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항공기 이용객이 급증하는 휴가철을 맞아 독일에서는 ‘플루크샴(Flug-scham)’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비행기를 뜻하는 독일어 ‘플루크(Flug)’와 부끄러움을 뜻하는 ‘샴(Scham)’을 결합한 신조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이다. 항공기 이용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탑승객들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이나 부끄러움을 뜻한다. 이 신조어는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플뤼그스캄(Flygskam)’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 신조어와 함께 기차를 뜻하는 독일어 ‘추크(Zug)’와 자랑스러움을 뜻하는 ‘스톨츠(Stolz)’를 합성한 단어 추크스톨츠(Zugstolz:기차 여행의 자랑스러움)도 유행했다. Zugstolz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한 승객들이 느끼는 자랑스러움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사진과 해시태그가 달린 이 신조어들이 SNS에 빠르게 퍼졌다. 지난해 8월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16)의 1인 시위로 시작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이 신조어 탄생과 유행의 배경이다.
독일 언론도 이 신조어 유행에 주목했다. 8월30일 주간지 〈자이트〉는 독일의 항공기 이용 증가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유럽 환경청에 따르면 1㎞ 이동 시 승객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항공기가 285g으로 기차(14g)에 비해 매우 높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저먼워치(Germanwatch)’에 따르면, 독일에서 카리브해 사이 왕복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탑승객 한 사람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4t에 달하며 이는 탄자니아 국민 80명이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동일하다.
독일 통계청은 2019년 상반기에 독일 공항의 항공기 탑승자 수를 약 5890만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1% 증가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항공기 이용객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저비용 항공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저비용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베를린에서 스페인 마요르카로 가는 항공편을 1.99유로에 팔았다. 저비용 항공의 성장과 더불어 항공노선 편수 또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2년까지 독일은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한 국가였다. 지금도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이다. 독일인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것도 저비용 항공 상품이 출시된 1970년대부터다. 1970년대에는 오일쇼크로 인해 석유 가격이 올랐지만 저비용 항공사의 출현으로 항공료는 더 저렴해졌다.
기독민주당, 항공세 2배 이상 인상 계획
지난 20년간 독일의 항공기 이용객은 거의 두 배 증가했다. 현재 한 해 비행기 탑승객 수는 1억1900만명에 이른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2030년이면 이용객 수가 1억7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28일은 단 하루 동안 비행기 1만980대가 독일 상공을 이동하면서 독일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가 날아다닌 날로 기록되었다.
항공기 운항 증가와 환경문제를 두고 정치권도 가세했다. 집권당인 기독민주당은 항공료에 물리는 세금을 2배로 인상하고 400㎞ 이하의 짧은 노선에 한해서는 세금을 3배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녹색당은 항공기 운항에 관한 국가 지원을 줄이고, 철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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