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돌베개 펴냄

“정보의 민주화는 또한 허위 정보와 상대주의의 폭주로 이어졌다.”

서울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로 양분된 ‘직접행동’은 절단 난 여론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민주주의가 맞닥뜨린 가장 큰 도전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말마따나 오늘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정보 세계에서 움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더 이상 진실을 ‘합의’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거나 시간을 쏟지 않는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불리는 저자는 트럼프 정권의 시대정신, 즉 “사실에 대한 무관심, 이성을 대신한 감성, 좀먹은 언어가 어떻게 진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지”를 신랄한 어조로 검토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진실’을 어떻게 오염시키는지 때로 동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어붙이며 논의를 이어간다.

 

 

 

 

 

 

 

 

 

 

로마법 수업
한동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에서 동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변호사인 저자가 로마법을 소재로 인간과 세계를 탐구했다. 왜 하필 고대의 로마법으로? 로마법이, 신분제 사회라는 당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오랜 꿈과 이상을 구체적이고 또렷한 문장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이 어떤 범죄에 대해 시민 자격을 박탈했으며,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어떤 자격을 요구했는지 등을 보면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바람직한 사회에 대한 꿈’을 성찰해볼 수 있다. 로마법 조항들에서 결혼과 비혼, 돈과 계급, 여성문제, 낙태와 성매매 등 키워드를 뽑아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으로 쉽고 재미있게 서술했다.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신한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그렇게 아등바등 시간을 내 헬스장에 가면, 비로소 내 몸에만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헬스장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헬스장에 등록했더니 첫날이 마지막 날이더라는 사연은 발부리에 걸리고 치일 만큼 흔하다. 누구나 헬스장에 대한 경험 하나씩은 품고 사는 시대. 그러나 좀처럼 언급되지 않는 경험이 있다. 헬스장을 꺼리는 이유가 비용이 부담스럽고 의지력이 약해서만은 아니다. 헬스장이 신체, 특히 여성의 몸에 요구하는 전형성은 올바르지 못하지만 동시에 당연하게 여겨져 당황스럽다. 직장 생활로 잃은 체력을 기르려 간 헬스장에서 기자인 저자는 이 부조리를 놓치지 않는다. ‘나만 불편한 줄 알았는데 남들도 그랬구나’ 공감을 얻고 ‘내 방식대로 운동해도 된다’는 격려를 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2년간 꾸준히 PT를 받을 수 있었던 비법은 이 책의 또 다른 팁이다.

 

 

 

 

 

 

 

 

 

 

일본 극우의 탄생 메이지 유신 이야기
서현섭 지음, 라의눈 펴냄

“오늘날 한·일 갈등의 밑바닥에는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 인정 여부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왜 점점 더 우경화되고 있을까. 극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정신적 뿌리인 메이지 유신을 이해해야 한다. 유신은 신발 끈을 새로 맨다는 뜻으로 일본 메이지 왕이 시도한 근대화 개혁이다. 적극적인 근대화를 통해 서양을 배우고 일본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상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메이지 유신 체제가 현대에 이르러 일본 극우 사상과 어떻게 맞닿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일본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는 세계정세에서 메이지 유신은 일본 극우 세력에게 다시 재현해야 할 영광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은 반대로 현재 일본이 가진 불안감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일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조너선 닐 지음, 김종환 옮김, 책갈피 펴냄

“기후변화에 실질적으로 대처하려면 석유·석탄·가스· 자동차 기업의 이해관계에 정면 도전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는가.”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9월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한 연설이 화제다. 그의 연설 때문인지 기후위기라는 말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 속도를 계산했을 때 ‘갑작스러운 기후변화’까지 31년 정도 남았다. 이 책이 ‘체제를 바꿔야 기후변화를 멈춘다’라는 부제를 단 이유가 있다.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는 말이다.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기후위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았다. 구체적인 통계와 사례들로 구성된 기후위기 전문서다. 신자유주의 체제와 공생하는 기업 및 국가가 왜, 그리고 어떻게 기후위기를 사소하게 만드는지 심도 있게 분석한다.

 

 

 

 

 

 

 

 

 

 

파이어족이 온다
스콧 리킨스 지음, 박은지 옮김, 지식노마드 펴냄

“1단계:가진 것을 계산하라.”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은 바짝 벌어서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일찍 은퇴하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뼈 빠지게 일하느라 온종일 비워두는 넓은 집 대신 자신이 꿈꾸던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이다. 꼭 은퇴하지 않더라도, ‘어딘가를 꿈꾸며 책상 앞에 앉아 퇴근 시간만 기다리지 말고 당신의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만 하면 30대에 은퇴할 수 있다!’는 식의 약속은 하지 않는다. 파이어족 생활을 유지하려면 월급의 70%를 저축하고 화려한 취미와는 작별을 고해야 한다. 그래도 ‘퇴사할 거다’ 혹은 ‘유튜브 할 거다’라는 요즘 유행하는 ‘직장인 2대 허언’보다는 충분히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방법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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