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각으로 나만의 표현을
  •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 호수 631
  • 승인 2019.10.2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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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제공이 사진을 처음 본 지인들의 반응은 “경주는 역시 참 아름답다”였다. 하지만 촬영한 장소가 학교 건물 뒤 주차장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깜짝 놀란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게 ‘작가의 눈’이다.

누구도 촬영하지 않은 주제가 세상에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찾아보면 찾을 수도 있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일이다.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특정한 주제를 찾고, 자기 목소리를 통해 그 주제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사진 찍을 만한 것이 없다”라고 불평한다.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찍을 거리를 그냥 스쳐 지나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바라봐야만 그 물건은 그곳에 있는 것이다”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바라보고 발견해주길 늘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태생적으로 카메라 앞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을 카메라에 담아도 그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만 표현한다면 우리는 단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오퍼레이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대상을 촬영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 그 너머에 있는 또 다른 본질을 드러내는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사진가, 즉 우리 자신이다.

일상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 평범한 풍경·사람·사물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을 때, 이 또한 카메라가 아닌 사진가에 의해 이루어진 ‘미학적 발견’이고 ‘미학적 창조’이다. 외국의 이국적이고 특별한 대상이나 풍경을 촬영하는 것도 비슷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촬영 대상으로부터 새롭거나 흥미로운 주제를 발견하고 사진에 담아내는 것이 바로 사진가가 해야 할 작업이다. 여기서 사진가 장 모르의 작품에 대한 존 버거의 평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현실에서 그의 눈에 띈 거의 모든 것이 그를 놀라게 하는데, 왜냐하면 모든 것이, 아주 작지만 압도적인 어떤 방식으로, 독특하기 때문이다. 한 장의 사진은 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곳’을 보여준다. 보는 이에게 익숙한 대상을 찍은 경우에도, 그 이미지는 여전히 어떤 놀라움을 전해준다.” 특별한 대상을 촬영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평범한 대상조차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참된 여행은 새로운 눈을 갖는 것”

매일 보는 사물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 있는 작업이 또 어디 있을까? 집 유리창, 문, 문고리, 싱크대에 쌓여 있는 설거짓거리를 비롯해 대상은 무한하다. 매일 동일한 촬영 대상을 깊이 탐구하다 보면 그 안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일상의 사물을 주제로 촬영하는 매력이다.

더 이상 촬영할 대상이 없다며 값비싼 장비를 들고 이색적인 풍광만을 좇는 우리에게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일한 사물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촬영하다 보면 그 어떤 새로운 대상이라도 좋은 사진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나만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동일한 대상을 수천 가지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사진이 매일 쏟아지는 오늘, 진정한 사진의 가치가 무엇인지 자문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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