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산업 현장을 가다
  • 홍콩·상하이·항저우 이상원 기자
  • 호수 630
  • 승인 2019.10.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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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로봇 시장을 가진 중국이 로봇 산업을 선도하려 한다. 서비스 로봇, 사족보행 로봇, 인공지능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는 3개 업체를 찾아 중국 로봇 산업의 현재와 지향점을 살펴보았다.
ⓒ시사IN 조남진중국 상하이에 있는 키논 본사에서 연구자들이 새로 출시되는 배달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비행기가 중국 항저우에 착륙하자마자 여기저기서 휴대전화 소리가 들렸다. 중국인 승객들이 스마트폰 전원을 켜는 소리였다. 공항 입국심사장에는 카운터마다 다국어 안내 장치가 있다. 직원이 여권을 보는 동안 “왼손 손가락 4개를 올려주세요” “카메라를 봐주세요”라는 안내가 한국어로 나왔다.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앱에 찍은 위치에 있는 게 맞나? 지도에 표시된 당신 위치와 다르다”라는 메시지가 왔다. 살펴보니 택시 기사가 중국어로 쓴 말이 영어로 자동 번역된 것이었다. 중국산 전기차를 타고 왕복 10차선 도로를 따라 숙소에 도착했다. 방이 20층이었는데도 창밖에는 꼭대기를 올려다봐야 하는 건물이 여럿 있었다. 숙소 앞 식당에는 메뉴판이 따로 없었다. 식탁에 붙은 QR코드를 찍어서 앱으로 주문,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점원들은 스마트폰의 번역 앱을 실행해 의사소통했다.

중국은 상당수의 산업 영역에서 아직 후발 주자다. 전통적 강국들에 비해 기술 수준이 수년에서 수십 년 뒤져 있다고 평가받는다. 로봇 산업은 어떨까?

일단 중국의 로봇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2017년 국제로봇협회(IFR)는 중국의 로봇 시장 규모가 세계 전체의 30%를 웃돈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다. 국제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이 비율이 2025년에는 70%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 부문에서 중국은 단순히 세계 최대 시장에 그치지 않고 산업 자체를 선도할 징후까지 나타낸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 별도로 마련된 로봇관에서 중국 기업이 차린 부스가 전체의 55%를 점유했다. ‘로봇 관련 기업이 매일 한 개씩 생긴다’는 말까지 들린다.

<시사IN>은 중국 로봇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9월18일부터 27일까지 산업 중심지인 홍콩·상하이·항저우를 찾았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중국 로봇 기업들을 방문했다.

3세대 서비스 로봇 ‘피넛’의 가성비 탁월

상하이의 키논(Keenon)은 중국 실내 서비스 부문 로봇의 대표 주자라고 할 만하다. 2010년 화중과기대학 동문 3명이 설립했다. 초기에는 교육용 로봇을 주문 제작하다가 2013년부터 서비스용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생산하는 3세대 서비스 로봇 ‘피넛(Peanut)’은 조종 없이 스스로 움직인다. 직원이 전원을 켜고 버튼을 누르자 로봇은 즉시 바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통로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사람이 빠르게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다. 로봇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직원 한 명이 경로를 막아서자 로봇에서 “비켜주세요”라는 중국어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가동 중인 로봇들은 알아서 서로를 피해가며 업무를 수행한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스로 충전 장소에 간다.

키논의 제품군을 보면 오늘날 서비스 로봇이 실제로 활용되는 양태를 파악할 수 있다. 호텔용 로봇은 투숙객을 에스코트한다. 이 로봇 ‘뒤통수’에는 터치스크린 액정이 있는데, 숫자를 입력하면 해당 호수로 데려다준다. 가령 808과 809를 연달아 누르면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거쳐 8층 808호와 809호 앞까지 도달한 뒤, 혼자 로비로 돌아온다. 비슷한 원리의 배달 로봇도 있다. 의료용 로봇은 의료 기구를 옮기는 데 쓰인다. 방사선 치료용 기구 등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물질을 다룰 때 유용하다. 보안용 로봇은 실내를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순찰한다.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도 있는데, 키논 관계자에 따르면 “부작용 때문에 양산은 하지 않는다”. 회사 밖에 있는 상사가 카메라로 사내를 들여다보는 용도다.

키논의 대표 상품은 단연 식당 로봇이다. 기능은 간단하다.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한 뒤 로봇에 달린 식판에 놓으면 고객에게 가져다준다. 중국 29개 성, 400여 개 도시에서 1000여 개 업체가 키논 식당 로봇을 쓴다. 지금까지 키논 식당 로봇들이 운행한 거리를 모두 합치면 50만㎞를 웃돈다. 키논 식당 로봇은 식당 주인뿐 아니라 손님에게도 인기가 많다. 로봇을 도입한 식당이 베이징에 처음 문을 열자 체험을 원하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심지어 10만원을 호가하는 예약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키논은 이 식당 로봇을 캐나다·타이·스페인 등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도 지점이 생겼다. 본사를 찾은 임성철 한국키논 대표는 “한국에서도 곧 이 회사 제품이 많이 팔리게 될 것이다. 값도 값이지만 기술이 우월하다. 잘 넘어지는 경쟁사 제품들과 달리 여기 물건은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 홍보 담당자 엘라 씨는 서비스 로봇이 각광받는 까닭으로 서비스 업계의 4대 난점을 꼽았다.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 인건비가 비싸다, 사람 관리가 힘들다, 서비스에 특징이 없다.” 중국에서 인건비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은 의아할 법하다. 지난 7월 나온 매킨지의 <중국과 세계-역학관계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도시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1%씩 인상되어왔다.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치다. 반면 기술혁신에 따라 로봇 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먼 미래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의 경제성만 비교해봐도 자사 로봇을 사는 편이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키논 측은 설명한다. 이 업체 계산에 따르면, 피넛을 구입해 4개월만 쓰면 중국 서비스 업계의 평균임금을 지불하는 것보다 비용 효율성이 높다.

물론 지금의 기술로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키논 공동 창업자인 허린 부사장은 “현재 로봇이 맡을 수 있는 업무량은 직원 0.8명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서비스 로봇은 인간이 갖추지 못한 로봇만의 장점을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훠궈 체인점 ‘하이디라오’는 키논의 최대 협력사 중 하나다. 2017년 한 지점에서 냄비에 죽은 쥐가 발견되는 사고가 터지자 하이디라오는 전면적으로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창고부터 주방, 테이블까지 인공지능 관리 시스템과 피넛 주문 로봇이 배치되었다. 인간의 위생 관리가 실패해 생긴 스캔들은 로봇 도입으로 회복됐다.

피넛은 하이디라오 매장에서 하루 100회 이상 주방과 테이블을 왕복한다. 키논 관계자는 “사람은 힘이 떨어지면 노동력 효율이 떨어진다. 호텔용 로봇은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좋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로봇은 깨끗하고, 강하며, 훔쳐보지 않는다. 이 기능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게 키논의 성공 비결이다. 허린 부사장은 자신감을 피력했다. “겸손하지 않게 말하겠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즈니스용 로봇 업종에서 우리는 사실상 선두다. 경쟁자가 없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시사IN 조남진유니트리 연구원이 사족보행 로봇 ‘라이카고’를 시연하고 있다.

사족보행 로봇에 인공지능 기술 장착

키논 등 배송 로봇 업체들의 숙원사업은 실외에서도 자유롭게 작동하는 로봇이다. 이 기술이 실현된다면 로봇은 택배 업무를 시작부터 끝까지 떠맡을 수 있다. 그런데 경사로와 계단, 장애물이 있는 실외를 로봇이 돌아다니려면 피넛처럼 바퀴로 움직이는 형태는 부적절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실외형 배송의 미래를 사족보행 로봇에서 찾는다. 바퀴보다 유연하고 이족보행보다 안정적이어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업체는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이다. 발로 차도 넘어지지 않고 ‘백덤블링’을 하는 이 회사의 개 로봇은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한 신생 업체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항저우에 있는 유니트리(Unitree)다.

ⓒ시사IN 조남진유니트리 창업자이자 CEO 왕싱싱.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택배 업무를 대신할 사족 로봇은 시장성이 굉장히 큰 분야다. 이 사족 로봇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가고 있는 업체가 유니트리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보다 훨씬 싼값에 준수한 성능의 사족보행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MIT 연구진들이 유니트리 최신 로봇을 분해해보고 좀 겁에 질린 것 같더라. 미국 기술을 단순히 모방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훌륭했다고 한다. 드론 업계의 DJI처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유니트리 창업자이자 CEO인 왕싱싱은 가히 ‘로봇 업계의 신데렐라’라고 불릴 법한 인물이다. 올해 29세인 그는 대학생 시절인 6년 전 ‘엑스도그(Xdog)’라는 사족보행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졸업하고 한 회사에 취직한 뒤 자신이 개발한 로봇 영상을 유튜브와 ‘유쿠(youku,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올렸는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멋있다” “로봇을 사고 싶다” 같은 댓글이 많이 달렸고, 몇몇은 그에게 상당한 자본금을 투자했다. 왕싱싱 씨가 이를 토대로 2016년 설립한 회사가 유니트리다. 20대 CEO와 직원 20명이 근무하는 이 업체는 지난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유수의 로봇 기업을 제치는 업적을 세웠다. 설립 2년 만에, 세계 최초로 회사나 협력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사족보행 로봇 ‘라이카고(Laikago)’를 판매한 것이다. 구매자 역시 중국인이었다.

항저우 본사에서 만난 왕싱싱 CEO는 이 업계에서 자사의 지위를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갖춘 업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이고, 그다음이 우리다. 다만 우리는 격차가 좀 있는 2위다.” 그가 내세운 유니트리의 강점은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보통 사람들도 원하면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유니트리가 판매하는 ‘라이카고 프로’는 약 30만 위안(약 5000만원)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사 제품인 스팟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관계자는 “차 한 대 값”이라고만 밝혔지만 2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니트리의 ‘가성비’는 부품 대부분을 직접 제작하는 데서 나온다. 미국 업체에서 구매하는 칩셋을 제외하고는 각종 파트에 들어가는 부품 거의 모두를 제작·조립한다. 왕싱싱 CEO에 따르면, 유독 칩셋만 미국에서 조달하는 이유 역시 미·중 간 기술 격차 때문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칩셋에는 특별한 기능이 들어가는데, 중국 업체들은 이런 물건을 생산해봤자 (우리 외에) 판로가 없어서 거의 만들지 않는다.” 즉 향후 유니트리 같은 로봇 업체가 더 생기거나 유니트리가 대량생산을 시작하면 중국의 로봇 칩셋 제조업체들은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된다. 중국 내에서의 칩셋 생산이 본격화할 것이다. 이 경우 ‘부품의 완전 중국화’에 따라 중국산 로봇 가격은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유니트리 전시실에서 테스트 중인 라이카고 프로를 보았다. 소형견보다 조금 컸다. 머리나 ‘피부’가 없어서 조금 기괴해 보였다. 시연을 맡은 관계자는 “기술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외관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이카고는 직원의 무선조종에 따라 앉았다 일어서고, 꽤 빠른 속도로 앞뒤좌우를 자연스레 걸었다. 올해 말 유니트리는 힘과 균형 감각이 개선된 에일리언고(Aliengo)를 출시할 예정이다. 왕 CEO가 보여준 영상 속에서 에일리언고는 백덤블링을 하고 뛰어다녔다.

일반 소비자 처지에서 당장은 사족 로봇의 쓰임새가 마땅치 않다. 구매자들이 어떤 목적으로 유니트리 제품을 사는지 묻자 왕 CEO는 “학교는 로봇 교육, 관련 업체들은 연구, 개인은 소장용으로 구매한다”라고 말했다. 판매량도 연 수십 대 수준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에 1~2년만 지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트리는 최신 로봇에 특정인을 따라다니도록 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내장했다. 강아지에게는 본능에 가까운 영역이지만 로봇에 탑재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위치, 인간의 동작 등을 ‘학습’하게 해야 한다. 사진을 이용하거나 직접 동작을 보여주는 과정을 거쳤다.” 이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되면 로봇에 짐을 싣고 여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왕 CEO는 위험 지역을 탐사하는 제품 역시 수년 내에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이카고’라는 제품명을 옛 소련 우주견 ‘라이카’에서 따왔다.

기술 개발상 난점을 묻자 왕 CEO는 ‘인재풀’을 언급했다. “중국에서는 로봇 산업이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미국 등과 달리 전공자가 드물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공부한 사람들 중 중국에 들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면 인재를 충원해서 회사를 확장할 텐데 여기서는 그게 좀 어렵다.”

피넛이나 라이카고 같은 로봇이 손발이라면 인공지능은 뇌에 해당한다. 샤오아이(Xiao-i)는 인공지능 분야가 전문인 중국 기업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해외 진출을 위해 홍콩에 국제사업본부를 설립했다. 특히 강점을 지닌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토대로 금융업계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토미 판 글로벌사업총괄부사장에 따르면, 중국 상위 50위권 은행 중 80%가 샤오아이 고객이다.

샤오아이는 ‘대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표방한다. 토미 판 부사장은 “회사 설립 첫날부터 우리의 초점은 ‘컴퓨터나 로봇과의 대화가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사람답게’ 대화하도록 만드는 게 이들 목표다. 사람다운 대화란 무엇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인간은 어휘나 어조를 택하며 감정을 드러낸다. 각 낱말이 품은 의미가 조합, 문맥,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대화’하려면 이 화법을 적절히 구사하는 한편, 상대방의 말이 담은 의도를 바르게 읽어야 한다.

ⓒ시사IN 윤무영샤오아이의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되는 로봇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중국 로봇 업계, 미래 낙관

토미 판 부사장에 따르면 중국어는 인공지능이 처리하기에 특히 더 까다로운 언어다. 지역방언들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영어나 한국어 사투리와는 수준이 다르다. 대표적 방언인 광둥어나 우어는 표준 중국어와 거의 모든 면에서 달라서, 사용 인구들끼리 통역 없이 의사소통하기 어렵다. 두 방언 모두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은 중국인이 사용한다. 토미 판 부사장은 예시를 들었다. ‘중국 탁구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中國的乒乓球是誰也贏不了)’, ‘중국 축구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中國的足球是誰也贏不了)’는 두 문장은 종목명 이외의 모든 글자가 같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전자를 ‘중국 탁구는 세계 최강이다’, 후자는 ‘중국 축구는 세계 최약체다’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홍콩 출신 통역은 “학교에서 7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문장을 배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윤무영토미 판 샤오아이 홍콩 글로벌사업총괄부사장.

샤오아이가 특허를 가진 중국어 자연어 처리 알고리즘은 크게 두 가지 과정을 거친다. 우선 고객이 말하거나 쓴 특정 문장을 각 글자로 쪼개고, 어떤 부분을 묶거나 나누어야 할지, 각 단위의 품사를 어떻게 봐야 할지 판단한다. 다음에는 ‘머신러닝’에 따라 상대방이 표방하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한다. 이 절차에 따라 적절한 대답을 내놓게 된다. 세계 인구 5분의 1이 쓰는 이 언어의 난해함이 샤오아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외국 업체에게는 허들이 되었다.

샤오아이의 인공지능 기술은 전문 영역에 활용된다. 은행과의 제휴 업무는 전통적으로 디지털 뱅킹 위주였다. 사용자가 메신저에 “가까운 ATM이 어디 있는지 알려줘”라고 말하거나 “신용카드 만드는 법을 가르쳐줘”라고 하면 자동으로 안내하는 등의 서비스다. 업체 쪽에서 문제를 가져오면 신기술로 해결해주기도 한다. 콜센터 직원 교육이 일례다. 토미 판 부사장에 따르면 중국 금융업계의 콜센터는 이직률이 매우 높다. 업체들은 숙련되지 않은 새 직원을 교육하는 데 애로를 겪는다. 은행이라는 고객을 위해 샤오아이는 컴퓨터 코칭 시스템을 만들었다. 시스템이 손님과 코치 구실을 겸한다. 실제 상황을 가정해서 업무와 관련된 요구를 하고, 직원이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이 테스트에 합격한 뒤에야 직원들은 실제 손님들의 전화를 받는다.

중국에서 만난 서비스 로봇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미래를 낙천적으로 보았다. 이들이 공유하는 근거는 고령화이다. 지난해 1월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3억7000만명(전체 인구의 25%), 2050년 4억8000만명(전체 인구의 33%)이 60세 이상 노인이다. 당장은 정부 육성책이나 부유층의 호기심에 기대지만, ‘늙은 중국’이 다가올수록 값싸고 익숙한 중국산 로봇은 날개 돋친 듯 팔릴 것이다.

또한 중국 로봇 업계 관계자들은, 이 기술이 궁극적으로 어디로 나아가는지 명확히 알았고, 일부러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숨기지도 않았다. 완전한 무인화를 꾀해 인건비를 없애는 것이 업계의 최종 목표이다. 로봇 산업은 신기한 과학기술일 뿐만 아니라 다수 직업을 사라지게 만들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식당 점원, 호텔 종업원, 건물 안내원, 경비원 같은 일을 시작으로, 점차 안전하면서 복잡한 일도 로봇이 맡게 될 것이다. 아직 인간이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4배쯤 더 드는 한국에서 이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로봇·AI 산업 중시”

 

ⓒ시사IN 조남진

 

허린(何林) 부사장(사진)은 2010년 중국의 시장 수위권 서비스 로봇 업체 키논(Keenon)을 공동설립한 사람이다. 중국 서비스 로봇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최전선에서 목격해왔다. 어째서 ‘중국산 로봇’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상하이의 키논 본사에서 들어보았다.

회사 웹사이트에서 기술의 첨단성보다 실용성·경제성·생산성 등을 강조하던데?

‘인간 생활과 밀접한 기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텔레비전이 지금의 액정 텔레비전으로 발전한 과정은 굉장한 기술 진보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 우리 로봇 역시 음식만 배달하는 것처럼 보여도 여러 기술을 집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이 시장에서 반응을 얻고 인기를 얻어야 (회사가) 생존할 수 있다.

키논의 로봇은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가?

개발 과정에서 포기했다. 우리 로봇이 실제로 쓰이는 공간은 식당 등 소음이 많은 곳이다. 자칫 큰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부품은 중국산과 외국산 중 어느 쪽이 많나?

칩셋은 일부는 수입하고 일부는 중국산을 쓴다. 센서나 전자기판 같은 주요 부품 등은 우리 회사만의 특허 기술이 있다. 직접 만든다.

‘기계의 일은 로봇이, 인력은 사치품으로’가 기업 모토다. 로봇이 실직을 부른다면?

자동차가 나오자 마부가 실직한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에겐 다른 새로운 일을 할 기회가 생긴다고 봐야 한다. 다만 우리 로봇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니라 중복되는 업무를 맡는다.

중국 로봇 산업이 유망하다고 꼽히는 까닭은?

중국 정부가 로봇과 AI 산업을 중시한다. 투입하는 예산도 많고 세금 혜택도 있다. 벤처기업을 위한 창업 단지도 따로 있다. 융자도 쉽게 받을 수 있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IT 회사와 협약을 맺을 기회도 있다. 요즘은 미국 출신 인재들이 정부 지원으로 국내에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중국 소비시장이 크다는 점이다.

향후 로봇 산업이 발전할 방향은?

영화 <아이로봇>처럼 가정용 로봇이 보급되어 생활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도맡아 하게 될 것이다. 로봇이란 큰 개념으로 봤을 때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들인데, 지금도 스마트팩토리 등을 통해 자동화는 이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인간만 할 수 있는 기능을 대체할 기계도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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