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로봇을 만들 차례입니다”
  • 이상원 기자
  • 호수 632
  • 승인 2019.10.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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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가 ‘이미 시작된 미래, 로봇과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 국내외 전문가 5명이 ‘기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사IN 이명익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그룹 리더가 10월15일 <시사IN>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10월15일 ‘2019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2019 SAIC)’가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렸다. 주제는 ‘이미 시작된 미래, 로봇과의 공존’이었다. 지난해 열린 ‘2018 SAIC’에 이어 올해 콘퍼런스 역시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 국내외 전문가 5명이 연사로 왔다. 문재인 대통령,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축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서면 축사에서 “내년 예산안에도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 예산을 1조7000억원으로 대폭 확충했습니다. 콘퍼런스에서 나온 여러분의 통찰과 지혜에 정부도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첫 연사로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그룹 부문장이 나섰다. 백 부문장은 “네이버랩스의 목표는 네이버를 실제 물리 공간(physical world)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그는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데이터화된 지도 구축, 실내외용 로봇과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인간과 기계 간 연계성 강화다.

백종윤 부문장은 네이버랩스에서 구축한 인천국제공항 지도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사람이 쓰는 일반적 지도가 아니라 기계가 물리 공간을 인식하도록 만든 것이다. 일반적 지도와 달리 이 지도는 3차원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청중의 이목이 이색적인 형태의 지도 영상에 집중됐다. 백 부문장은 이 실내 지도를 공유하면 로봇이 공항 어디에 있든 주변을 영상 이미지로 촬영하는 것만으로 자신(로봇)의 위치를 스스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 도보 내비게이션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네이버랩스는 이렇게 구축된 지도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레이저 센서 없이 카메라만 장착한 로봇이 활용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이른바 ‘브레인리스 로봇(<시사IN> 제626·627호 ‘로봇은 어떻게 인간의 역할 할까’ 기사 참조). 백종윤 부문장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두고 “엘리베이터와 같다”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개발되면서 건물이 수직으로 연결돼 인간의 생활공간이 수직으로 확장된 것처럼, 이 기술은 도시를 수평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랩스는 이렇게 확장될 도시를 ‘A-City’라고 명명했다. 자동화된 공간, 인공지능, 증강현실 인터페이스 등의 영어 약자를 따온 이름이다.

ⓒ시사IN 이명익이시구로 히로시 교수는 “미래 인류는 신체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다음 연사는 황종성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부산 에코델타시티(EDC) 총괄계획가였다. 그는 인공지능과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삼았다. 황종성 총괄계획가는 부산스마트시티가 지향하는 바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송도 U-City(Ubiquitous City)가 한계를 드러낸 까닭이 ‘제품(product)’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시에 적용할 기술, 서비스를 정해둔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도시는 5년, 10년이 지나자 더 이상 ‘스마트’ 시티라고 부르기 어려워졌다. 플랫폼은 뭐가 다를까? 황 총괄계획가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었다. “아무리 오래된 스마트폰이라도 막 신제품을 샀을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계속 받아들일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황종성 총괄계획가는 ‘플랫폼’으로서 부산스마트시티가 지향하는 바를 ‘A-City’라고 했다. 네이버랩스의 그것과 달리 여기서 A-City는 증강도시(Augmented City)를 의미한다. 증강은 ‘이용자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으로 운전할 수 없는 사람이 운전할 수 있게 하고, 외곽에 사는 사람이라도 도심에서 받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만든다. ‘로봇 친화 정책’은 그 수단 중 하나다. 도시의 턱을 없애고, 신호등을 전파로 쏘는 등의 작업을 구현했다.

“유휴 인력에게 AI 교육 역할 맡겨”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오사카 대학) 강연은 특히 반응이 좋았다. 이시구로 교수는 자기 자신이나 몇몇 유명인과 흡사한 로봇을 만들어왔다. 로봇이 사람을 닮게 만드는 이유를 그는 “로봇은 인간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게 될 텐데, 인간에게 이상적인 인터페이스는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시구로 교수에 따르면,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사람 같은 로봇은 관광객을 대하거나 외국어를 가르치는 일 따위에 활용할 수 있다. 그가 일본 유명 연예인을 본떠 만든 로봇은 텔레비전 토크쇼에 나간 적이 있다. 한 로봇은 2015년 개봉된 영화에 출연해 ‘연기’를 하기도 했다. 이시구로 교수는 먼 미래의 인류는 신체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할지도 모르며, 이렇게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진화라고 말했다.

중국 샤오아이(Xiao-i)의 토미 판 글로벌사업총괄 부사장이 다음 연사였다. 샤오아이는 기업에 인공지능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특히 은행, 보험사 등 금융 부문 고객사가 많다. 토미 판 부사장은 샤오아이의 인공지능(AI) 솔루션이 현재 활용되는 방식을 이야기했다. “우리 고객사에는 매달 수백, 수천만 건의 전화가 온다. AI를 도입하면 여기에 드는 사람과 공간,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화를 내지 않고, 피곤도 느끼지 않는 로봇이 매일 멈추지 않고 응대한다.” 그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은 비용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채권 상환 효율도 높아졌다.

토미 판 부사장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함께 부각되는 화두인 일자리 문제도 언급했다. “(AI 도입으로) 1만명이었던 은행 콜센터 에이전트가 3000명으로 줄어들었다면, 7000명은 즉각 해고됐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들에게 AI를 가르치는 역할을 맡겼다.” 그에 따르면 알고리즘 개발은 사람만 할 수 있다. AI가 단순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하도록 교육하는 일을 ‘선임자’인 인간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청중 한 사람은 “AI의 밝은 점에 치중해서 이야기했는데, 어두운 부분도 있지 않나?”라고 물었다. 토미 판 부사장은 “컴퓨터가 무엇을 배우든 사람이 허가하지 않는 이상 수행할 수 없다. 강아지를 교육하듯 인간은 감독자로서 ‘이건 하지 마’라고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브레이브로보틱스의 이시다 겐지 대표이사가 연단에 올랐다. 그가 구상한 슈퍼 로봇은 사람이 탈 수 있고, 스스로 걷고,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 로봇이다. 그가 만든 로봇 제이다이트 라이드(J-deite Ride)는 여기 부합한다. 이시다 대표가 자신이 만든 로봇의 변신 영상을 보여주자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외 미공개 영상’이라고 밝힌 로봇 개발 영상도 시연했다. “나는 내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차례입니다”라고 말하자 다시 박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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