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한국 현대사
고지훈 지음, 앨피 펴냄

“왜 김두한 관련 사진이나 여운형 암살과 관련한 사진 등은 아직도 비밀 해제되지 않았을까?”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RA)은 미국이 생산한 역사 기록을 모아둔 곳이다. 세계의 주요 사건 관련 문서가 보관돼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는 저자는 2012년 NARA 파견 근무자로 지내면서 한국 관련 문서·사진 자료를 발굴했다. 주로 머문 곳은 NARA 5층 사진 자료실. 저자는 여기에 한국 관련 사진이 5만~6만 장 가까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미군정기 3년 동안의 사진을 매개로, 특히 미육군 방첩대(CIC)의 활동에 주목해 글을 풀어냈다. 책 속 사진들이 눈에 띈다. 북한 간첩 혐의로 처형된 김수임(으로 추정되는) 사진, 박정희 경호실장 차지철의 중위 시절 모습, 1940년대 서점가 풍경 등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훨씬 더 많은 사진이 국사편찬위원회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실크로드 세계사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펴냄

“2000년 전에도 세계화는 살아 있는 현실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 넘게 팔린 책이다. 〈실크로드 세계사〉는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의 ‘서방’으로 이어지는 서유럽 중심의 기존 역사관을 탈피한 새로운 세계사다. 지중해에서 동쪽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 중국을 경유해서 태평양에 이르는 실크로드에 초점을 맞췄으니, ‘동방’을 중심으로 풀어낸 세계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을 ‘고대 페르시아와 로마’ ‘부유한 도시국가와 중앙아시아 왕조의 탄생’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과 페스트의 확산’ ‘중동의 석유 독점을 위한 이합집산과 1, 2차 세계대전’ 등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한다. 옥스퍼드 대학 비잔티움연구센터 소장인 저자는 실크로드가 앞으로 열릴 ‘새로운 세계’의 핵심 연결망으로 부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를린, 베를린
이은정 지음, 창비 펴냄

“베를린은 독일에서 분단체제의 상징이자 분단 극복의 상징이기도 하다.”

베를린 장벽은 서베를린을 동독으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1961년 8월 지어져 1989년 11월9일 붕괴되었다. 이데올로기 냉전 시대가 시작되고 끝이 나던 때다. 그러나 냉전이 지속된 30년 동안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당국 간 협상의 막전막후를 추적했다. 베를린 장벽은 치열한 대립의 근원지였지만, 동시에 끊임없는 교류와 소통을 매개했던 공간이기도 했다. 무엇이 독일 분단체제의 극복을 가져왔을까.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분단이라는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서 베를린이라는 공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한재호 옮김, 뜨인돌 펴냄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 사람들을 속이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여론 조작 전문가가 폭로하는 페이크 뉴스의 실체’라는 부제를 달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브래스 체크’라는 홍보 회사를 설립해 자신이 여론을 형성하고 미디어를 조종했다고 자백한다. 클릭 ‘장사’가 되고 조회수가 돈이 되는 시대, 이 책은 가짜 뉴스가 소셜미디어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여론을 조작하게 되는지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미디어 조작자로 활동했던 그가 실제로 사용했던 전략이 나온다. 그의 표현으로 “괴물(가짜 뉴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다. 동시에 주류 미디어 환경이 얼마나 가짜 뉴스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진실보다는 페이지뷰, 탐사보다는 속보와 단독을 우선해왔던 저널리즘의 위기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사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고하기 위해서 썼다.”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희정 지음, 오월의봄 펴냄

“세상에 성소수자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

가까운 사람들은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가 먼저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 “내가 게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그제서야 ‘아~’ 하고 모든 게 이해된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게 싫어.”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에 사는 20대 남성, 아들, 대학생, 삼촌 등 수많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커밍아웃을 들은 사람들은 오로지 그가 ‘게이’라는 사실에만 집중한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 ‘아~ 네가 게이라서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거든.”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 20여 명도 마찬가지다. 기록노동자를 자처하는 저자가 인터뷰한 중소기업 정규직, 파견직, 제조업체 생산직 등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은 나와 당신이 다르지만 그 다름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수치심
조지프 버고 지음, 박소현 옮김, 현암사 펴냄

“그건 수치심이 아니에요. 그건 부끄러움이죠.”

사람들에겐 수치심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수치심에 대한 수치심’이 대표적이다. 죄책감이나 두려움은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수치심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걸 피하기 위해 종종 부끄럽다는 용어를 사용한다. 또 하나는 수치심이 무조건 부정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심리치료사이자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건강한 자존감이 수치심의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적절한 시기, 적절한 양의 수치심을 경험해야 자존감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저자의 지론은 아홉 개의 상담 사례를 통해 구체화된다. 수치심은 흔하며 언제나 해로운 것도 아니다. 가벼운 불쾌감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나 자신과 대면하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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