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국유화’ 외치니 집세가 내렸네
  •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 호수 636
  • 승인 2019.11.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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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폭등이 심각한 독일 베를린에서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는 조치가 단행됐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만 유로의 벌금을 물린다. 주택 국유화 청원운동이 임대료 동결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AP Photo4월6일 베를린에서 임대료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베를린에서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는 조치가 단행된다. 10월18일 베를린시의 사회민주당·좌파당·녹색당 연립정부(일명 적·적·녹 연정)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베를린의 집세를 잡기 위해 5년간 주택 임대료를 동결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법안 초안 발표일인 지난 6월18일 임대료를 기준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더 이상 올릴 수 없다. 다만 2014년 이후 완공된 주택은 신규 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베를린시 주택 가운데 약 150만 채가 새 법안의 적용을 받는다.

새로 임대계약을 맺더라도 임대료 범위가 제한된다. 이번 법안은 신규 세입자에게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상한선을 1㎡당 9.8유로(약 1만2600원)로 설정했다. 2013년 평균 임대료보다 13% 인상된 수준이다. 만약 기존 임대료가 상한선보다 높은 경우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와 그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해야 한다. 또 신규가 아닌 기존 세입자라도 상한선의 20%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내고 있다면 해당 관청에 임대료 인하를 신청할 수 있다. 상한선을 어기면 임대인에게 최대 벌금 50만 유로(약 6억4300만원)가 부과된다.

독일은 최근 임대료 폭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독일 7대 대도시의 10년간 집세 상승률은 58%에 달한다. 특히 베를린은 2008년 대비 2018년 신규 임대료가 88.7% 상승해 다른 대도시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4월에는 급등하는 집세를 견디다 못한 베를린 시민들이 부동산 임대회사의 주택을 국유화하자는 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시사IN> 제607호 ‘베를린 시민이 뿔났다. 집을 국유화하라’ 기사 참조). 시민청원 1차 기준 2만명의 세 배에 달하는 시민이 이 청원에 이름을 올렸다. 베를린시는 이 청원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미하엘 뮐러 베를린 시장은 11월9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주택 국유화 청원이 토론을 강화하고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이게 해 이번 임대료 동결안을 촉발했다”라고 평가했다. 녹색당 로마나 포프 의원은 “임대료 위기는 사회적 결속을 위협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파괴한다”라고 말했다. 국유화를 지지하는 좌파당은 “이번 법안이 주택정책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일간지 <타스>는 베를린시 적·적·녹 연정이 이룬 가장 중요한 법안이라고 보도했다.

부동산 회사와 보수 정당 반발

부동산 회사를 비롯한 임대업자와 보수 정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적·적·녹 연정의 합의가 발표된 직후 경제건설연합회는 베를린 시의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이번 법안이 경제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항의했다. 부동산협회는 “베를린 시정부가 사회주의 주택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베를린 시정부는 법적 분쟁을 예상해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는 규정은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시의 이번 실험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함부르크의 시민단체 ‘도시에 대한 권리’와 좌파당의 브레멘시당은 베를린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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