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대신 침묵하지 않았나
  • 김연희 기자
  • 호수 637
  • 승인 2019.12.0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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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김연희

2014년 기자 준비생이었다. 언론사 공채를 준비하느라 뉴스를 더 열심히 챙겨 본 덕도 있지만 기억에 남는 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그해 4월16일, 수학여행 가는 고등학생들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던 속보 영상에서 구조선은 뒤집힌 배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9월에는 댓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심 선고를 받았다. 국가정보원법은 어겼으나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정윤회, 최순실이라는 이름도 그 무렵 등장했다.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고 의문스러웠던 사건들, 우리는 이제 그 뒤에 숨겨졌던 진실이 무엇인지 알거나 알아가는 중이다. 그 시절의 일이라도 모두 공평하게 소명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통진당)에 정당 해산을 선고했다. 2013년 9월 통합진보당 소속 이석기 의원은 내란음모·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되었다.

이후 ‘통합진보당’과 ‘이석기’는 진보 진영에서도 금기어로 굳어졌다. 통진당의 후신이라는 표현은 일종의 낙인이 되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를 보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 정당이 해산되기까지 공안 당국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길 때, ‘아니요’라고 답하는 대신 우리 스스로 침묵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영화를 만든 경순 감독은 오랫동안 노동운동에 몸담았다. 굳이 따지자면 이른바 경기동부로 일컬어지는 통진당 주류 계열과는 거리가 멀다. 11월19일 언론 시사회에서 그는 “화가 나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법원은 내란 선동은 인정했지만 국정원과 검찰이 주장한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는 없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모두가 침묵하는 상황을 감독은 참을 수 없었다.

영화에는 당시 사건을 취재한 언론인, 시민단체 간부, 그리고 이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등장한다. 카메라 앞에 앉은 언론인과 사회운동가에게 왜 침묵했는지, 자기검열은 없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관객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난 9월 제11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통진당이 해산된 지 만 5년이 되는 12월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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