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지난 9월16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하노이의 아침’에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원로들이 모였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를 후원하기 위해서다. 이날 임재경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 회장,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보도지침을 폭로한 신홍범씨, 안중근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 김수옥 우사김규식연구회 회장 등 1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우에무라 다카시를 생각하는 모임(우생모)’이 만들어졌다.

1991년 8월11일 〈아사히 신문〉 우에무라 다카시 기자(61)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씨 증언을 최초로 보도했다. 한국 언론보다 먼저 보도한 특종이었다. 보도 사흘 뒤 김학순 할머니가 실명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

특종을 한 지 23년이나 지난 2014년 1월부터 그는 우익들로부터 ‘기사가 날조됐다’라는 공격을 받았다. 〈슈칸 분슌(주간 문춘)〉이 우에무라의 특종을 두고 날조 기사라고 비판하면서다. 당시 그는 〈아사히 신문〉을 떠나 대학교수로 취업하려고 했다. 우익들이 해당 대학에 항의를 하면서 그는 강단에 서지 못했다. 고등학생인 딸도 살해 협박을 받았다. 우에무라 씨는 현재 한국 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겸 일본 진보 주간지 〈슈칸 긴요비(주간 금요일)〉 발행인을 맡고 있다. 우에무라 발행인은 기사를 ‘날조’라고 주장한 우익 논객들과 그들의 주장을 담은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일본 현지에서 벌이고 있다.

우생모는 그의 재판 투쟁을 돕고 〈슈칸 긴요비〉를 응원하는 활동을 벌인다. 이날 이부영 이사장은 “한국 사람들과 연대하려는 우에무라 발행인에게 관심을 갖지 못했고, 그가 생계의 고통을 겪는 동안에도 함께하지 못했다. ‘생각하는 모임’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단지 우에무라 씨를 응원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우에무라 발행인은 “한국 민주 인사들이 우생모를 결성해준 데 대해 너무 감사하다. 일본에서 〈슈칸 긴요비〉 같은 진보 잡지를 발전시켜야 한다. 고생도 많지만 발행인 취임은 ‘제2의 언론인 생활’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 원희복·유숙렬·박강호 이사,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장명국 〈내일신문〉 대표, 표완수 〈시사IN〉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일본 현지에서는 RKB마이니치(每日)방송 디렉터 출신인 영상작가 니시지마 신지 씨가 우에무라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표적〉을 만들고 있다.

기자명 문성희 (<슈칸 긴요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unsonghui@kinyobi.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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