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할 수 있는 지역 뉴스가 있다”
  • 샌프란시스코/글 김영화 기자·사진 신선영 기자
  • 호수 638
  • 승인 2019.12.1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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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는 미국 비영리 언론사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데일리 이슈나 속보를 다루지 않는 대신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시사IN 신선영지역 기반 비영리 언론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의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자도 많고, 빈자도 많다. 글로벌 부호 자산컨설팅업체 웰스엑스가 발행한 ‘2018 세계 초부유층 보고서’에 따르면 350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미국 내 초부유층(울트라 리치)의 거주지를 조사한 결과, 샌프란시스코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동시에 샌프란시스코에는 노숙자 8011명이 산다.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함께 미국에서 노숙자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한 곳이다. 면적 대비 밀집도로 따지면 전국 1순위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는 부보다 빈곤이 더 잘 보였다. “음식을 살 돈이 필요합니다.” “개가 굶고 있어요.” 샌프란시스코 시청이 있는 시빅센터 역에 내리자 노숙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었다. 2~3m마다 옷가지를 가득 실은 카트와 유아차, 텐트가 줄지어 있었다. 거리의 ‘집’이었다.

샌프란시스코시, 시민단체, 언론이 ‘주거 위기’라 부르는 문제의 핵심에 노숙자가 있다. “매일 길거리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다.”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 설립자이자 편집국장인 마이클 스톨 씨가 말했다. 비영리 언론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는 노숙인과 주거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지역 매체다. ‘주거 위기에 관한 창의적인 해결책(2014)’ ‘홈리스 문제 해결하기(2016~2018)’ 등 탐사보도를 내기도 하고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콘퍼런스를 연다. 문제의 해법과 대안까지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 해결법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왜 이러한 해법이 실행되지 않는가였다.”

2009년 마이클 스톨 씨가 중심이 되어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를 설립할 당시 그는 20만명에게 연간 4000만 달러(약 471억원)의 후원을 받는 ‘KQED’와 같은 공영 라디오 모델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전까지 그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에서 기자로 일했다.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에서는 편집권을 두고 경영진과 갈등을 겪은 뒤 회사를 나왔다. 이후 언론인 50여 명에게 메일을 보내 비영리 언론사를 함께 열 동료들을 찾았다. “상업 언론사보다 좀 더 지속 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언론사 운영이 시민들의 호의(goodwill)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발행인인 릴라 라후드 씨도 당시 메일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마이클 스톨 편집국장과는 컬럼비아 대학 저널리즘 전공 동창생이었다. “새로운 저널리즘 모델을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던 비영리 언론사 물결의 일원이 될 기회였다.” 상업 미디어는 광고수익 감소로 고전하고 있었다. 스톨 씨와 라후드 씨를 포함해 10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여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를 만들었다.

조직이 안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국 국세청인 IRS에서 비영리 기관 지위인 ‘501(c)(3)’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보통 3~6개월 걸리지만, 결국 승인이 나기까지 27개월이 소요되었다.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이 코드는 비영리 언론사에 필수다. “당시 IRS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진 단체를 걸러내기 위해 모든 신청을 매우 면밀하게 검토했다.” 2009년 샌프란시스코 재단에서 2만 달러(약 2300만원)의 후원금을 받기 전까지 이들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

ⓒ시사IN 신선영〈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의 사무실 모습. 출입문에 샌프란시스코 지역 지도가 붙어 있다.

1년에 네 번, 광고 없는 12쪽 지면 발행

처음에는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했다.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서였지만 현실적인 이유가 따로 있었다. 신문을 제작할 인원이 많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는 미국 비영리 언론사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일간지 기자들이 하고 있는 데일리 이슈나 속보를 다루지 않기로 했다. 대신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우리가 여기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지역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관심 있는 뉴스가 무엇인지 들을 기회가 더 많다.” 지역 언론사의 강점을 묻자 라후드 발행인이 답했다.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는 시청과 5분 거리에 있다. 회의실, 사무실 그리고 팟캐스트 녹음실로 구성된 작은 회사였다. 편집국 내부에 들어서자 신문이 호수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28호까지 발행했다. 1년에 네 번, 광고 없는 12쪽 지면을 만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있는 50개 상점에서 1달러에 판다. 정규 직원은 편집국장을 포함해 기자 세 명, 발행인 한 명, 독자팀 한 명이 전부다. 신문을 만들 때는 프리랜서 기자, 사진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 20여 명을 따로 쓴다. 9월부터 라디오 방송 및 팟캐스트를 시작하면서 오디오 프로듀서를 한 명 더 고용했다. 제임스얼바인 재단에서 2년 동안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저전력 라디오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창고로 쓰던 방을 치워 녹음실로 만들었다.

신문 판매수익은 그리 많지 않다. 매번 6000부를 찍는 데 4500달러(약 530만원) 정도 든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지만 우리가 종이신문을 선택한 것은 지역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웹사이트 링크보다 신문 한 부가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시청, 시니어센터 등 커뮤니티센터와 저소득 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무료로 비치해두고 있다. “저소득 계층이나 고령층 중에는 여전히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우리 신문에 강한 연결감을 느낄 것이다.”  

베이 지역의 해수면 상승, 지역선거 이슈 등 오직 샌프란시스코의 문제만을 다룬다. 노숙자 문제는 그중에서도 도시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1년에 예산 3억 달러(약 3534억원)가 투입됐지만, 노숙자 수가 줄기는커녕 매년 늘어났다. 샌프란시스코 기반 일간지 〈SF 크로니클〉은 70여 개 언론사 합작으로 ‘홈리스 해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도 그중 한 단위로 참여했지만, 스톨 편집국장은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노숙자 개개인의 극적인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관심을 환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와 접근법에 관한 공유나 협업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스톨 편집국장은 시 정부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검증하고, 당장 적용 가능한 해결책이 있는지 찾기로 했다. 2017년 가을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는 도시 내 노숙자를 수용할 수 있는 빈방이 몇 개인지 추적했다. ‘노숙자를 위한 빈방은 없다’는 기사를 통해 빈방 1827개가 노숙자 4353명(2017년 기준)을 위해 사용될 수 없는 원인을 보도했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 대부분 몇 년간 빈방으로 남겨져 있었다. 홈리스 프로젝트로 ‘INN 올해의 뉴스상’ 등 언론상을 받았다.

이듬해 열린 시장 선거에서 후보 두 명이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의 보도를 언급했다. 후보들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빈방에 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노숙자 해결은 시장 선거에서도 주요 어젠다 중 하나가 되었다. 릴라 라후드 발행인은 “이후로도 많은 정책 입안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정책을 바꾸는 것이 기자의 영역은 아니었다.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2018년 1월25일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는 ‘홈리스 문제 해결하기’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열었다. 주민들과 함께 해법에 관한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건축가, 시청 직원, 활동가, 홈리스 당사자 등 200여 명이 참여해 온종일 토론을 벌였다. 기본소득제부터 협소 타이니하우스(이동형 주택) 건설 등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콘퍼런스를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했다. 참가자 중 몇몇은 별도로 워크숍 그룹을 꾸려 해결책을 찾고 있다.” 라후드 발행인은 구글 설문지를 통해 추가 아이디어도 받았다. ‘더 많은 저렴한 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커뮤니티 공간을 늘려달라’ ‘빈방에 세금을 매겨라’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 중 일부 의견은 지면과 웹사이트를 통해 내보내기도 하고, 추후 탐사보도 아이템에 활용했다.

시장 선거 후보 토론회도 개최

“우리가 모든 매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문제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라후드 발행인은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만의 강점에 대해 “주민들과의 가까운 유대감”이라고 말했다. 매달 크고 작은 이벤트를 개최한다. 석 달에 한 번 새로운 신문을 발행했을 때와 팟캐스트 ‘시빅’을 업로드했을 때 지역 사람들을 오프라인 모임에 초대해 의견을 듣는다. 동네 식당에서 ‘요즘 관심사’에 대한 대화도 이어진다.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라는 플랫폼을 통한다. 라후드 발행인은 “만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지역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된다. 피드백이 다음 보도를 하는 데 아이디어를 줄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는 현안 이슈를 다루는 토론회이다. 지난 10월28일에는 11월4일 시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버에 세금을 붙여야 하는가’ ‘시청이 주거 문제를 위해 예산을 더 써야 하는가’ 등 공약으로 올라온 쟁점 법안을 분석했다. 이 모임에는 100명이 넘게 참석했다.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 2면에는 늘 신문을 만든 사람들에 관한 정보가 배치된다. 제작 인력 20여 명 외에 후원자 550명과 9개 재단 이름이 게재된다. 현재 후원 금액 중 75%는 재단 후원금, 25%는 개인 후원금이다. 라후드 발행인은 “올해로 10년째지만, 우리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INN(〈시사IN〉 제636호 ‘비영리 뉴스룸을 연결하다’ 기사 참조)의 뉴스 매치 프로그램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11월1일 뉴스레터를 통해 뉴스 매치를 홍보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번 목표금액은 5만 달러(약 5800만원)다. “우리에겐 다음 10년을 계획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더 많은 후원자가 생기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저널리즘이 더 늘어난다.” ‘지역 민주주의 강화’ ‘솔루션 저널리즘:주거와 노숙자’ ‘인력 보강하기’…. 편집국 내 화이트보드에는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가 세운 계획안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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