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교토 시내에 10년 이상 버려져 있던 교마치야 두 채를 연결해 하나의 공간으로 만든 ‘이토노와’는 청년 창업시설이다.

주택을 소유해 자산을 형성한다거나 임대수익을 창출한다는 ‘공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주택 노후화, 원도심 공동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빈집이라는 문제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5년마다 토지이용계획이나 정책을 기획·입안·평가하는 기초자료로 주택·토지 실태를 파악한다. 이때 빈집 실태도 함께 점검한다. 일본 총무성의 2018년 주택·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 수는 846만 채(공가율 13.5%)에 이르렀고, 그중 별장 등 2차적 주택이나 임대·매매 목적의 빈집이 아닌 그냥 방치되고 있는 빈집은 무려 347만 채에 달했다. 빈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33년에는 그 수가 2000만 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빈집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먼저 빈집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 철거를 우선시하는 관점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정부 차원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낡고 위험한 빈집 증가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지역의 방재, 방범, 생활환경 보전, 경관 보호를 위한 독자적 조례를 제정해왔다. 조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빈집의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철거를 하기 어려워 한계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본격적 대책 마련에 나섰고, 그 결과물이 2014년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빈집 특별조치법)’ 제정이다. 어떤 이들은 빈집 특별조치법을 강제철거법 정도로 이해하기도 한다. 빈집 특별조치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둔 규정이 결과적으로 철거라는 선택지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이 정하는 특정 빈집으로 지정되면 고정자산세가 증가해 철거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거나, 최종 수단으로 행정대집행을 통해 소유자 대신 빈집을 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사IN 조남진

빈집 특별조치법을 좀 더 들여다보면, 빈집을 적정하게 관리함으로써 생활환경 악화를 방지하고 빈집 활용을 촉진하는 데 목적을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수준의 빈집이라도 모두 철거라는 동일한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 지역 상황에 따라 위험도나 주변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리 평가된다면 그 조치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일본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법에서 요구하는 빈집 대책 계획을 마련하고, 조언·지도, 권고, 명령, 대집행 등을 사례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빈집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낡고 위험한 빈집 관리를 철거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빈집 철거 후 생기는 공터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빈집 활용을 촉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빈집 활용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활용 가치가 있는 빈집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빈집 은행’ 운영 등을 통해 단순히 빈집 정보를 제공하는 것 외에 ‘역에서 1㎞ 이내로 간단한 수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빈집’이나 ‘도로에 인접한 일정 규모 이상의 조건이 좋은 빈집’을 파악하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있다.

빈집 활용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빈집 활용 촉진을 위해서는 정보 제공에 더해 과감한 지원도 필요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요구를 반영한 빈집 활용 비용을 적극 지원한다. 예컨대 지역에 필요한 복지시설이나 공원, 주차장과 같은 공공시설,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청년 창업시설 등에 빈집을 활용한다. 다만 빈집 활용을 지원하는 것은 재정 부담을 수반하기에 어쩔 수 없이 한계를 지닌다.

최근에는 빈집을 활용해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수익률을 떠나 지역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뜻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교토에서는 지역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교마치야(京町屋) 재생사업에 200명 이상의 현지 투자자를 통해 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6500만 엔을 조달한 경험이 있다.

 

※ ‘빈집 프로젝트 페이지(house.sisain.co.kr)’에서 더 많은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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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권용수 (전 서울연구원 일본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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