등법원 판결 결과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는 국가 손배 대법원 판결의 미리보기나 마찬가지였다.

항소심 재판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선고는 단 한 줄이었다. “쌍방 항소를 기각한다.” 법원 밖으로 나온 김정욱 사무국장은 한탄했다. “뭐 이래요. 뭐가 이렇게 짧아요. 어떻게 이런 선고를 하면서 설명 한마디가 없어요!”

2013년 1심 재판부는 금속노조가 회사에 33억114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배상금은 6년 동안 지연이자가 붙어서 현재 8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동안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쌍용차 사태 해결에 앞장서 목소리를 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나, 국가가 제기한 손배조차 꿈쩍하지 않고 있다. 강제진압 책임을 두고 경찰청장의 사과까지 받았는데도, 소송은 그대로다.

김정욱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다한 게 아니라 사실상 할 수 없었던 것까지 찾고 찾아서 했어요. 오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한 거고요. 맞죠?” 이 최선에 답을 주어야 할 책임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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