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넓고 이상한 놈은 많다
  • 변진경 기자
  • 호수 631
  • 승인 2019.10.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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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관심을 반영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아이들의 모습을 성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안내한다. 유튜브는 미성년자 영상에 아동보호 규제를 추가했지만 완벽하지 않다.
유튜버 맷 왓슨(오른쪽 아래)은 유튜브가 소아성애자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18일 유튜브 채널 매츠왓잇이즈(MattsWhatItIs)를 운영하는 맷 왓슨은 “유튜브는 아동 성 착취를 촉진하고 이를 수익화한다”라는 제목의 20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왓슨은 몇 번의 검색과 마우스 클릭으로 유튜브에 소아성애자들을 위한 ‘웜홀(wormhole)’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비키니 하울(haul, 품평)’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한 다음 단 두 번의 클릭으로 유튜브 페이지는 여자아이들의 비키니 영상으로 가득 찼다. 사용자의 기호와 관심을 반영하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한 결과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된 이 ‘웜홀’은 아이들의 모습을 성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길로 끝없이 안내한다. 대부분 인형놀이를 하고 물구나무를 서고 요가하고 수영하고 사탕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어린아이들의 지극히 평범한 영상들이다. 이런 영상 댓글에는 ‘타임스탬프(time stamp, 영상의 특정 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는 유튜브 기능)’가 다수 기록돼 있다. 타임스탬프를 따라가면 아이의 특정 신체 부위가 부각되거나 자세 등이 민망하게 보일 수 있는 장면이 재생된다. 왓슨은 유튜브가 소아성애자들이 아이들 영상을 성적으로 소비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게 방치할 뿐 아니라 그 영상에 붙는 광고들을 통해 부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며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튜브는 위험에 노출될 소지가 있는 미성년자 영상에 댓글 기능을 닫고 미성년자 홀로 하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제한하는 등 아동보호 규제를 추가했다. 국내 인기 아동 유튜버들의 댓글 창도 여럿 닫혔다. 아직 완벽하지 않다. 유튜브코리아에서 일부 검색어를 입력하면 선정적인 성인용 영상들과 함께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상들이 함께 뜬다.

영상 속에서 아이들은 얼음이나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고 마이크를 빨고 속삭이는 소리를 내고 귀청소방 롤플레이를 한다. “요청이 많았던 영상입니다” “자극적으로 해달라는 분이 있어서” 따위 설명이 붙기도 한다. 누군가의 요구를 받고 어떤 의미인지도 정확히 모른 채 성인들 사이에서 성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다.

비정상적 시청자들 다수 존재

이런 영상은 조회 수가 유독 높다. 같은 아이들이 올린 다른 영상들, 이를테면 좋아하는 초콜릿을 소개하거나 슬라임을 조물락거리는 (성적으로 소비될 위험이 거의 없는) 영상들은 조회 수가 많아봤자 두 자릿수인 데 비해 이런 영상들은 조회 수가 수만에 이른다. 구독자 수가 2~3명에 그치는 꼬마 유튜버가 몸의 유연성을 자랑하거나 배꼽티를 입고 춤추는 영상을 올려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아이들의 특정한 소리나 몸짓만 찾아다니는 비정상적인 시청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다. 댓글 창도 모두 닫히지 않아서 이런 영상들 밑에 불순한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유튜브 측은 “이런 문제를 바로잡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이 같은 콘텐츠들을 보다 빠르고 더 많이 감지해낼 수 있도록 추가 인력 투입 및 기술적 솔루션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어린이 ASMR 영상의 위험을 지적한 유튜버 호야토크는 “유튜브 영상은 전 세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는 점,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도 많다는 점을 아이와 보호자들이 유념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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