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회사가 여전히 승승장구한다고?
  • 오수경 (자유기고가)
  • 호수 635
  • 승인 2019.11.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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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켈 그림

“양진호의 위디스크가 개인방송 채널을 신설했대.” 후배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거기 망한 게 아니었어?” 양진호는 구속되었으나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위디스크는 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새로운 채널을 신설하며 확장하고 있다. 개인방송이란 유튜브나 아프리카TV처럼 실시간 방송을 하는 플랫폼이며 당연히 성인 전용이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그곳에 접속해보았다. 회원 가입부터 성인 인증을 통해 개인방송에 접속하게 되는 모든 과정이 신속하고 순조로웠다. 그 후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차마 지면에 옮기지 못할 정도로 참담했다. 이른바 ‘벗방’을 비롯해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것도 모자라 여성의 신체를 미끼로 한 개에 1000원인 ‘하트’를 벌어들이는 사이버 포주가 넘쳐났다. 아무리 스크롤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방’ 하나당 동시 접속한 ‘오빠’들이 평균 500~1000명. 그날 내 ‘인류애’는 소멸되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나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는 랜덤 채팅을 비롯한 아동·청소년 대상 사이버 성폭력 실태는 더 심각하다. 심지어 위험에 노출된 아동·청소년 중에는 가출 청소년도 상당수 있다. 이른바 ‘가출팸’이 그렇게 악용되기도 한다. 랜덤 채팅 앱에 접속만 하면 신체 사진을 요구받는 등 너무 쉽게 위험에 노출되지만, 이들을 보호할 제도는 허술하다. 성범죄 여부를 판단하기까지 가해자가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하다. 피해를 당해도 법의 까다로운 잣대에 걸려 피해 청소년은 ‘대상 청소년’, 즉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으로 낙인찍히기 쉽다. 가해 남성들은 이 점을 악용하여 피해 청소년들이 신고할 기회를 차단한다. 연간 성 착취 피해 청소년 수는 1000여 명인데 그중 온라인을 통한 피해는 무려 75%에 달한다.

이렇게 여성을 위협하는 사이트를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는 요구는 높아지고 있으나, 심의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100명 중 디지털 성범죄 대응팀은 전문요원 5명뿐이다. IT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지만 기술의 악용을 막는 제도 개선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아니,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

최근 적발된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가 겨우 1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고, 오랫동안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을 운영한 사람은 겨우 4년 형을 선고받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심지어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해도 ‘레깅스는 일상복’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붙이며 무죄를 선고하는 법은 누구를 보호할 수 있나?

다크웹 운영자를 제대로 처벌받게 하라

이런 문제의식은 저절로 드러나지 않는다. 위기를 감지하고 곳곳에서 분투하는 여성 시민들에 의해 겨우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오를 뿐이다. 이런 분투가 최영미 시인의 시 제목인 ‘헛되이 벽을 때린 손바닥’처럼 아프기만 한 상태로 끝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그 손바닥으로 제대로 벌레를 잡을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할 일이 많지만 우선 딱 두 가지만 말하겠다. 사이버 성범죄 온상인 사이트를 제대로 감시하고 처벌하도록 제도와 법을 개선하라. 곧 출소할 다크웹 운영자인 손 아무개씨를 ‘웰컴’할 미국으로 양도하여 제대로 처벌받게 하라.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의 저자 권김현영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치심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벌레를 잡기 원한다면 수치심과 용기를 가지고, 함께 마주칠 다른 한편의 손바닥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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