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채식주의 브랜드 움프의 버거 광고.

스웨덴의 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 ‘한국 면(Korean noodles)’이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을 SNS로 접했다. 궁금해진 나는 동네 슈퍼마켓에 가서 사보았다. 간편식 용기에 담긴 냉동식품은 비건 대체육(代替肉) 코너에 있었다. 콩을 주재료로 만들었다는 대체육 조림이 쌀국수 위에 얹혀 있었다. 한국인 입맛에 잘 맞지 않는 면과 간장소스, 향신료 범벅이었다. 베트남이나 멕시코 요리에 쓰는 ‘코리안더(고수)’가 이 제품에도 들어 있다. 나는 스웨덴 회사가 이 코리안더를 일부러 ‘코리안’으로 이름 붙인 상술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그만큼 맛은 별로였다.

그런데 이 한국 면을 사며 눈에 띈 것은 대형 슈퍼마켓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대체육 코너였다. 대체육은 고기를 대체한 식품을 말한다. 식물고기라고도 불린다. ‘콩고기’가 대체육 초기 상품이었다. 현재는 고기의 맛과 질감까지 똑같이 재현하며 스웨덴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대체육 성장이 눈부시다.

지난 5월 미국 비욘드미트는 식물성 고기업체 중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해 첫날 주가가 163%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맥도널드·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기업도 미국에서 고기 패티 대신 대체육을 넣은 햄버거를 출시했다. 올해 초 버거킹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스웨덴에서 채식 버거를 출시한 바 있다. 스웨덴의 토종 햄버거 체인 막스(Max)는 2022년까지 기존 재료로 쓰이는 육류의 절반을 대체육으로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회사 시포(Sifo)의 201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사람들의 24%가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의식적으로 채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조사 때 19%에서 증가한 추세다. 채식을 선택하는 비율은 여성, 젊은이 및 대도시 거주자 중에서 높게 나타났다.

과학적 근거 부족하다는 반론도

대체육은 닭고기·돼지고기·소고기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스웨덴에서 대체육 산업은 확장세이다. 기존 육류산업을 긴장시킬 만큼 대체육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스웨덴 주요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t)〉가 10월29일 전했다. 한국 면을 출시한 ‘푸드 포 프로그레스(Food For Progress)’사는 2015년 설립해 비건 브랜드인 움프(Oumph)를 내놓으며 급성장했다. 이 회사의 영업 담당 매니저 안나 카이사 리델 씨는 많은 업체들이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해지리라 전망했다. 그는 “우리의 제품을 육류 대용품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이제 신세계가 도래했다. 지구별에서 살아남으려면 채식이 세상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론도 제기된다.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채식을 하고 학교 급식도 채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엔 과학적 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잉리드 라르손, 레나 훌텐 등 예테보리 의대 연구자들은 ‘채식이 환경에 좋다’ ‘환경에 좋은 식품은 건강에 좋다’는 가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어린이가 채식을 하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음식과 영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입증되지 않은 주장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명 예테보리·고민정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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