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한 선배는 “나라에 돈이 넘쳐나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상하이, 항저우 도심에는 ‘이렇게 높아도 되나’ 싶은 건물이 한둘이 아니었고 도로는 기본이 8차선에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었다. 갓 상경한 시골 사람이 된 기분을 중국에서 느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중국 풍경보다 예상을 더 크게 벗어났던 건 ‘중국인’이었다. 스마트폰에 고개를 묻은 중국인들은 대개 조용하고 깨끗했다. 서울 명동의 관광객들과 달리 그들이 지닌 명품은 마크가 작았다. 10년간 중국에 거주 중인 통역사는 “경제발전 못지않게 사람들의 ‘마인드’가 바뀌는 게 체감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줄을 선다”라고 말했다.
중국 로봇·인공지능을 취재하며 준비한 질문은 ‘왜 중국인가?’였다. 현지 취재원들이 자국의 ‘비결’을 자랑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인들의 답변은 김이 빠졌다. “왜 중국은 안 되나?” 외국에서 공부하고 세계시장을 상대하는 이들에게서, 상상했던 중화주의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예상치 못한 데서 이질감을 느꼈다. AI와 로봇이 대체하게 될 사람들에 대해 이들은 거의 고민하지 않는 듯했다. ‘로봇이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게 될 때 일자리 문제’를 묻자 한 취재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기계가 하면 일하던 사람은 업무가 줄어서 좋지 않은가?” ‘AI 로봇이 병기로 활용될 가능성’을 질문했을 때 나온 답은 이랬다. “상대로선 위험하지만 아군 입장에서는 인명 희생이 줄어든다.” 주객과 피아의 경계를 나눌 때에 ‘인간 여부’는 고려치 않는 태도였다.
물론 중국은 우리와 다르다. 구글·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를 쓸 수 없었다. 14억 인구의 90%가량이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바이두 등 중국 웹페이지와 검열을 통과한 해외 사이트만 접속 가능하다. ‘천안문’ 등 특정 키워드들은 검색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관제 매체뿐인 언론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비자를 얻는 과정은 몹시 까다로웠고, 입국할 때에는 네 손가락 지문을 무조건 등록해야 했다. 취재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이 밖에 중국의 이상한 점을 더 찾으려 애썼다. 신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와 거리가 먼 ‘대륙의 자본’ ‘대륙의 기술’이 문제라고 여기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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