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켈 그림

사모펀드와 재개발 투자는 불법행위의 경계를 넘나들기 쉽고 은밀한 정보에 좌지우지되는 투자다. 제기된 모든 의혹이 다 오해라고 하더라도, 왜 굳이 고위 공직에 재직하면서 인생을 건 수십억원짜리 투자를 하는지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얘기다.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바로 재산 흐름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의 재테크를 딱히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물론 불법이 아니고 그만큼 떳떳하니 숨길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애초 그런 투자를 안 했다면 수많은 의혹과 실망은 겪을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공직자로서 대중의 눈을 조심해야 한다는 자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이른바 ‘386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권력이 없기에 남용할 수도 없다는 집단적 착각에 빠져 있다. 심지어 청와대 고위 공직자이면서도 권력은 저기 무덤 속의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미 제국주의나, 검찰에 있는 것이며 자신들은 늘 저항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이 없기에 남용도 없다. 내가 하는 건 그냥 고생시킨 가족을 위한 작은 보답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동지들의 작은 무리수는 고생한 과거와 함께 열어갈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덮어줘야 한다고 여긴다.

그들은 사람·공정·평화·한반도·상식·깨어 있는·정의·개혁· 민주·서민·우리 아이들·민족·시민 같은 두루뭉술한 말에 취한 채 그 속에서만 산다. 늘 스스로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공익의 담지자라고 여긴다. 386들의 마음이 어떻든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기득권 가운데 한 축이다. 그럼에도 공익의 담지자인 스스로가,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고 부당한 이익을 갈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주류로서 사회적 감시와 때로는 질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의식이 없다.

자신들이 공익의 담지자라는 착각이 공익적 중요성을 잘못 판단하게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이 학자로서 주장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을 유보했다. 또 정신장애인을 우범자로 표현하며 혐오를 강화하기도 했다. 우리는 각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편파적인 개인으로서, 다른 국민의 편파적인 권리 주장도 소중히 다뤄야 한다. 당신이 소수자들의 주장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쉽게 무시할 수 있다면, 당신이 시대정신의 담지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 사회의 주류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중산층이고, 비장애인이고, 이성애자라서 무시할 수 있을 뿐이다.

정의는 386 세대의 ‘뜨거운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검찰개혁을 지지한다. 그리고 조국 법무부 장관도 지지한다. 의지, 능력, 청렴함을 두루 갖춘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이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법 정의를 한 발짝 진전시키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정국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는 것도 안다. 자유한국당의 말도 안 되는 억지와 검찰의 비합리적인 과잉 수사에 훨씬 크게 분노한다.

어쩐지 나는 약간 분하다. 문재인 정권과 조국 장관이 일단은 최선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 말이다. 우리 민주주의는 문재인 정권의 성과를 딛고 더 많은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국 장관과 이 정권이 담아내지 못한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복잡한 사회관계의 한 축에 서 있고 일정 부분 편파적이다. 어떤 사람도, 어떤 세대도 공익을 온전하게 담지할 수 없다. 정의는 계급 재생산의 중추가 된 386 세대의 뜨거운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편파적인 우리들이 부딪치고 또 합의해나가는 구체적인 순간에 있다.

기자명 황두영 (자유기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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