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의 브로콜리 튀김
  • 김영화 기자
  • 호수 638
  • 승인 2019.12.1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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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행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2%로 4년 연속 최하위다. 같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32%로 뒤에서 7등을 기록했다.

미국 저널리즘도 위기다. 10년 전에는 지역 탐사보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 문제였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현재는 대통령이 기자들을 ‘국민의 적’으로 몰아세우고, ‘내 편 저널리즘’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열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비영리 언론사와 관련 기관 네 곳을 취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영리 언론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브로콜리 튀김을 만들고 있다.” 탐사보도센터(CIR) 크리스타 스카펜버그 대표 입에서 다소 엉뚱한 말이 나왔다. 탐사보도(브로콜리)를 어떻게 하면 재밌게(튀김) 전달할지 연구한다는 뜻이었다. 그 표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탐사보도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CIR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살펴보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스토리텔링이 강점이었다.

비영리 저널리즘 모델에서는 수익을 내거나 조회 수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롭다. 기자들이 오직 바라는 것은 ‘영향력’이었다. 목표가 바뀌니 뉴스룸 분위기도 달라졌다. 언론사 간 협업도, 아이디어 공유도, 멀티플랫폼 실험도 가능해졌다. 내가 만난 언론인들은 위기의식이 컸다. “지금은 경쟁할 때가 아니다. 협업할 때다. 머리를 맞대고 과거 방식과 이별해야 한다.” 비영리언론협회(INN) 수 크로스 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미국 저널리즘 위기가 초래한 탐사보도의 ‘빈틈’을 250개 비영리 언론사가 협업으로 메우고 있었다.

미국의 비영리 저널리즘 모델을 당장 한국 언론의 대안으로 삼기는 어렵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비영리 언론사의 수입원인 후원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다. 개인들의 소액 후원뿐 아니라 재단의 큰손 후원도 많다. 디지털 환경도 다르다. 한국 언론이 남발하는 자극적인 어뷰징 기사에 사람들의 냉소가 깊어졌다.

속보와 트래픽 경쟁 속에서 ‘브로콜리 튀김’을 만들 수 있을까. 경쟁보다 협업을 선택할 수 있을까. 태평양을 건너서 깊은 고민을 안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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