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신간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28
  • 승인 2019.10.0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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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한민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한국인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실제로 지옥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 SNS를 많이 이용할수록 행복감이 줄어든다는 연구를 보면 역시 행복은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국의 행복지수가 매년 하위권에 머문다는 연구를 보면 행복은 외국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N포 세대, 달관 세대부터 소확행, 욜로까지 우리의 불행을 진단하는 수만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가 그걸 몰라서 불행한가? 이 책이 흥미로운 부분은 문화심리학자인 저자가 관찰자 시점에서 한국인의 불행 서사를 연구했다는 점이다. 비교는 행복의 적일까. 노력하는 사람은 정말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할까. 소확행은 행복의 지름길일까. 한국인이라서 몰랐던 독특한 감정 습관과 문화가 보인다.

 

 

 

 

 

 

 

 

 

 

 

신국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결전생활
하야카와 타다노리 지음, 송태욱 옮김, 서커스 펴냄

“자, 여러분, 디스토피아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945년 3월11일 일본의 경제 잡지였던 <다이아몬드>에는 ‘출근 폭격하의 출근 향상’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가 실렸다. 공중전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이 일터에 출근하지 않으면 생산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일본 제국이 만든 전형적인 프로파간다였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제국은 잡지와 광고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모두가 제국을 위한 신민’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고 애썼다. 일본 제국의 선전은 아이들의 교과서에서부터 여름방학 숙제, 신혼집,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등 국민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광고를 수집해 연구해온 저자가 낸 이 책에는 ‘우리의 가까운 미래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디스토피아의 상상도로서’ 당시의 선전물 수백 점이 실려 있다.

 

 

 

 

 

 

 

 

 

 

 

벌새: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쓰고 엮음, 아르테 펴냄

“이 영화를 그저 그런 귀여운 성장담이라고 생각하는 건 원치 않는다.”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앓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재능 있는 여성 감독에게는 투자도 지원도 몰리지 않는다. 25개국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어도 마찬가지다. 영화 <벌새>는 불리한 상영 환경 속에서 개봉 20일 만에 8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는 주인공 은희의 열네 살을 통해 관객도 열네 살을 다시 살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간다는 걸 몰라서 외롭고 막막했던 때, 사랑받기 위해 애쓰면서 느꼈던 굴욕감 같은 것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가운데 너무나 일상적인 날들이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벅참을 선물한다. ‘영화적’으로 가시화된 적 없었던 여성 청소년의 무표정한 얼굴이야말로 <벌새>의 성취다.

 

 

 

 

 

 

 

 

 

 

 

이것이 공매도다
이관휘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공매도는 억울하다.”

공매도는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때 이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그래서 공매도는 “개미 잡는 사악한 투자” “주가 폭락의 주범” 등으로 비난받아왔다. 주가 하락기에는 공매도를 불법화하라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한다. 주식 유동성 연구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공매도가 주가의 거품을 걷어내고 변동성을 줄이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고 항변한다. 공매도가 악용되기도 하지만 공매도 없이 주식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단지 공매도만을 다룬 책은 아니다. 공매도를 통해 재무금융 분야에 대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습득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생명의 여자들에게:엉망인 여성해방론
다나카 미쓰 지음, 조승미 옮김, 두번째테제 펴냄

“‘처녀성’이 침략과 반혁명을 지탱한다.”

‘변소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선언문으로 유명한 다나카 미쓰의 책이다. 일본 여성해방운동에서 자타 공인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근본적인 체제 변혁을 지향했던 1970년대 일본의 전공투 운동에서도 여성들은 남성들의 뒷바라지로 ‘성 역할’이 고정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배포한 ‘변소로부터의 해방’은 어머니(아이를 낳는 대상)와 변소(성욕을 처리하는 대상)로 찢겨진 여성을 직시하며 ‘우먼리브(일본의 자생적 여성해방운동)’의 출발을 알린 역사적 저작으로 남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생을 반추하는 가운데 남성 중심 사회의 모순을 통렬히 고발하며 여성의 ‘자기 긍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히트곡 제조법
KLF 지음, 미묘 옮김, 워크룸프레스 펴냄

“좋은 음악은 배고플 때 나오는 게 아니다. 희망이 없을 때 나온다.”

제목은 과장이 아니다. 히트곡 제조법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실용서다. 지시 사항을 충실히 따랐음에도 3개월 안에 영국 공식 차트 1위 싱글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책값 전액을 환불해준다고 한다. 1위 히트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일단 빈털터리에 실업급여를 받아야 한다. 혹시 밴드에 속해 있다면 나와서 매주 BBC의 오랜 간판 음악 프로그램 <톱 오브 더 팝스(Top of the Pops)>를 들을 것. 1990년대 다수의 히트곡을 내고 은퇴를 선언한 뒤 전방위적 예술 활동을 벌여온 영국의 2인조 그룹 KLF가 히트곡 제조법을 안내한다. 옮긴이가 한국에서 차트 1위를 거머쥘 방법도 일러준다. 일단 인디 음반을 만들어야 한다. 책을 읽고 속았다고 생각할 건 없다.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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