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덕, 친구와 산다 그게 어때서?
  •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 호수 636
  • 승인 2019.11.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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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20년 전으로 돌아가 젝스키스의 팬에게 ‘미래에는 젝스키스 멤버와 H.O.T. 멤버가 함께 산다’라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화나 안 내면 다행일 것이다. 저 명제의 주인공 김재덕조차 믿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10년째 H.O.T.의 토니 안과 한집에 살고 있다. 이들은 사이좋은 한 살 차이 친구이자 하우스메이트다.

김재덕은 1997년 젝스키스의 멤버로 데뷔했다. 그는 귀여운 외모나 말투와 달리 몸을 사리지 않는 격렬한 퍼포먼스로 유명했다. 특히 이재진이 만들고 김재덕이 주로 선보인 ‘백다운(몸을 직립한 상태에서 뒤로 쓰러지는 동작)’은 젝스키스의 인기에 크게 기여했다. 젝스키스는 데뷔한 지 8개월 만에 가요 순위 1위를 거머쥐며 당대 최고 인기 그룹인 H.O.T.의 라이벌이 되었고, 3년여의 짧은 활동기 동안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1990년대 말 가요계를 빛냈다.

젝스키스 멤버들에 따르면 김재덕은 팀에 대한 자부심이 유독 강해서 1990년대 당시 H.O.T.를 꽤 견제했다. 토니 안과 같이 산다고 했을 때는 ‘변절했다’며 장난 섞인 질타를 듣기도 했다.

김재덕은 현재 하우스메이트이자 친구인 토니 안과 군 생활을 하면서 친해졌다. 토니 안은 입대 전 성공한 사업가로 널리 인정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심각한 우울을 겪고 있었다. 김재덕은 토니 안의 옆자리 선임이었다. 이들은 곧 친해졌고, 서로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다. 김재덕과의 우정이 토니 안의 우울 증세가 호전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우정은 말뿐인 의리가 아니라 밥을 해주고 말을 걸어주는 구체적인 돌봄이었다. 2016년 출연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소중한 사람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며 토니 안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해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한국처럼 남녀가 결합해 자식을 낳고 사는 일명 ‘정상가족’ 중심주의가 심한 사회에서는 이렇게 친구끼리 사는 모습을 주목하는 일이 드물다. 두 사람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유명인인 덕분에 방송을 탈 수 있었을 것이다(아쉬운 대목은, 이런 방송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부적절한 농담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둘의 관계나 가정을 ‘동성 커플’로 빗대며 놀리는 것. 이 같은 혐오적 농담에서는 남성끼리 감정적 상호작용을 하면 부끄럽다는 편견, 가족관계는 반드시 혼인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편견, 그리고 실재하는 동성 커플을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편견이 드러난다).

11월8일 KBS 뉴스는 동성혼 가족과 ‘간헐적 가족(다가구가 한집에서 벽을 트고 모여 사는 형태)’을 소개하며 다양한 가족공동체를 조명했다.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가족의 형태와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살 권리는 분명 행복한 삶의 조건 중 하나다. 하지만 2014년부터 제정 운동이 일어난 ‘생활동반자법’은 아직 발의조차 못한 게 우리 현실이다.

김재덕처럼 친구와 사는 형태가 특별한 취급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며 고를 수 있는 흔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되기를 희망한다.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한 지붕 아래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래서 행복이 느껴진다면, 충분히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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