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39
  • 승인 2019.12.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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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사회와 보통사람의 시대
이정전 지음, 여문책 펴냄

“사회가 약간만 바뀐다면 과거처럼 생각하고 행동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획기적으로 바뀐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된 시대. 낙수효과는 이미 철 지난 얘기고, 소득주도 성장 또한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것이 경제학자인 저자의 주장이다. 소득 증가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디스토피아를 얘기하려는 책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대량실업’을 넘어선 ‘완전실업’의 세상은 재앙이 아닌 축복일 수 있다. ‘밥벌이의 지겨움’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오랜 꿈이었으니까. 다만 기본소득, 사회안전망 등 대비책을 손질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식의 시대착오적 노동관부터 바꿔야 한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혁명을 얘기하는 책이다.

 

 

 

 

 

 

 

 

나쁜 교육
조너선 하이트·그레그 루키아노프 지음, 왕수민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그러나 나는 아직도 내 주장이 옳다고 느끼므로, 계속 그것을 밀고 나가겠습니다.”

인헌고 사태 등 최근 한국 사회 내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할 때 논쟁을 넘어 ‘공격’으로 비화한다. 발언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말의 ‘영향’이 공격의 빌미가 된다. SNS를 통해 군중들도 가세하면 애초 논쟁의 내용은 중요치 않고 ‘승리’만이 중요해진다. 미국 사회심리학자와 변호사이자 교육 전문가인 저자들이 본 미국 대학 캠퍼스의 상황이 정확히 그러하다. 책은 미국 대학 캠퍼스에 퍼진 ‘대단한 비진실(Great Untruth)’을 포착한다. 정치 양극화, 양육방식의 변화, 자유 놀이의 감소, 정의에 대한 고조된 열정 등의 비진실의 배경을 분석한다. 한국의 과도한 학원 열풍과 빈약한 자유 놀이 시간도 본문에서 언급된다.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봄날 지음, 반비 펴냄

“이 세상은 돈만 주면 못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20여 년 동안 성매매를 경험한 여자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성매매를 경험한 여자는 멸시와 혐오 표현으로만 호명돼왔다. 그의 일생에 무수한 폭력과 착취가 배회했지만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다. 그 자리를 메운 건 ‘강제냐 자발이냐’ ‘착취냐 아니냐’라는 질문뿐이었다. 고유한 역사를 가진 한 명의 개인으로서 저자는 자신의 삶을 말하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딸이면서 가난을 짊어진 여공이었다. 빈곤은 폭력으로 이어지고, 폭력은 그를 거리로 내쫓았다. 끊임없이 자기혐오에 시달렸던 당사자가 꺼낸 기억에는 유독 물음표로 끝나는 문장이 많다. ‘착취당했던 여성들의 삶은 누가 기억해줄까?’ 숱한 물음표 중 하나는 사회가 답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도하타 가이토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펴냄

“사람은 진정으로 의존할 때 자신이 의존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돌봄 노동은 자주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불린다. 우리는 이미 많은 이들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 책은 돌봄과 의존에 대해 사회가 갖고 있던 편견을 깬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조현병·조울증 등 여러 정신 장애인들이 재활을 위해 모여 있는 돌봄 시설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대체로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지만, 작은 자극에도 평화가 깨지는 순간이 생기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며 치료가 아닌 돌봄이라는 행위에 주목한다. 치료는 의사와 환자라는 상하 관계를 만들지만, 돌봄은 신뢰와 친밀함을 바탕으로 상대의 취약함을 보듬는다. 누구나 의존하고 돌봄을 받을 수 있을 때 일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시 오름
김연수 글·그림, 우리나비 펴냄

“우린 좀 천천히 둘러보며 걸어가려 한다. 귤꽃 향기 가득한 5월의 어느 날을.”

부부는 오랜만에 크게 숨을 쉬었다. 제주의 허파 같은 곶자왈에서였다. 남편의 투병 생활 이후 줄곧 평행선을 그리던 부부는 오름에 올라 나란히 섰다. 한참 동안 같은 곳을 바라봤다. 제주 파란집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25만 년 전에 만들어진 분화구, 그 안을 일상처럼 산책할 수 있는 제주에서 길게 이어졌던 불면은 사라지고 깊은 잠을 자게 된다. 책을 펴낸 ‘우리나비’는 그래픽노블 전문 출판사이다. 프랑스에서 만화와 일러스트를 공부한 만화가인 저자는 전작 〈알자스의 맛〉에 이어 또 한 권의 책을 이 출판사와 만들었다. 병마와 싸우고, 몸이 아픈 남편만큼 깊이 우울해지는 아내의 모습은 날카롭게 그려질 법도 하건만 갈색이 주로 사용된 그림은 덤덤하고 따스하다.

 

 

 

 

 

 

 

 

시민 불복종 쫌 아는 10대
하승우 글, 방상호 그림, 풀빛 펴냄

“법을 무조건 어길 필요는 없지만 무조건 따라야 할 이유도 없어.”

〈시민 불복종〉 저자이자 미국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전쟁에 쓰일 세금 납부를 거부하다가 투옥된 적이 있다. 감옥에서 그는 말했다. “나는 법 이전에 정의를 따르겠다”라고. 저자는 소로처럼 약간 ‘삐딱한’ 사람이 있어야 세상이 진보한다고 말한다. 흑인 민권운동의 도화선이 된 로자 파크스, 홍콩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조슈아 웡, 그리고 스웨덴 기후환경 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까지 ‘시민 불복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연결된다. 청소년은 미래 세대로 불리지만, 사실 사회가 변화해온 기점에는 대부분 10대의 목소리가 녹아 있었다. 청소년들을 위해 기획된 교양 입문서다. 대화 방식을 통해 사회학적 개념도 쉽게 풀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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