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아닌 ‘상식인’ 같은 지호
  •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 호수 639
  • 승인 2019.12.20 10: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IN 양한모

한때 포털 사이트에서 오마이걸 지호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지호 눈빛’이 나오곤 했다. 그만큼 그의 눈빛은 특별하다. 그가 출연한, 벤의 ‘헤어져줘서 고마워’ 뮤직비디오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 의미심장한 눈빛이기도 하다. 커다랗고 동그란 눈망울이 가장자리는 날카로워서, 가만히 있을 때에도 뚜렷하게 응시하는 듯한 눈빛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카리스마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도도해 보이기도 하고, 자아가 단단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호는 오마이걸의 리드보컬이자 리드댄서다. 가녀리고 곰살맞은 인상의 멤버가 많은 이 그룹에서 그는 비교적 훤칠한 몸과 또렷한 얼굴로 무대에서 중심이 되곤 한다. 예능에서 애교를 보여 달라고 하면 그는 지독히 어색해하고, 때론 거의 정색하다시피 하기도 한다. 팬 사인회에서 ‘잘생겼으면 오빠니까 나를 오빠라고 부르라’고 말한 팬에게 ‘잘생겨서 오빠라면 나를 오빠라고 불러야지’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특별한 인물이다. 걸그룹에게 애교로 정의된 특정 행동을 맥락도 없이 해내라고 하는 게 당연시되는 기괴한 문화 속에서 말이다. 다만 그룹의 이미지가 워낙 화사하고 상냥한 데다 그의 외모도 차가워 보이기도 해서 그것이 대단한 위화감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그의 단호한 매력으로, 또는 팀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 일종의 갭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마냥 뻣뻣한 것은 아니다. SNS에도 귀여운 사진을 종종 올리고, 누구보다 장난기와 유머가 많은 멤버이기도 하다. 엠넷(Mnet) 〈퀸덤〉에서도 그가 무대 밑에서 가장 눈에 띈 순간들은 한없는 애정을 담아 멤버들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요컨대 체감하기 어려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애교보다는, 자신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쩌면 연예인에게 가장 큰 미덕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지호는 그래서 ‘상식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오마이걸이 표현하는 세계를 유아, 비니를 주인공으로 삼은 하나의 이야기 같다고 한다면 그는 이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처럼 느껴진다. 리드보컬이라고 하면 보통 가장 격정적인 멜로디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감정적으로 벅차오르기보다는 조리 있게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그는 ‘비밀정원’의 시작부에서 발단을 들려주고, 후렴 직전에서 다시 감정이 치솟을 발판을 제공한다. 또는 ‘윈디 데이’나 ‘다섯 번째 계절’에선 다른 멤버들이 꿈결 같은 이야기를 한껏 풀어놓으면 맥락을 정리하면서 다음 대목으로 넘어가는 사회자 같은 역할을 맡는다(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의미의 ‘리드’ 보컬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오마이걸을 단순한 ‘청순 걸그룹’으로 생각했던 이들은 엠넷 〈퀸덤〉을 통해 훨씬 복잡한 정서적 결을 발견했을 것이다. 다정한 환상과 아름다운 꿈을 겹겹이 쌓은 속 깊은 인물과도 같은 세계다. 이를 듣는 이에게 직접 끌어와 들려주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해주는 안내역을 지호가 하고 있다. 억지스럽게 애교부리지 않고, 할 말을 딱 잘라 하면서, 누군가의 농담처럼 ‘살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눈빛을 반짝이며.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