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학종은 금수저 전형’일까
  • 변진경 기자
  • 호수 629
  • 승인 2019.10.0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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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에 따르면, ‘누군가’ 룰을 유리하게 바꾸려고 ‘학종은 금수저 전형’ 담론을 확산시켰다. 그 ‘누군가’는 극소수 최상층 바로 아래에 있는 나머지 상층이다.
ⓒ시사IN 조남진논문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 공동 저자 최율 교수.

현대 입시제도는 대부분 능력주의에 근거해 구성된다. 능력주의 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사회적 위계를 결정하는 것은 귀속적 특성이 아닌 능력과 노력이다. 경쟁의 기회가 공정하고 평등하게만 주어진다면 누구든 자기 능력을 발휘해 성공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입시제도의 변화는 현행 입시제도가 이 능력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사회에서 공감대를 얻을 때 일어난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현재 비판받고 있는 입시제도 역시 과거 같은 이유로 새로 도입된 것이다.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사회적 계층 수준에 따른 대학 입시제도 인식 분석>(문정주·최율, <한국사회학>, 2019) 논문은 묻는다. “왜 대부분의 입시제도는 능력주의의 가치에 따라 구성되지만 동시에 능력주의의 가치를 훼손함으로써 소멸하게 되는가?”

논문은 우리 사회가 입시제도가 지닌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속성을 간과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배제의 법칙이란 특정 계층이 한정된 자원과 기회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사회적 폐쇄’ 중 하나의 전략이다. 배제의 법칙은 경쟁의 ‘룰’과 연관돼 있다. 특정 계층은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이 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입시제도 변화를 추동하는 힘은 기회의 평등이나 평가의 공정성 같은 능력주의 요구로 포장되지만 사실은 배제의 법칙, 즉 특정 계층의 전략이 작동하는 결과일 수 있다.

논문은 계층별 입시제도 이해도와 수능·학종 선호도를 통해 우리 사회 입시제도 담론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배제의 법칙을 증명했다.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1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사회과학조사(2018) 결과, 주관적 계층의식이 상층일 경우 입시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았다. 또한 주관적 계층의식이 상층일수록 학종보다 수능을 선호했다(왼쪽 <표 1> 참조). 우리가 익히 들어온 ‘학종은 금수저 전형’ 담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배제의 법칙이 바로 이런 현실과 담론 사이의 괴리를 만들어낸다. 누군가 룰을 유리하게 바꾸고 싶어서 ‘학종은 금수저 전형’ 담론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학종의 투명성 높이는 작업 반드시 필요”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누구인가? 논문은 “농·어촌 전형, 배려자 전형, 지역균형 전형 등 하층을 위한 학종의 여러 하위 전형과 최상층의 경제적·물질적 공세 속에서 사이에 끼어 있는 나머지 상층”을 지목한다. “이들은 얼마 남지 않은 합격자 쿼터를 차지하기 위해 중간층과 치열한 입시 경쟁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학종과 수능을 둘러싼 계층 간 투쟁은 극소수의 최상층과 나머지 상층 간 갈등의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존재한다.” 저자인 최율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논문에는 이를 금수저 대 은수저의 갈등으로 썼지만 정확히는 다이아몬드 수저 대 금수저의 싸움이 더 맞는 표현 같다”라고 말했다.

논문은 현재 학종의 한계 또한 드러낸다. 신뢰성 측면이다. 조사 결과 계층 인식에 상관없이,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수록 학종을 선호하고 낮을수록 수능을 선호했다. ‘깜깜이 전형’이라는 학종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담론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최 교수는 “주로 학종이 비판받을 때 ‘깜깜이 전형’과 ‘금수저 전형’ 문제가 하나인 것처럼 섞이지만, 연구 결과 이 둘은 독립적인 변수로 나타났다. 학종 비판 담론에서 ‘금수저 전형’ 문제를 걷어내더라도 신뢰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학종의 투명성을 높여주는 작업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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