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편하게, 멋지게 대륙의 밤이 바뀐다
  •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 호수 636
  • 승인 2019.11.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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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야간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도시마다 지역 특징에 맞는 ‘밤 문화’를 키우고, 야간 소비 증대 방안을 마련해 실천한다. 소비 시간을 연장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는 의도이다.
ⓒXinhua상하이에서는 ‘밤 문화 구역장’과 ‘밤 문화 CEO’ 제도가 등장했다. 위는 상하이 야경.

중국의 밤이 달라지고 있다.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던 고요한 10년 전 중국의 모습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이젠 한밤중에도 직접 먹으러 나갈 수도, 전화로 배달시켜 먹을 수도 있다. 도처에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상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음식점·헬스장·서점·편의점도 보인다.

최근 중국 경제에서 ‘야간경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야간경제는 통상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 사이에 발생하는 서비스 중심의 전반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야간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청두·지난 등 각지에서 ‘야간경제 활성화 조치’가 발표되었다.

중국의 이런 적극적인 조치는 소비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 중국 상부무의 발표에 따르면 대도시 주민 소비의 60%가 야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외식·쇼핑·관광·취미 등 다양한 활동이 야간에 전개되고 있다.

과거 도시의 소비 촉진 정책이 공간 확장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시간 연장에 주목한다. 소비 시간을 연장해 경제 체질을 바꾸려는 의도다. 야간에 이루어지는 소비는 더 이상 전체 소비의 보충적 역할이 아닌 상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다. 중국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 류쉐즈 수석연구원은 <중궈징지왕(中國經濟網)>과의 인터뷰에서 “도시의 밤은 여유와 소비를 즐길 수 있는 황금시간이며, 중국의 경제구조가 투자와 공업 생산에서 소비와 서비스업 위주로 바뀌고 있어 야간경제는 도시의 전환 및 발전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에 24시간 무인 편의점 들어서

지방 도시마다 ‘야간경제’를 소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여겨 공략하고 있다. 베이징은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 ‘편의성’을 가장 중시한다. 인구가 밀집된 주거지역의 부대 서비스를 개선해 주민의 야간 소비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 증가하는 24시간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무인 편의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학교 안에도 24시간 무인 편의점이 들어섰다. 직접 상품의 바코드를 찍고 휴대전화의 QR 코드를 통해 점원이 없어도 간편하게 결제한다. 결제가 완료되면 다음에 쓸 수 있는 가격 할인 우대 쿠폰을 스마트폰으로 받는다.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새벽에도 학교 편의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많이 보인다. 베이징시 상무국 쑨야오 부국장은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를 통해 “2022년까지 베이징 편의점의 절반 이상을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7월에는 베이징시가 ‘야간경제 번영을 위한 소비 성장 촉진 조치’ 13개 조항을 발표했다. 심야식당 특색의 먹자거리 조성, 쇼핑몰 영업시간 연장, 야간 대중교통 확대 등 구체적인 지침도 나왔다.

상하이에서는 ‘밤 문화 구역장’과 ‘밤 문화 CEO’ 제도가 등장했다. 상하이 각 구(區)를 관장하고 있는 구역장이 ‘밤 문화 구역장’을 맡아 야간경제 육성을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야간경제 관련 업계의 관리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밤 문화 CEO’ 역할을 부여해 구역장과 서로 협력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업종에 경험이 많은 경력자를 공개 채용하도록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상하이는 무엇보다 야간경제 육성을 통해 국제 소비도시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세우려 한다. ‘국제적인 모범(國際範)’ ‘상하이 맛(上海味)’ ‘패션화(時尚潮)’를 밤 문화 구성의 목표로 삼았다. 연극과 뮤지컬 등 문화예술 사업을 유치하고, 황푸강·박물관 야간투어 등 다양한 도시 야간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할 뜻도 밝혔다.

광저우는 ‘식재광주(食在廣州:먹는 것은 광저우에서)’라는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광저우 야간음식 소비 브랜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베이징루 후이푸 먹자거리, 환스둥 요식업 클러스터, 상샤주 역사문화 먹자거리, 경마장 식당가 등이 조성된다.

야간경제의 성장은 요식업계의 꾸준한 성장세로 이어진다. 2016년부터 매년 9~10%대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중화요리연합회와 사회과학문헌출판사가 공동으로 펴낸 ‘중국 요식업 발전 보고서(2019)’에 따르면 현재 중국 요식업의 매출은 4조 위안을 돌파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이다. 특히 온라인 시장과 융합하면서 음식 배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첸잔(前瞻)산업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 음식배달 이용자는 4억명을 넘어섰으며, 시장 규모는 2480억 위안(약 42조원)에 이른다. 2011년에 비해 약 10배 가까이 성장한 결과다.

ⓒXinhua최근 중국 대도시에는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아래)이 늘고 있다.

안전·위생 문제는 야간경제의 적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안전 시스템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관광객의 야간 소비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응답자의 49%가 치안 문제를 꼽았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경제연구부 류샹둥 연구원은 <정취안르바오(證券日報)>와의 인터뷰에서 “야간경제를 육성하려면 인구 밀집지역의 소방 안전에 주의를 기울어야 하며, 상점의 경우에는 야간 인력 운영과 업무 시간을 적절히 안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취약한 위생 문제도 야간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다. 공공화장실 청결, 쓰레기 처리 시스템 등은 당장 확보해야 하는 과제이다. 실제로 지난시 도시관리국은 야간 생활 집중지역 및 노점구역 주변의 공공화장실 서비스 시간을 연장하고, 생활쓰레기 폐기물 수거 및 운반 횟수를 늘려 쓰레기가 즉시 수거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정부의 도시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관광연구원 다이빈 원장은 <중궈징지왕>과 인터뷰하면서 “야간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공공서비스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중국 <런민왕(人民網)>은 ‘중국이 왜 야간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가?’라는 칼럼에서 “야간경제는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의 한 단면이며, 정부는 도시 관리를 정밀하게 하고 시장의 규칙과 인민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적극적으로 야간경제의 잠재력을 발굴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중국의 ‘야시장’은 위생·교통·안전 문제를 야기하며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의 야간경제는 과거 야시장과 엄연히 다르다. 주변 교통 및 시설을 정비해 사람을 끌어들이고 도시 관리 수준을 높여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상권 형성을 목표로 삼는다. 중국의 밤이 이제 소비의 황금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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