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하지 못하는 ‘윤석열 검찰 특수부’ 독주
  • 천관율 기자
  • 호수 626
  • 승인 2019.09.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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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는 민정수석 시절 적폐 청산 작업 등을 위해 검찰 특수부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로 가려는 순간, 검찰 특수부가 그를 겨눴다. 정부·여당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합뉴스7월25일 조국 민정수석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임명장 수여식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대화하고 있다.

정치의 공간에 검찰이 찾아왔다. 8월27일부터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해 전방위 압수수색했다. 이로써 공직자의 도덕성과 정치세력의 선택을 묻던 ‘조국 대란’의 판이 크게 흔들렸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정치 컨설팅을 할 때 내가 강조하는 대원칙이 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만들지 마라. 그런데 지금 청와대가 그런 상황으로 끌려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직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의제인 검찰 개혁안 책임자였고,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개혁안 실현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그런 조 후보자를 ‘윤석열 검찰’이 강제 수사에 전격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배경과 맥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조국 후보자는 바탕이 학자다. 권력기관의 생리에 대한 이해가 더 깊었어야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 속해, 민정수석 시절부터 조 후보자와 호흡을 맞춰온 한 의원의 평가다. “그는 검찰에서 ‘우리 편 검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적폐 청산 작업을 해야 하니까 ‘우리 편 검사’들이 운영하는 특수부가 필요하다고 봤다. 아마 ‘윤석열 사단’을 그리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권력기관은 생리상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장면을 놓치지 않는다. ‘우리 편’이니까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모든 권력기관은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려 한다. 검찰에서도 특수부는 정권이 관심을 가질 사건이 몰리는 곳이다. 검찰 특수부에는 “정권 관심 수사를 우리가 안 하면 경찰이나 국정원이 한다. 그나마 법률가로 훈련받은 우리가 하는 게 인권 보호에도 낫다”라는 기류가 있다. 권력기관끼리의 경쟁 구도가 작동하므로, 권한 확대를 주저했다가는 다른 권력기관에 밀려 입지가 줄어든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시절 법무부·행정안전부와 함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이 합의안에서 검찰은 직접 수사에 착수할 권한 대부분을 경찰에 넘겨주었는데, 중요한 예외가 있었다. 부패 범죄(뇌물, 정치자금, 직권남용 등)와 경제 범죄(횡령, 배임 등) 등 몇몇 예외는 검찰이 계속 직접 수사한다. 이 영역에서는 경찰의 수사 역량이 아직 모자란다는 이유였다. 사실상 ‘특수부 예외 조항’으로 평가받는다.  

정점에 달한 특수부의 ‘권능’  

이 합의안은 2018년 6월21일 공개될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그동안 검찰권 남용 사례 대부분이 특수부에서 나왔는데, 합의안에서는 특수부가 오히려 날개를 달았다. 합의안 발표를 2주쯤 앞둔 6월5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고려대학교 로스쿨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다. “특수부 권한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국민 기본권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권능을 한 집단이 독점하면 위험하다.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수사에 착수한 주체가 수사를 종결하는 유일한 예외가 특수부 검사다.” 문 총장의 주장은 합의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연합뉴스8월27일 검찰 관계자들이 조국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민주정의 대원칙 중 하나는 ‘착한 권력기관’을 믿지 않는 것이다.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권력기관은 선의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검찰의 민주적 통제’라는 말은 정권이 검찰을 입맛대로 굴리라는 말이 아니라, 민주정의 작동 원리에 권력기관을 구속시키라는 말이다. 검찰 특수부는 수사 개시부터 기소까지 제 손으로 할 권능을 쥐고 있다.  

지금 검찰은 특수부가 독주한다는 평가가 많다. ‘특수통 칼잡이’ 중에서도 슈퍼스타인 윤석열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부의 ‘위험한 권능’은 정점에 달했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시절 그 힘을 해체하여 민주적 통제에 구속시키는 작업을 우선순위에서 제쳐뒀다. 적폐 청산 작업이 시급하다는 현실적 필요가 있었고, 그 영역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조 후보자가 법무부로 가려는 순간, 그 풀어둔 힘이 자신을 겨눴다.  

또 다른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우리 발등을 찍었는데 누구한테 하소연을 하겠어”라고 말했다. 그는 압수수색 이후 여당 분위기를 소개했다. “검찰 특수부가 작동하는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수사권 조정안을 수정하자는 논의가 있을 것 같다. 이건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를 완성하는 과제인데, 문제는 이게 검찰이 말을 안 들어서 하는 복수로 보인다는 점이지. 역사적으로 특수부가 즐겨 쓰던 방식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쳐서 탄압받는 모습으로 자신을 연출하기. 그걸 어떻게 극복할지가 고민이다.”  

민정수석 시절 조 후보자가 검찰 특수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민주적 통제 원리로 구성되지 않는 한 언제든 고삐가 풀릴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3년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적이 있다. 권력기관의 작동원리도 비슷하다. 권력기관은 사람으로 통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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