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진’의 커다란 여운
  • 임지영 기자
  • 호수 638
  • 승인 2019.12.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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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사진의 쓸모〉
정기훈 지음
북콤마 펴냄
〈소심한 사진의 쓸모〉정기훈 지음북콤마 펴냄

피사체에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을까? 가까이 가는 게 맞는 걸까?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는 늘 생각한다. 공감은 좋은 사진의 밑거름이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멀찍이 물러나지 못해 실패한 일보다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망친 일이 훨씬 많았다.’ 2005년부터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과 사소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광고탑과 굴뚝처럼 높은 데 올라간 노동자, 난생처음 집회에 나와 마이크를 잡은 나이 든 여성들, 공장에서 땀 흘리거나 추위를 견디는 사람들이 주로 그의 피사체였다. 그러는 동안 공장에서 일하던 어머니를 생각하고 미장일을 했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사진집을 예상했지만 가끔 글이 더 눈길을 붙든다. 평소 사진 아래 짧은 글을 붙여 독자와 만난다. 상황을 건조하게 전달하되, 생각과 느낌을 녹여내기 위해 궁리한다. 그 작업을 그림일기에 비유했다. 그의 말대로 ‘대개 사진과 글이란 게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일기장 아닌가 싶다’.

정면 사진보다 옆이나 뒷모습, 얼굴보다는 노동자의 손과 발이 시선을 붙든다. 그중에서도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사진을 찍는 동안 카메라 뒤에 숨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명 장비를 챙겨 갔지만 꺼낼 생각을 접었다. 사진을 고를 때 보니 웃는 사진이 많았다. 슬픔을 길게 말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말하는 데 시간을 들였기 때문이다. 아빠의 파업 현장에서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아이의 분홍 옷에서도 눈을 떼기 어렵다. 저자는 회사에서 지급한 몸집 큰 카메라 대신 작은 카메라를 메고 다닌다. 몸의 일부와 같아, 그의 지인들은 ‘찍힌다’는 사실을 의식할 새도 없이 찍힌다. A형의 삶을 살고 있다는 그는 ‘소심하다’를 ‘세심하다’라고 읽는다. 거리와 현장에서 포착한 ‘소심한 사진’의 여운이 겨우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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