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촬영했던 사람들이 10년, 20년, 아니 50년이 지난 시점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또 그들의 자녀들은 어떤 모습일까? 가끔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이것은 다큐멘터리 사진과 사진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사진가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책무는 촬영 당시 그들의 모습을 담는 것으로 끝날까? 이런 질문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는 사진집이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마이클 윌리엄슨과 데일 마하리지는 1980년대 미국 중부지방에 거주하던 중산층의 몰락을 취재해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여행 (Journey to Nowhere)〉 (1985)이라는 사진집을 만들었다. 이들의 작업 형식은 사실 워커 에번스와 제임스 에이지 혹은 로버트 프랭크와 잭 케루악의 사진과 글의 콜라보 작업을 따라갔다.

이 두 사람은 이러한 형식상의 오마주를 넘어서서 워커 에번스와 제임스 에이지가 함께 만든 〈이제 유명인을 찬양하자 (Let us Now Praise Famous Men)〉 (1941)에 수록된 1930년대 대공황기를 겪은 사람들의 후손을 추적했다. 〈그리고 그들 이후의 자손(And Their Children After Them)〉 (1989)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워커 에번스와 제임스 에이지가 1936년에 취재한 소작농 세 가족의 후손인 128명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사후 취재 형식이다.

1930년대 대공황기를 겪던 농촌지역을 취재하면서, 워커 에번스는 소작농들과 하루이틀 정도의 시간만 보내며 촬영을 했고, 개인적으로 이들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에이지 또한 가난한 이들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낭만적으로 표현되었던 이들의 삶은 실상 전혀 그렇지 못하고, 그 이후 삶도 결코 축복받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에이지가 가장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느껴 특별히 애정을 가졌던 소녀가 54세의 나이에 힘든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했다.

‘현재 상황’ 통해 역사 기록 바로잡기

마이클 윌리엄슨과 데일 마하리지는 이 작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들의 작업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사진가나 작가의 역사적 책임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현재 상황을 통해서 잘못된 역사 기록을 바로잡는 것 또한 사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책무임을 드러낸다.

무솔리니의 전체주의 정권하에서 저항운동을 펼쳤던 안토니오 그람시는 “나는 무관심한 자들을 미워한다”라고 말했다. 그람시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에서 걸림돌 중의 하나가 ‘무관심’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더 정의롭고, 평등하며,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변화에 ‘관심’을 갖는 일이다. ‘기생의 삶’을 거부하고, 문제에 적극 개입하며, 평화·평등·연대의 가치를 더 확장하고 실천하기 위한 비판적 저항으로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방향성을 묻는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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