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2017년 4월 중국 허베이성의 한 유치원에서 교사와 어린이들이 키코 로봇과 놀고 있다.

로봇의 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 관련 인력은 세계적으로 부족하다. 중국 텐센트가 2017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연구자와 실무자는 3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중 20만명은 각종 산업 분야에 취업해 있으며 나머지 10만명은 순수 연구인력이다. 시장에서 필요한 관련 인력 규모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병목이 발생하는 지점은 교육이다. 전 세계 AI 교육기관 367곳에서 배출되는 AI 인력은 연간 2만명 규모에 불과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터무니없이 모자란다.

한국의 AI 인력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8~2022년에는 한국 AI 인력이 9986명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AI를 전공한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 7268명 부족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서는 해외 AI 관련 학회에 채용 부스를 설치하거나, 외국 대학에 연구소를 세우는 방식으로 외국 인재를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에서 활약한 전문가를 데려오기도 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 데이터 분야 기술력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79, 인공지능 기술력은 78로 평가된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2022년까지 인공지능 대학원 6곳을 지원해 석·박사 35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고려대·성균관대·카이스트에서 국내 첫 AI 대학원이 올가을 문을 열었다. 하지만 AI를 가르칠 교수를 뽑기가 쉽지 않아 계속 충원 중이다. 그만큼 인재가 부족하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머신러닝 연구자 황성주 카이스트 교수는 “NIPS, ICML 등 머신러닝 분야 최고 수준의 학회 논문을 쓰는 분이 한국인 중에 많지 않다. 게다가 AI 분야에서는 뛰어난 분들이 교수를 맡기도 하지만, 구글 브레인이나 페이스북 AI 연구소 같은 산업계 연구소로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곳은 ‘컴퓨팅 파워’가 학교보다 잘 갖춰지고 자원도 많아서, AI 연구자들이 선호하기도 한다. 결국 한정된 인력을 대학과 기업이 서로 데려가려 하니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에 직면한 각국은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3년간 1000억 위안(약 16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는 3년의 편집기간을 거쳐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실험교재를 2018년 발간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요 국가별 인공지능(AI) 인력양성 정책 및 시사점〉, 2019). 중국 교육부는 지난 2월, 올해 AI와 빅데이터 관련 학과나 전공 400여 개를 각 대학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2030년에는 AI 인력이 12만4000명 정도 부족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AI를 다루는 인재를 연간 25만명 키운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5만명은 일본 연간 대학 졸업생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이공계나 의대 졸업자 18만명에 문과의 18%인 7만여 명을 합산한 수치다(〈아사히 신문〉). 도쿄 공대, 사이타마 공대 등 일본 주요 대학들은 2019년 4월 AI 전공을 신설했다. 앞으로 모든 대학에서 문·이과에 관계없이 수리·물리 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연합뉴스8월26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열린 AI 대학원 개원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수학과 코딩, 프로그래밍 교육 확대해야  

한국의 경우, 학부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과학과 학부 과정의 경우 지난 10년간 등록 학생 수가 5배 이상 늘었다(현재 751명). 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2005년부터 15년째 55명이다. 2016년 ‘알파고 쇼크’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겠다는 지원자가 부쩍 늘었다. 그러나 본전공 정원은 물론 부전공·복수전공 정원도 55명으로 묶여 있어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지난 2년 반 동안 학부장을 맡았던 전화숙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BK21 사업을 시작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면서 모든 학과 정원이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과 간 인원 조정이 (학내 분쟁의) 뇌관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정원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다른 학과 정원이 줄어들어야 하므로). 결국 총정원을 늘리는 게 유일한 방법으로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도 못하는 게 정원 늘리는 것이더라.”

서울대가 정원을 늘리려면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서울대 등 수도권에 있는 대학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입학 정원 총량을 국토교통부 심의에 의해 제한받는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서울대 정원 증원을 요청하면 수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대학설립운영규정상 교원이나 학생 수용 규모 등 요건을 충족했는지 봐야 한다. 그동안 학생 수가 워낙 급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정원 감축이 정책 기조가 되어 있다. 이런 부분까지 함께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정원 증원 요청을 수용할지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 다만, 총정원 내에서 수요가 적은 학과를 조정하는 것은 대학 자율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원자가 적은 학과의 정원을 줄여 다른 학과 정원을 충원하는 정도는 가능하다는 의미다. 컴퓨터공학부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유일한 학과는 아니지만, 수요에 맞춘 공급 조정이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인력의 최대 공급국이자 수요국인 미국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AI가 주도할 자동화에 대비하는 기초 교육, 특히 컴퓨터과학 교육을 보다 넓은 계층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도 STEM에 예술(the Arts)을 더한 ‘STEAM 교육’ 정책을 2011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는 중학교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아직 체계적으로 인공지능을 교육하는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황성주 교수는 “미국은 컴퓨터과학과 교수들이 AI 수업을 거의 커버할 정도로 컴퓨터과학이 곧 AI라는 인식이 있다. 학부 과정에서부터 AI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이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이렇게 조언했다. “결국 AI는 수학이다. ‘수학 포기자 양산’을 막기 위해 (어려운) 수학을 가르치지 않거나 선택과목으로 남겨두기보다는, 수학과 코딩, 프로그래밍 교육을 확대해서 어릴 때부터 AI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 산업계의 연구개발 부문 기능을 담당하는 ATR의 미야시타 다카히로 지능로보틱스연구소장은 〈시사IN〉과 만나 “일본에도 한국 연구자들이 많이 있는데, 이야기해보면 확실히 사업화 마인드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AI나 로봇 기술 연구자를 늘린다기보다는, 연구도 하고 사업도 할 수 있는 그런 분들이 기술을 제대로 산업화해나갈 수 있다면 연구개발도 진행되고 굉장히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세계적으로도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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