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초역에서 내렸다. 7번 출구는 사람이 많아 1·2번 출구를 이용하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 나왔다. 역 구내에도 사람이 많아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역 밖으로 나가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고,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행태에 반발해 검찰개혁을 요구하기 위해 나온 이들도 있었다.
2016년 탄핵 촛불집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때보다 더 절박하고 분노에 차 있었다고 할까? 선출되지 않은 검찰 권력의 질주에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검찰도 언론도 기존 관행대로 먼지떨기식 수사를 하고 흘리고 보도했다. 검찰이나 언론 모두 국민의 비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자신들이 짠 어젠다와 프레임이 그대로 여론이 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대중은 이전과 달리 반응했다.
9월28일 집회에 참여한 미술가들이 현장에서 케이크를 든 조국 장관 사진을 목판으로 찍어 나누어주었다. 목판화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붉은 잉크로 찍은 목판화를 사진에 담았다(아래 사진). 목판화 원화가 된 사진은 〈중앙일보〉가 취재했다. 사진이 알려지면서 다른 시각매체로 다양하게 바뀌었다. 컴퓨터 그래픽, 드로잉, 포스터, 목판화 등 여러 종류로 변신했다. 요즘 이렇게 사진 자체가 캐릭터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1980년대에는 많았다. 예를 들면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이한열 열사를 동료가 부축하는 사진은 목판화나 걸개그림으로 변화했다. 박종철 열사의 사진·목판화·걸개그림과 함께 1987년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많은 열사들이 캐릭터가 되었다.
해외에서는 체 게바라와 메릴린 먼로 사례가 있다. 체 게바라는 그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희미해질 만큼 각종 광고와 의상에 무차별로 사용되었다. 메릴린 먼로도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캐릭터로 소비되었다.
과거에는 민주화운동 열사들 캐릭터화
사진이 다른 시각매체로 변화해 캐릭터가 되는 것은 일종의 권력이 되었다는 의미다. 가수·배우 등 대중문화 아이콘, 스포츠 스타, 유명 정치가, 대중적인 예술가와 과학자 등 얼굴이 담긴 이미지는 그 자체로 돈이자 권력이고 영향력이다. 물론 욕망한다고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대가가 늘 뒤따른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정면 얼굴이 캐릭터 이미지가 된다. 이와 달리 조국 장관의 목판화는 뒷모습이다. 그가 오른손에 든 케이크 상자에는 ‘공수처’, 왼쪽 어깨에 걸친 배낭에는 ‘검찰개혁’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사람들이 조국 장관 개인이 아니라, 그가 맡은 소임을 더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소망이 강렬해 사람들을 검찰청 앞에 모이게 했다. “죽을힘 다해 검찰개혁 하겠다”는 말을 그는 이제 실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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