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온상 ‘다크웹’을 아시나요
  • 김동인 기자
  • 호수 633
  • 승인 2019.11.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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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학대 영상 공유 사이트(W2V) 운영자와 이용자가 적발되면서 ‘다크웹’의 존재가 주목받았다. 다크웹은 중앙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아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사IN 윤무영

32개국 공조 수사로 2년여 만에 진상이 드러났다. 10월16일 미국 법무부는 다크웹에서 운영되던 유아동 성학대 및 성착취 영상 공유 사이트(웰컴투비디오, 이하 ‘W2V’) 운영자와 사이트 이용자 337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과정에서 관련 영상으로 인해 성학대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 23명을 구조했다고도 밝혔다.

자연스럽게 사이트 운영자가 주목받았다. 한국인 손 아무개씨(23)였다. 손씨는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W2V를 운영해왔다. 운영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은 물론이고 검거된 인물 가운데 약 70%인 223명 역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운영자 손씨가 1년6개월 형을 받고 복역 중이며 오는 11월 출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국 사회는 다시 들끓었다. 손씨는 2018년 5월 W2V를 운영한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해 9월, 1심 재판부는 손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 결과는 지난 5월 나왔다. 2심 재판부는 손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고, 5년간 아동·청소년 유관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미국 법무부 발표 이후 W2V의 실체가 알려지며 2심 판결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일었다. ‘운영자 손씨와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 사흘 만인 10월24일 현재 23만명이 동의하며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단순 이용자인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각 국가에서 받은 형량에 비해 한국 처벌 수위는 낮다. 가령 W2V에서 아동 성학대 영상을 제작 및 배포한 영국인 카일 폭스는 22년 형을 선고받았고, 미국인 아마르 알라달리는 아동 성학대 영상 소지만으로도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더욱이 미국 법무부는 적발된 이용자의 이름과 형량, 현재 재판 상황 등을 공개한다. 최다 이용객이 적발된 한국에서는 적발된 이용자에 대한 어떠한 발표도 찾을 수 없었다.

‘W2V 사태’는 한국 사법체계가 아동 성학대 및 성착취 영상 유통을 얼마나 관대하게 다루고 있는지 드러냈다. 손씨의 1·2심 판결문을 보면 이번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관대함’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문을 살펴보자. 1심 재판부는 손씨의 양형에 대해 설명하며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고, 피고인에게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 사건 범행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있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뒤이어 “회원들이 직접 업로드한 음란물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라는 것을 피고인 손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배경으로 꼽았다.

손씨는 W2V를 유료 포인트제로 운영하면서 사이트 이용자가 아동 성학대 영상을 업로드할 경우 포인트를 취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두었다. 자신의 사이트를 일종의 플랫폼화한 것이다. 아동 성학대 영상을 보기 위해 돈(비트코인)을 지불하거나, 아예 새로운 영상을 올리도록 해 사이트 규모를 키우고 자신의 금전적 이득도 극대화했다. 이런 플랫폼 작동 구조는 외면하고 단순히 ‘헤비 업로더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정상참작한 셈이다. 적발 당시 손씨의 사이트에는 약 10TB 규모의 데이터가 쌓여 있었다.

전 세계 32개국의 공조 수사를 통해 아동 성학대 영상 유통 사이트가 폐쇄됐다.

“미국에서 안 태어나서 감사하다”

2심 재판부는 손씨에 대한 1심 판결이 너무 가볍다고 지적하면서도 “접속한 회원들이 업로드한 것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운영자 본인이 올린 게시물이 얼마나 되느냐’를 죄의 경중을 따지는 잣대로 사용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2019년 4월17일 (피고인이) 혼인신고서를 접수하여 부양할 가족이 생긴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2심 선고일은 5월2일, 선고 보름 전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게 참작 요소가 되었다.

W2V 한국인 이용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지난해부터 진행됐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수사 대상이 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 포털 사이트의 ‘파일 공유 단속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 대응 방법을 묻고 공유했다. 이 커뮤니티 회원 수는 약 15만명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한 이용자는 이 커뮤니티에 “아청(아동 성학대 영상) 30개 소지죄로 검사가 500만원을 구형했다. 30건 소지로 500만원은 너무 심한 것 같은데 판사님이 조금이라도 경감해줄 가능성이 있겠느냐”라고 문의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양형을 줄이기 위해 판사에게 보낼 반성문을 첨삭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10월24일에도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이 커뮤니티 게시판에 “(W2V에) 비트코인은 보냈지만 영상은 다운받지 않았다는 게 인정되어 무죄판결을 받았다. 마음이 개운하다.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걸 감사한다”라고 쓰기도 했다. 많은 회원들이 “고생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아동 성학대 영상 유통의 한 축을 지탱한 이들이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W2V 사태는 아동 성학대 영상에 대한 재판부와 경찰, 가해자의 안이한 인식만 드러낸 게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소에 접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다크웹이라는 존재도 이번 사건을 통해 주목받았다. 다크웹은 쉽게 말해 ‘익명성이 극대화된 폐쇄적 인터넷 공간’이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하는 웹 세계는 이른바 ‘표면웹(Surface Web)’이라고 불린다. 바다 표면에 떠 있는 육지처럼, 눈으로 쉽게 보이고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라는 뜻이다. 표면웹은 그만큼 감시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물리적 접속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ip 주소가 드러나고, 일부 사이트는 현실 세계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특정 자격 요건이 있어야 접속할 수 있는 공간, 또는 일부 사람에게만 허용된 인터넷 공간을 ‘딥웹(Deep Web)’이라고 부른다. 접속 권한이 있어야 접근이 가능한 학술 DB 등도 일종의 딥웹에 해당한다.

다크웹은 딥웹 가운데에서도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접속하는 ‘더 깊숙한 온라인 세계’를 의미한다. 흔히 토르(Tor) 브라우저라는 통로를 통해 접근 가능하며, 중앙정부의 정보 통제가 미치지 않아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손씨가 운영한 아동 성학대 영상 유통 사이트도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고자 다크웹에서 운영했고 지불 수단으로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활용했다.

그렇다면 손씨는 어떻게 적발됐을까? 쉽게 설명하면 손씨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미숙해 적발됐다. 다크웹 이용자들은 최대한 현실 세계와 자신이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끊으려 한다.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는 프로그래밍 코드 일부에 손씨의 IP 주소(일종의 물리적 회선 주소)가 남아 있었다. 미국 수사 당국이 이를 찾아냈다. 해당 IP 제공사는 KT, 그리고 충남 당진시 일대였다.

ⓒ연합뉴스2018년 5월1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관계자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이용자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비트코인 역추적도 했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라고 불리지만, 핵심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거래 내역이 공개되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쫓아가는 건 현실 화폐보다 더 용이할 때가 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돈의 흐름을 쫓은 미국 국세청(IRS)은 W2V에서 결제된 비트코인이 어떤 계좌로 흘러가는지 추적한 끝에 손씨의 정체를 밝혀냈다. 암호화폐를 현금 화폐(한화)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단서가 남았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는 비트코인 지갑과 개인 계좌를 연동해야 활용 가능하다. 결국 비트코인 계좌를 이용해 현실 세계에서도 추적이 가능한 셈이다. 미국 수사 당국이 이를 한국 측에 넘겨 손씨가 체포될 수 있었다.

기자가 접속해서 살펴본 다크웹 커뮤니티 중 특히 한국어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를 ‘운영자와 이용자가 치밀하지 못한 탓’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난 6월2일 한 이용자는 “사실 나도 W2V에서 결제했다. 다행히 비트코인을 ‘세탁’해서 살았다.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 귀찮아서 세탁 안 할까 하다가 처음으로 세탁해본 거다”라는 글을 남겼다.

익명성 보장되는 암거래 암호화폐 사용

여기서 말하는 ‘세탁’이란 ‘돈세탁’과 비슷한 의미다. W2V를 비롯해 위법한 사이트에서 결제하는 이용자들은 비트코인 계좌로 추적당하는 걸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돈의 출처를 숨긴다. 비트코인은 거래 장부상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암거래에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다른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이들도 늘었다. 대표적인 코인이 모네로(XMR)나 대시(DASH) 같은 암호화폐다. 이들 코인은 범죄나 암거래에 이용된다는 이유로 일부 거래소에서 ‘거래 유의 종목’으로 꼽기도 한다. 지난 9월9일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는 이들 화폐를 유의 종목인 ‘다크코인’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다크웹 내에서는 일찌감치 W2V 이용자들에 대한 수사가 알려져 있었고, 일부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이중 삼중 장치를 만들어두었다. 이들 대다수는 여전히 다크웹 내에서 아동 성학대 영상을 ‘어린이 사랑물’로 표현하며, 아동 성학대 범죄와 아동 성학대 영상 유통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 수사기관은 W2V 적발을 ‘다크웹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W2V 사태에도 불구하고 다크웹 내에서 불법 사이트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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