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34
  • 승인 2019.11.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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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기타
이기용 지음, 위고 펴냄

“병원과 학교를 오가던 내게 기타를 안았을 때 물리적으로 느꼈던 안도감과 포근함은 위로가 됐다.”

‘음악이 처음 만들어지던 순간의 목격자이고, 음악으로 향하는 길고 먼 여행에서 나와 함께하며 온갖 순간들을 헤쳐 나온 동반자.’ 기타를 두고 뮤지션 이기용씨가 한 말이다. 과장이 섞인 건 아닐까 싶었는데 그가 쓴 열두 개의 기타 이야기를 읽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병실에서, 문 닫은 새벽녘 클럽에서, 일하러 내려간 제주의 펜션에서 지은이는 기타를 품에 안고 어루만졌다. 중고 기타를 사고팔며, 기타의 전 주인과 기타를 사간 이의 삶과 마주친다. 그를 거쳐간 기타를 소재 삼아 음악인의 생활과 불안감, 희열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다. 목격자, 동반자라는 표현은 허투루 나온 게 아니었다.
‘아무튼’은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협동해 펴내는 시리즈다.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이성주 지음, 우라웍스 기획, 추수밭 펴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다음 탈출하겠다’고 생각했다면 M1900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까짓 총’에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을 운영해온 ‘밀리터리 덕후’ 세 남자가 10·26 하얼빈 의거에서 안중근이 사용한 총 M1900을 복각하는 프로젝트에 나섰다. 안중근기념관에 엉성한 플라스틱 모조품이 놓여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였다.
책은 세 남자가 수소문 끝에 총을 구하고, 그것을 한국에 어렵사리 들여와 복각하고, 안중근 사후 거사에 쓰였던 총이 일본에서 사라진 비밀을 찾아 나서기까지 무엇 하나 쉽지 않았던 일련의 과정을 박진감 있게 전달한다. 읽다 보면 ‘그까짓 총’ 한 자루를 통해 인간 안중근을 새롭게 발견한다. 일본 군국주의 역사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도 읽는 맛을 더한다.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 옮김, 윤정원 감수, 한문화 펴냄

“수십 년 동안 의학이 채택한 유일한 모델은 몸무게 70㎏의 백인 남성에 맞춰져 있다.”

여성 환자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나 만성통증질환은 정부 연구비나 재정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약물이나 의료기기는 여성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효과가 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특히 임산부는 임상시험에서 완전히 배제된 여성 그룹으로 ‘의료계의 고아’나 마찬가지다. 월경통과 골반통을 일으키는 자궁내막증질환은 단순 생리통 취급을 받아 제대로 진단되기까지 평균 10~12년이 걸린다. 여성이 경험하는 증상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탓으로 ‘쉽게’ 진단된다. 저자는 이처럼 의료계의 젠더 편향이 의학 지식과 여성이 받는 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어떻게 실제 차별로 이어지고 있는지 광범위한 인터뷰와 설문조사, 연구를 통해 증명해낸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
정인성 지음, 이레미디어 펴냄

“영원한 것은 없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토대다. 수출 품목 1위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필수 중간재이며 그 자체로 첨단기술의 산물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가장 강도 높은 국가·기업 간 경쟁이 진행 중인 산업이기도 하다. 비전문가로서는 ‘반도체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며, 반도체 경쟁이 어떤 메커니즘 아래 있는지’ 감을 잡기 힘들다. 이런 의문을 해결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발전 경로와 경쟁력, 반도체 패권을 흔든 기술적·시장적 요인, 중국 반도체 굴기의 가능성과 한계까지를 기술 발전 사례와 데이터를 토대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반도체 개발 검증 업무를 하는 현직 연구원이다.

 

 

 

 

 

 

 

 

 

 

공원 사수 대작전
황두진 지음, 반비 펴냄

“우리 동네 공원, 청와대가 민간인에게 팔았대요.”

2016년 시드니로 출장 간 건축가 황두진은 아내의 문자를 받았다. 그는 서울 통의동에 ‘목련원’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집과 사무실을 함께 두고 있었다. 작은 공원 옆이었다. 그 작은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공원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 만들어졌다. 2010~2011년, 2016~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종로구 통의동 7-3에 위치한 통의동 마을마당이라는 작은 공원에 일어났던 일을 기록했다. 공원을 사수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싸움은 장기전이었다. 정식 경로를 밟아 민원을 제기했을 때는 소용이 없었고 비시스템적 접근, 즉 광화문광장에 나가 서울시장을 직접 만난 것이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었다. 한 작은 공원이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풍운의 도시, 난징
신경란 지음, 보고사 펴냄

“어디를 걸어도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유적지들.”

명나라 초기 수도였던 난징은 19세기에 이르러 태평천국의 수도가 되면서 천경으로 불렸으나 이후 신해혁명으로 탄생한 중화민국의 수도가 되면서 다시 난징이 되었다. 중국 역사상 10개 나라의 도읍지였던 난징은 고구려, 백제 때부터 외교관과 상인들이 뻔질나게 드나들던 한·중 관계사의 한 축이기도 했다. 근현대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중일전쟁 때 처참하게 파괴되고 대학살이 벌어졌다. 김원봉과 김구의 아지트가 있던 동네에 왕희지와 왕헌지의 고택 터가 있고 정몽주와 정도전이 묵었던 객관 옆에 동양 최대의 일본군 위안소가 남아 있다. 난징 주민이기도 한 저자가 하나의 도시를 중국사와 한·중 관계사의 시각에서 풍부하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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