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큼 끼니에 집착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만나면 “밥 먹었냐?” 묻고, 헤어질 때는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한다. 9월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진행된 11시간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밥은 중요했다. 철가방을 든 배달원을 에워싸고 취재 열기를 뽐낸 기자들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먹은 메뉴가 중국 음식이라고 보도했다. 해학의 민족은 즉각 반응했다. 검찰총장을 ‘검찰춘장’으로 부르기에 이르자 검찰은 다음 날 “한식을 먹었다”라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내기도 했다.
〈중국집〉의 저자 조영권씨는 중국 음식을 ‘한식의 한 부분’으로 본다.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 피아노 매장을 운영하는 저자는 27년 차 피아노 조율사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조율하기 위해 출장을 갈 때다. 조율을 마치고 수첩을 꺼내 출장 간 지역에서 가까운 중국집을 확인하고 찾아가는 일이다. 중국집은 전국 어디든 있었고, 혼자 식사하기에도 만만했던 까닭에 그의 수첩에는 중국집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다. 〈중국집〉은 그중에서 전국 38곳을 추려 소개한 책이다.
같은 중국 음식이어도 지역마다 식재료나 요리법이 다르기 마련이라 ‘똑같은’ 짜장면은 있을 수가 없다. 이를테면 군산 수송반점은 감자 대신 고구마를 사용하는데, 고구마를 춘장과 함께 볶으면 전분이 흘러나와 면이 쉽게 불지 않는다고 한다. 간짜장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하면 짜장 소스 한 접시가 먼저 안주로 나온다는 전주 대보장 방문기를 읽는 동안에는 자연스레 침이 고였다. 익산 길명반점은 진안 흑돼지만을 쓴다고 하니 어떻게든 익산 갈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저자는 처음 가는 중국집이라면 볶음밥을 먼저 먹어보라고 권한다. 볶음밥에는 짬뽕 국물, 짜장 소스가 따라 나오는 만큼 전체 메뉴 질을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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